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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북클럽

24년10,11월 <모래군의 열두달> 함께 읽기

작성자숲속|작성시간24.11.20|조회수68 목록 댓글 0

수요 북클럽 특별 기획으로 준비했던 <모래군의 열두 달> 역자 송명규 교수님과 함께 읽기 2회 모임을 오늘 마쳤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일 년 열두 달 저자의 글을 따라가면서 계속 함께 읽는 시간을 갖고 싶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일단 두 번 읽기 모임을 진행했어요.

 

오늘은  1부 사월-홍수의 계절, 2부 산같은 사고 두 꼭지를 읽었습니다.

저자인 레오폴드가 살았던 곳은 위스콘신의 버려진 습지대였는데요, 16만평의 땅을 대공황시대 밀주업자가 술을 만들어 팔다 파산한 후 은행에 넘겨진 것을 '낚싯대' 값으로 사들였다고 설명해주셨어요. 봄이 되면 언 땅이 녹아 흐르면서 모래군이 점차 물속에 잠기게 되고 언덕 위 오두막만 섬처럼 고립되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완전한 고립' 혹은 '적막'한 상태가 되는 곳. 저자는 이곳에서 은근히 자발적 고립을 즐기며 봄이 오는 습지를 관찰했습니다.

 

 

적막함에도 종류와 등급이 있다. 호수의 섬에도 적막함이 있다. 그렇지만 호수에는 배가 있으며,
언제나 누군가가 섬의 당신을 찾아올 수 있다. 구름 덮인 산봉우리에도 적막함이 있다. 그렇지만 그 대부분에는 산길이 있고 산길에는 여행자가 있다. 나는 봄철 홍수로 보호된 적막함 만큼 안전한 적막함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와 등급의 적막함을 경험했을 기러기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송교수님은, 지금 시대에는 이런 완전한 고립이나 적막이 존재할 수 없는 아쉬움이 크다고 하셨습니다. 적막함이란 곧 인간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일텐데 지금은 고립이란 걸 경험하기가 힘들죠.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이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상황. 인간이 없는 오지도 존재하지 않기에 그만큼 자연과 생태계는 보전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도, 자연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176쪽 "산같은 사고" 도 울림이 큰 부분이었습니다. 자연을 개발하고 인간의 터전을 확장하기 위해 인간에게 위협적인 야생동물을 박멸하는 캠페인이 미국에서 대유행이었고 이걸 일본이 근대화로 받아들여 우리나라도 일제시대에 호랑이 늑대 등 맹수를 사냥해 끝내는 멸종시키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은 안전하게 살 터전을 확보했다고 좋아했지만 인위적으로 끊어낸 생태계의 말살은 결국 여러 종류의 위험요소가 되어 인간에게 되돌아왔고 그게 오늘날 기후위기와 지구 재난으로 나타났습니다. 

 

늑대를 말살하자 사슴들이 번성해 먹이가 될만한 나무들을 모두 먹어치웠고 결국 자신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자 굶주려 죽게 됩니다. 늑대에 의해 줄어든 사슴은 2,3년이면 다시 채워질 수 있지만 지나치게 많은 사슴이 휩쓸어버린 산기슭은 20,30년이 지나도 제 모습을 되찾기 어려워요. 인간은 산처럼 생각할 줄 모릅니다. 

 

 

우리 모두는 안전, 번영, 안락, 장수 그리고 느긋함을 얻으려고 애쓴다. 사슴은 그 유연한 다리로, 목동은 덫과 독약으로, 정치인은 펜으로,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기계와 투표와 돈으로 그렇게 한다. 그러나 결국 같은 것, 즉 살아 있는 동안의 평안을 위한 것이다. 그것은 어느 정도의 성취로 충분하며 아마도 그래야만 비로소 객관적 사고가 가능해질 것이다. 지나친 안전은 결국엔 위험만을 초래할 뿐인 것 같다.
아마 이것이 '야생에 세상의 구원이 있다'는 소로의 격언 뒤에 숨은 속뜻일 것이다.
아마 이것이 산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그러나 인간들은 좀처럼 알 수 없는
늑대의 울부짖음에 숨은 의미일 것이다.

 

오늘도 책이 주는 묵직한 울림이 우리들 맘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 아름답고 좋은 책이 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가닿기를 원하는 맘입니다.

함께해주신 송명규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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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모임은 의논이 조금 필요할 거 같네요.

일단 12월7일 김탁환 작가님 북토크와 송년 모임을 책방 북클럽 두 개의 송년 모임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공지해드린 대로 작은 선물 한개씩 가져와서 선물교환도 할 예정이고요. 

 

칠성면에 사시는 이재돈 님, 허선례 님 두 분이 새로 함께하기로 하셨어요.

2025년에는 어떤 책을 읽을지 새로운 계획도 세워야 하고 북클럽 일정 조정도 다시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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