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수요일' - "낭독과 필사의 밤"
그 첫번째 순서인 도종환 시인 초청 낭독의 밤이 깊은 감동과 함께 마무리되었습니다.
정원은 15명이었지만 20명이 함께해 더 풍성했던 시간.
나를 시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는가, 라는 질문 아래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이야기하고
어린 시절 혹독했던 가난과, 좌절된 꿈과, 그럼에도 꽃을 사랑하던 어머니의 여리고 선한 마음씨를 들려주셨습니다.
시인이 될 생각은 없었으나 가정 형편 때문에 미술대학 진학이 좌절되고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가게 된 이야기.
거기서 문학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시를 만나게 된 이야기.
교사가 되어 안정된 생활을 이루게 되나 했지만 결혼 2년만에 아내와 사별하고 그 절절함과 비통함으로 써내려간 시가 그 유명한 <접시꽃 당신>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이 시를 알지 못하겠지만 우리들의 청년기에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던 바로 그 시집이죠. 독자들은 어찌나 섬세한지 시인이 울면서 쓴 시는 독자들도 함께 울면서 읽는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아프고,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를 시와 함께 건너온 시인의 삶은 아주 먼 옛날 이야기 같으면서도 새삼스레 우리들 마음을 적셨어요.
베스트셀러 시인이면서 전교조 해직 교사로 민족문학작가회의 등에서 활동하던 시인은 2012년, 정치권의 제의를 받습니다. 문화예술계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오라는 제안이었죠. 그때 선배 작가 여덟 분을 모셔놓고 긴 회의를 했다고 해요. 백낙청, 염무웅 등 선배들은 찬성을 하고 신경림 선생님 등은 반대를 했는데 정확히 4:4로 의견이 갈려서 긴 긴 회의 끝에 결국은 국회로 가셨다고 했습니다. 대신 가서 일을 열심히 하고 문학으로 다시 꼭 돌아오라는 선배들의 고언을 늘 마음에 새기며 일을 했다고요.
국회의원을 거쳐, 문화체육부 장관직까지 권력의 자리에 있으면서 정치권에 대한 많은 회한이 있으셨겠지요. 그런 순간순간에도 시 쓰기를 멈추지 않고 모아두었던 글들을 엮은 시집이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입니다. 분열과 갈등과 어둠의 시대, 그 한복판에서 어떻게든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이 여기 모인 시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십 여년 정치 역정을 끝내고 다시 본연의 자리, 문학으로 돌아왔습니다.
소요로 가득한 세상에서 어떻게 나의 고요함을 지켜낼 것인가를 화두로 잡아 시를 썼고 <고요로 가야겠다> 시집이 나왔습니다.
표지마저도 고요한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이 너무 좋아서, 시인으로 다시 돌아온 그분이 너무 반가워서 이번 행사에 초청 작가로 모시게 되었는데요. 고요한 숲속의 밤, 이 시를 낭독하는 분의 목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행사를 진행하기 이틀 전, 도종환 시인의 새 산문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직 서점에 깔리기도 전이지만 얼른 출판사에 연락해서 책을 받았어요.
세상 곳곳은 불타는 전쟁터와 같고, 화염 속에서 우리는 늘 상처받으며 삽니다.
상처를 회복한다는 것은 상처받기 이전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 아니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아픔과 결별하고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그것이 완전한 회복이라고요.
그렇게 우리는 상처와 결별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고요하고, 다정하고, 따뜻했던 시간이 모두 끝나고 멀리 서울에서 방문한 북스테이 친구들과, 시인을 만나기 위해 용인에서 퇴근하고 부랴부랴 달려와 또 밤길 달려갔던 독자와(행사 공지가 나가고 맨 처음 신청을 해주셨어요), 괴산 이웃들 모두모두 좋았던 시간을 마음에 담고 가셨습니다. 시집도, 새로 나온 에세이도 여러 권씩 꼭꼭 담아가셨지요(책방지기 흐뭇).
이 행사는 괴산책문화네트워크가 괴산문화원과 함께 진행하는 "문화가 있는 수요일"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책문화네트워크 회원들이 한 번씩 행사를 맡아 돌아가며 진행하고 있는데요. 함께 모인 기념으로 사진도 남겨 봅니다.
함께 모여 시를 읽는 일,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에 유행가요처럼 누구나 다 마음에 품고 살았던 도종환 시인의 시 두 편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