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화창하고 맑고 좋은 날, 책방과 주변이 온통 초록초록으로 뒤덮여 눈이 부셨던 날이었어요.
4월17일 토요일, 아침부터 이웃 친구들이 연락도 없이 모여 들었습니다.
테이블을 펼치고 판매해야 할 애장품 상품들을 진열하고, 가격을 매기기까지....숙련된 마켓 전문가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어찌할 바 몰랐을 거예요. 여러 명이 달려들어 손을 보태니 책방 정원은 순식간에 작은 마켓으로 변신했어요. 게다가 일반 손님들마저 오전부터 오시기 시작해서 조금 당황했지만...일찍부터 달려온 분들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오프닝 공연을 맡아주기로 한 동네 밴드-유희정 밴드의 공연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는데요, 구성지고 또 재미나게 불러주는 우리 노래들로 분위기는 한낮의 햇볕만큼이나 뜨거워졌어요.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미리 팔려 나갈까봐 일찍부터 책방을 찾아주신 손님들은 부지런히 물건들을 찜해가시고, 하나뿐인 물건을 득템한 분들이 오늘의 승자였지요.
책방 10주년을 축하하는 두 번째 공연은 "박인수와 음악친구들"이라는 남성 성악 중창 공연이었습니다.
성악가 박인수 선생님의 제자들로 구성된 분들인데요, 우리가 좋아하는 한국 가곡 레퍼토리로 귀호강을 제대로 시켜주었습니다. 온 마을이 울리도록 쩌렁쩌렁하면서도 서정적인 목소리로 "목련화" "아침이슬" "친구여" "향수" 등을 불러 주었지요. 마지막 앵콜 곡으로는 진도아리랑을 "괴산 아리랑"으로 바꿔서 생일 잔치 피날레를 제대로 해주었습니다.
실은 이 공연은 책방의 오랜 친구인 황정혜 이재광 님 부부가 환갑을 기념하여 책방 생일잔치에 공연 후원을 해준 것입니다. 남들은 환갑여행을 떠나지만, 대신 뜻깊은 자리에서 책방과 본인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는 것도 의미있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실은 고양이가 그려진 책방 간판이 이들 부부의 딸인 가윤이가 중학교 때 그려준 그림인 것입니다.
이날 저는 또 엄청난 케이크를 선물받았는데요, 제 오랜 책친구들인 '북원스' 친구들이 아이돌 조공으로 바치는 생화케이크를 선물로 들고 왔어요. 엄청난 가격과, 더 엄청난 화려함과 위용에 우리 모두 반해버렸지요.
최향랑 작가님은 갓 출간된 신작 "숲속 재봉사의 옷장" 사인회로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부부가 함께 오셔서 생일 축하도 해주시고, 애장품과 굿즈까지 너무 많은 선물을 들고 와주셨어요.
4월27일 토요일에 공연을 비롯한 메인 행사들이 있어서 이날 손님들이 많이 다녀가셨어요....떡을 세 말 했는데 이틀에 걸쳐서 다 나갔으니 아마도 백 명 넘게 오신 것 같고요. 토요일에 손님들이 많이 몰려서 일요일에는 조금 한산하긴 했지만 그야말로 갓 나온 신간 그림책을 들고 '괴산의 딸' 김윤이 작가님이 방문, 사인회를 가졌습니다.
"평창빌라 반달이 관찰기"라는 아주 예쁜 고양이 그림책이에요.
28일 일요일에는 제천 '내보물1호' 작은도서관 백영숙 관장님이 아코디언을 들고 오셔서 잔잔하게 배경 음악을 깔아 주었어요. 덕분에 햇살 가득한 봄날 정원에서 맑고 예쁜 아코디언 소리를 실컷 감상했습니다.
이틀 동안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의 기쁨과 추억은 오래 잊지 못할 감동입니다.
한갓진 시골 마을에 작은 책방을 열어 때론 웃으며, 때론 울며, 가끔은 서럽고, 또 가끔은 벅찬 맘으로 하루하루 지내오기 십 년 세월....시간의 힘은 놀라워서 외롭던 우리에겐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는 많은 독자들이 생겼고,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 사랑방으로 잘 뿌리를 내렸습니다.
책방을 내기 훨씬 이전부터도 친구였던 이들, 책방을 연 후 만나 무한한 애정을 보내준 독자들, 괴산에서 만나 절친이 된 이웃들, 책방의 십 년을 고스란히 지켜봐주었던 이들....그 이야기와 만남은 그야말로 천일야화처럼 끝도 없이 이어지고, 여기에선 아주 아주 작은 부분만을 전해드릴 수 있겠죠.
모두들 앞으로의 10년을 이야기하지만....글세요....뭔가 결기 가득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쳐보지 못하는 것은....여전히 차갑고 엄혹한 독서문화 환경 때문일 것입니다. 거창한 결심을 내뱉기보다는 그저 내일도 오늘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책방의 일상을 또 살아 가보려 합니다. 이만큼의 세월이 또 흘러 책방의 20년을 기약할 수 있다면,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질까요.....
너무나 작고 여린 풀같은 숲속작은책방과 지난 십 년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