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절반은 바닷가 망망대해, 빛나는 윤슬을 바라보며 살고
한 달에 또 절반은 숲과 뜰에서 분냄새 가득한 봄꽃의 향연을 만끽합니다.
제주에서 며칠 보내다 괴산으로 돌아오니 벚꽃이 만개한 계절이 되었어요.
책방 뒷뜰에 벚꽃이 눈처럼 내려 쌓이고, 일주일 정도 괴강길은 벚꽃 절정입니다.
일년에 한 번 이 길을 걸어 산책합니다.
어제는 이 길에 벚꽃이 절정이었는데, 오늘은 꽃이 많이 졌어요.
하루 사이에 봄을 앓다가, 또 봄을 잃는 너.
하루 사이에 벚꽃은 멀어져 갔지만 책방 정원에는 봄날의 여러 꽃들이 계속 피어납니다. 개복숭아라, 먹을 수는 없지만 꽃 만큼은 중국 드라마의 선계처럼 달뜬 분홍을 보여주는 복사꽃.
<삼생삼세 십리도화>에는 CG임이 너무나 명확해 조금 우습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도화원이 화면 가득 펼쳐지지요. 누구라도 사랑에 빠져들고 어떤 불행한 이도 행복에 겨울 듯한 분홍의 풍경. 그 복사꽃을 내 집 앞마당에서 보는 설렘과 즐거움이 큽니다.
이제 막 연두빛 물이 오르는 덜꿩나무, 그리고 꽃이 피면 온 마당에 말할 수 없는 향기를 풍겨대는 꽃댕강나무. 아래로는 이제부터 초겨울까지 내내 피고지며 우리를 즐겁게 할 빈카가 무성하게 살아 오릅니다.
매년 봄이 되면 털깎이를 고민해야 하는 우리 하얀 공주님의 저 푸석하고 무성한 털들....벌써부터 털이 엉켜서 매일 밥 먹을 때마다 살금살금 가위질을 해주는데, 정말 한 번 시원하게 저 털 좀 이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역시 열 여섯 살 할배 냥이가 되어 털도 윤기가 사라지고 다리도 절뚝이며 기관지 협착에도 시달리지만, 그럼에도 나른하게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나비 할배. 여생이 부디 평안하길.
별채 앞에 분꽃 향 가득한 책방의 봄이 저는 정말 좋아요.
십년도 넘게 우리 집 마당에서 해마다 봄이면 끈질기게 살아나는 무스커리.
좁은 마당 안에서 이쪽으로, 저쪽으로, 이사를 참 열심히도 다녔는데도 계절을 기억해서 이렇게 해마다 곱게 피어나주니 참 고맙기도 하죠.
며칠 전 팝업북 전시 관계로 청주 "그림책정원1937"에 들렀다 AI 스페이스에서 장난처럼 그림 한 장 남겨 보았어요.
대충대충 고양이 한 마리와 나무를 그렸는데 그럴듯하게 완성시켜주네요.
그저 나는 윤곽만 그렸을 뿐인데 어찌 이렇게 우리 나비와 닮은 아이를 만들어주었는지 기특해서 저장해왔습니다.
숲속작은책방 정원이 가장 빛나는 계절, 지금부터 6월까지....아름다움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마을 전체가 신이 내린 선물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이 계절에 숲속작은책방에 나들이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