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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대구 10월문학회 이정연선생님께서 광주비엔날레에설치된 경산코발트 유해안치콘테이너 참배후 올린글입니다

작성자나정태 부회장|작성시간14.10.28|조회수70 목록 댓글 4

유족의 나라 2 - 광주 비엔날레 임민욱 작가의 를 보고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게 급해서 땅을 파고 흙을 덮어 묻는 과정도 생략하기 위해 폐광산의 수직굴을 열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총을 맞은 몸과 그 몸에 같이 묶여 있다 함께 고꾸라진 몸들이 팔십 미터나 겹겹이 쌓인 채 피와 수분이 빠지고 살이 썩어 나가고 마지막 남은 뼈와 뼈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서로에게 섞여든 지 54년 만에 제 아비의 유해를 찾아 들어온 불빛들 아, 이제는 제대로 쉴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동굴을 벗어나 간 곳은 언덕 위 컨테이너 안이었다 비와 눈을 맞으며 컨테이너가 녹슬어 갈 동안 같은 종류의 뼈들끼리 담긴 상자 속에서 여름엔 익고 겨울엔 얼기를 반복하며 다시 10년을 보냈다 2014년 어느 여름 날,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유족들은 갈 곳 없는 제 아비의 유해를 안고 산으로 끌려가던 64년 전 그날처럼 검은 안대를 한 채 길 없는 길을 찾아 광주까지 와서 오월의 어머니들이 내미는 손을 붙잡는다 24년 전에 아들을 잃은 오월의 어머니들이 바닷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십대 이십대에서 삶을 멈춘 제 자식들 대신 평생을 설움으로 살다 늙어버린 자식들의 손을 잡고 아비와 아들을 뺏아간 국가의 국기 앞에서 충성을 다하겠다는 맹세를 한 후 행사를 시작하는 나라 광주 비엔날레 마당에 놓인 두 개의 콘테이너 안에서 입 없는 입으로 외치는 진실은 소리가 없어서 귀 가진 자라고 다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역사의 눈을 가진 자 양심의 심장을 가진 자에게나 겨우 들릴 듯 말 듯한 소리가 가을 볕 사이로 나즈막히 중얼중얼거린다 그들이 긴 시간 지켜보고 있는 어떤 나라는 유족이거나 유족이 아니거나 두 부류의 국민이 있는데 아이가 노인이 되도록 눈물 한 번 닦아 준 적 없으면서 제발 좀 그만 울라고 소리지르는 그 나라는 유족인 국민이 자꾸 늘어갈 수밖에 없더라고 그나저나 아직도 수직굴 물 속에 있는 내 오른팔 뼈들은 언제쯤 건져 올 수 있으려나 한숨으로 또 하루 해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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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문철 | 작성시간 14.10.28 안타까운 일입니다
  • 작성자사무처 | 작성시간 14.10.28 살인공화국의 주역들의 후손들이여! 이참혹한 현실의 고통이 너의것이 되어 돌아올것이다.
  • 작성자어리버리625 | 작성시간 14.10.29 구천에서 울부짖는 소리를 듣지못하는 위정자들의 책임인데 그 책임을 지는자 없으니 애처롭고 통탄할 일이로다
  • 작성자budda0714 | 작성시간 14.10.31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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