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작은책방이 문을 열었던 2014년을 전후해 함께 문을 열었던 북스테이 서점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었는데요, 10년째 함께 걷고 있는 동반자들의 모임...전국에서 각자의 공간을 운영하느라 바쁘지만 일년에 한, 두 번은 꼭 만나서 애환을 나누고 시름을 풀어보는 워크숍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숲속 10주년을 기념해서 괴산에서 모이게 되었어요.
팝업북 전시는 지난 주말로 끝났지만 전시 철수는 일주일 후에 하기로 해서 덕분에 '외전'처럼 방문객들을 몇 팀 더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북스테이 네트워크 식구들과 즐거운 관람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한옥집은 마당과 툇마루. 바깥은 해가 뜨거워도 시원한 마루에 앉아 바람을 맞고 있으면 행복이 살랑거리는 느낌이죠.
헤이리 모티프원, 파주 평화를품은집, 강화 국자와주걱, 원주 터득골북샵, 양평 산책하는고래, 고창 책마을해리, 광주 동네책방숨, 통영 봄날의책방, 괴산 숲속작은책방, 여기에 올해 처음으로 제주 고요산책이 회원으로 합류했습니다. 따님에게 북스테이 운영을 맡기고 은퇴 후 세계여행이라는 노마드의 삶을 살고 계신 모티프원 이안수 선생님 부부만 함께하지 못했는데요...시차를 건너뛰어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으니 전원이 참석한 아주 소중한 모임 자리가 되었습니다.
전시를 보고 책방으로 와서 봄날 저녁 맛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다들 먹을 것들을 어찌나 풍부하게 싸오셨는지....임진강 참게장, 강화 순무김치, 메밀전병, 올갱이국과 버섯전골, 베이글과 커피와 제주 찰떡파이에 케잌까지....전국의 맛집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식도락 파티.
저녁과 다음날 아침, 점심까지도 책방에서 모두 먹고 마시는....그야말로 대가족 잔칫날 같은 모임이 계속되었습니다.
밤에는 늦도록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숲속이 10년...파주 평화를품은집도 10년. 책마을해리도 10년. 통영 봄날의책방도 10년. 강화 국자와주걱, 광주 동네책방 숨은 9년....앞서거니 뒤서거니 비슷한 시기에 책방을 열고 전국에서 동네책방과 북스테이의 열풍을 주도했던 분들입니다. 다들 지역에서 소중한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는 로컬의 미래이자, 희망인 분들....
그러나 모인 자리에서 우리는 "누가 로컬에 미래가 있다고 했는가"...ㅎ....라며 현실을 직시하자고 서로를 일깨웠네요. 십 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난 자리에 과연 우리는 무엇을 남겼고, 각자 삶에 어떤 의미를 새겼는가를 진지하게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열정을 다한 만큼 고민도 깊을 수 밖에 없고, 세상과 사람을 사랑한 만큼 보람도 크지만 크고 작은 상처들로 얼룩져있음도 인정해야 했지요.
그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
함께했던 시간들을 축복하며, 숲속작은책방과 저마다의 10년을 축하하며, 우리들의 "읽고 쓰는 삶"을 응원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산막이옛길 연화협을 산책하며 강바람을 맞아 봅니다.
책방이 있는 미루마을 친구가 만들어준 '브런치' 빵으로 점심 식사까지....24시간의 동행을 마치고 각자 삶의 현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책마을해리에서 자체 생산하는 (제가 엄청 좋아하는) 된장과 참기름을 선물로 주신데다 책방에서 우정의 구매까지 더해 귀갓길 묵직한 짐보따리들을 들고 가셨습니다.
가을에는 십주년 잔치가 예정되어 있는 평화를품은집 번개로 또 한 번 만나자 하고, 내년 1월에는 치앙마이 여행까지 계획한 후 정말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즐겁기도 하고 고단하기도 한 길....비슷한 마음을 품고 비슷한 삶의 길을 걷는 도반들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고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삶이라는 긴 여행길에 따로 또 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사람과 공간과 시간이 우리들 옆에 있으니 주름 가득한 얼굴로 한바탕 또 환하게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