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은 책방지기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해입니다.
생물학적 나이로 60세, 환갑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책방지기 부부는 둘 다 60대에 돌입했습니다.
도시를 떠나기로 작정하고 괴산에 이주해 산 것도 14년이 되었어요, 2024년은 숲속작은책방 10년이 되는 해였죠.
작은책방 십 년, 성과와 보람은 무엇이었는지, 반성과 후회는 무엇으로 남아졌는지 생각하고 정리하며 지난해를 보냈습니다.
앞으로 또 십 년이 내게 주어질까, 주어진다면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까를 생각했습니다.
잔뜩 무거워진 몸은 내게 주저앉으라, 가만 누워있으라 말하지만 여전히 짓눌리지 않은 작은 마음이 한 켠에 남아있어 자꾸만 닿지 않는 손으로 가려운 등과 겨드랑이를 긁어 봅니다. 듬성듬성 깃털이 떨어져 나갔을지언정, 잘리고 베어졌을지언정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은 날개가 꿈틀꿈틀 살아 오르는 걸 느낍니다.
부러지고 늙어버린 날개로 멀리 높이 날 수는 없겠지만, 이 가려움을 멈추는 길은 남은 날개라도 다시 한 번 펴보는 것일테지요. 파드득 날갯짓이라도 하다 보면 여기 아닌 어딘가, 그리운 바다 근처를 살짝 넘보기라도 할 수 있을테지요.
저의 2025년은 그렇게 짓눌리지 않고 남아있는 작은 마음 하나, 꺾여지고 접혀있던 날개 한 짝을 잘 돌보고 손질해 잠깐이나마 짧은 거리나마 날아봤으면 합니다.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일들, 욕망이든 혹은 이상이든, 개인으로든 책방 일로든.......
십 년의 세월이 작은 단편으로 모여있는 책방 계단, 많은 것을 쌓아두고는 '무소유'를 걸어놓고 있는 모순된 삶의 현장.
그동안 숲속작은책방이 받아왔던 사랑과 관심, 응원과 연대가 여기 모여 있습니다.
2025년에도 괴산 숲속작은책방의 일상은 변함없이 계속됩니다.
찾는 분들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숲속작은책방에 와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분들이 오십니다.
십 년 전 오셨던 분, 혹은 몇 년만에 한 번씩 오시는 분들이 아직도 문을 열고 이곳에 있어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해주십니다.
지역에서 책방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방문하고 책을 구매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덕택에 책방은 오늘도 안녕합니다.
2025년의 숲속작은책방도 많이 지켜봐주시고 사랑해주세요.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한 해, 조금은 더 나아진 세상에서 우리 함께 조금 더 행복하기로 해요.
을사년 새해 아침에 책방을 아껴주시는 독자님들, 책친구들 모두 행복과 안녕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