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의 겨울은 '동안거'처럼 휴식의 계절입니다.
12월까지 분주하게 보내고 나면 1월부터 3월까지는 별다른 행사나 큰 일이 없고 단체 방문도 없어서 이때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며 보내곤 합니다. 책방지기 부부가 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요.
책방을 닫는 건 아니어서, 많지는 않지만 매일매일 찾아주시는 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또 책방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책모임은 중단없이 계속해가고 있지요.
1월에는 책방지기가 긴 여행을 떠나서 그동안 청년 예술가가 책방을 지켜주면서 재미난 이벤트들도 열었는데요, 미처 기록을 남기지 못해서 책방일기가 한 달 동안 빈 칸인 채로 2월을 맞게 되었네요.
숲속작은책방은 매년 한 해를 정리하는 포토북 앨범을 만들고 있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2023년을 기록한 포토북을 제작했습니다.
2023년의 주요 이벤트는 "읽고 쓰는 삶"이었습니다.
책그림 화가인 펀그린 작가와 협업으로 "책그림전"을 열고 책방이 좋아한 작가 4인의 추천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 북클럽이 전작주의로 읽었던 밀란 쿤데라, 맨부커상 수상자인 한강, 그리고 우리에게 자연속의 삶을 동경하게 해준 야마오 산세이 작가의 책을 전시하고 추천했습니다.
북클럽 멤버이자 책방에서 가까운 수안보에 "작은 알자스" 양조장을 짓고 와인을 만드는 신이현 작가님과 협업해 "나의 프랑스식 하루"라는 특별 기획을 2회에 걸쳐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괴산에 정착한 청년 셰프 하지희 님과 사무엘 부부가 프랑스 요리를 곁들여준 자리. 책과 음식과 와인이 있던 행복한 봄날의 추억입니다.
올해는 아무런 지원사업을 받지 않아서 작가와 함께한 시간이 드물었는데요,
괴산 들꽃마을 주민들과 함께했던 한수영 작가 북토크에는 문학의 향기, 사람 사는 향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지난해는 목요 북클럽 책친구들과 함께 두 번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1월 속초에서 설국 기행을, 9월에는 곡성과 벌교를 찾아 가을 들판과 바다의 향기를 찐하게 들이키고 왔어요.
곡성에선 신작 "사랑과 혁명"을 출간하신 김탁환 작가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요,
벌교에선 태백산맥의 작가인 조정래문학관을 찾았습니다.
또 하나의 북클럽인 금요 북클럽은 괴산교육도서관과 협업으로 새로운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송면중학교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는 북클럽도 일년째 무르익어가고 있어요.
괴산책문화네트워크의 활동도 뜨거웠습니다.
괴산로컬잡지 "툭" 제 2호를 발행하고 열심히 판매했지요. 고양시에서 열린 대한민국 독서대전에도 참여해서 괴산을, 책방을, 로컬 이야기를 전국 독자들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 저자 사인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책방의 오늘을 있게 해주는 가장 고마운 분들은 책방을 찾아주는 독자들입니다.
개인으로, 또 단체로, 학교와 각종 기관에서 책방을 찾아와주고 강연을 요청해주고 체험활동을 나누고 책까지 대량 구매해가시는 훌륭한 독자님들이 숲속작은책방의 10년을 가능케 했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펜드로잉 화가이면서 전국의 책방을 그림으로 남기고 있는 '리피디'님이 책방을 찾아 정겨운 모습을 그림으로 남겨주셨어요.
네...바로 이 모습이 숲속작은책방의 가장 중요하고도 또 아름다운 일상입니다.
유하 시인의 시처럼, 가난한 시골 책방이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란 이런 것들입니다.
사막같은 삶에 오아시스처럼 맑고 풍요로운 책방의 삶을 2024년에도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2024년은 특별히 숲속작은책방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책방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행복한 10년을 기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