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7일, 숲속작은책방의 마지막 행사인 송년 북토크. 김탁환 작가의 <참 좋았더라>를 통해 화가 이중섭을 만나 보았습니다.
며칠 전 어이없는 국가 내란음모로 여의도엔 탄핵의 횃불이 불타올랐고 행사를 접고 서울로 가야하나 조금 고민했지만...짧게 끝나고 말 일이 아니기에 우리가 지켜야 할 일상도 소중하다는 생각에 송년 모임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국회 탄핵의결이 정해진 시간이라 조금씩 마음이 심란한 채....그래도 김탁환 작가님의 이끌림을 따라 우리는 통영에서의 이중섭 발자취를 찾아 걸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중섭에 대해 잘못 전해진 이야기들, 혹은 전해지지 못한 이야기들, "나라면 다르게 쓸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아주 오래 전부터 이중섭 이야기를 쓰고 싶으셨다고요.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생각이었는데 마침 통영에 있는 남해의봄날 출판사가 이중섭 책을 출간하고 싶다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당시는 "사랑과 혁명"을 쓰기로 계약하고 3-4년 간 이 작품에 몰두하려고 하던 때라 출간을 기약할 수 없다고 했는데도 출판사는 기다리겠다고 했고 결국 4년을 기다려 올 봄 그 책을 완간하고 곧이어 이중섭을 썼다고 하시네요.
3년 동안 힘든 소설을 쓰면서 중간중간 휴식 겸, 이중섭의 발자취를 따라 자료를 모으는 여행을 했고 취재와 자료가 진행되어 있었기에 이 소설은 금새 쓸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통영에서 부산으로, 또 제주로 오갔던 이중섭의 길을 따라 작가님은 책에 못다한 뒷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 주셨습니다.
20명 참석자 중에 절반 정도는 북클럽을 포함한 괴산 이웃들이었고요.
증평, 대전, 천안, 충주, 청주, 제천 등에서 독자들이 모였습니다.
3:30에 시작해 5시까지 1부 순서를 마치고 잠깐 TV를 켜서 내란 범죄자의 탄핵안 의결을 앞둔 국회 모습과, 여의도에 모인 백만 횃불 시민들을 보았습니다. 현장에 가있는 지인들이 카톡으로 상황을 알려왔고....뭔가 오늘의 북토크는 약간 절박하고 한층 진지한 느낌으로 가슴 한구석이 묵직했습니다.
이어진 2부에서는 책과 작가님에 대한 질의응답 이야기가 있었고,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올 한 해 동안 읽었던 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 여기 모여있는 우리들은 어쨌든 "읽는 인간"임을 새삼 확인했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성찰하려 하는 이들임을 알았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복잡하고 모순 투성이이며 폭력적인 이 세상 안에서 읽고 생각하는 삶을 살려 노력하는 인간들인 것입니다.
가슴 찡한 시간이었습니다.
송년의 따스함을 나누기 위해 특별히 이날은 선물교환을 하기로 했어요.
각자 준비한 선물을 내놓고 마지막에 번호를 추첨해 타인의 정성이 깃든 선물을 한 가지씩 골라 갑니다.
탄핵안 부결로 마음은 무거웠지만,
이 싸움이 결국은 우리들의 승리로 끝날 것을 알기에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광장을 지키는 민주주의의 함성, 그리고 이런 지독한 시대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않고 읽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새 희망을 확인했던 시간이기도 합니다.
2024년, 숲속작은책방의 마지막 행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연말까지 책방은 계속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