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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회 소식

노근리 평화공원이 신음하고 있는 까닭은?

작성자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작성시간12.10.03|조회수55 목록 댓글 0

노근리 평화공원이 신음하고 있는 까닭은?

 

노근리 주민들의 진실구명 활동

 정은용 노근리사건 희생자유족회장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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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주민들의 진실구명 활동은 1960년 10월부터 시작되었다. 노근리 주민을 대표해 정은용씨가 미국정부(서울소재 주한미군소청사무소)에 노근리 사건에 대한 공식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청구서 제출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처리기간이 지나 배상할 수 없다고 답변한다. 이들은 같은 해 12월 재차 청구서를 제출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정은용씨는 1977년 10월 노근리 사건을 다룬 중편소설 <버림받은 사람들>을 발표했다. 그리고 1994년 4월 노근리 사건을 다룬 실화소설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를 출간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연합통신이 4월 29일 노근리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한다. 노근리 주민들은 같은 해 6월 '노근리 미군 양민학살사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정은용씨를 위원장에 추대한다. 7월 5일에는 대책위원 5명이 주한 미국대사관을 방문하여 미국정부의 공식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진정서 제출한다. 그리고 다음날 이들은 청와대에 사건해결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한다.

 노근리사건 조사결과 보고서(2001)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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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7월 7일 외신으로는 AP통신이 노근리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다. 이렇게 해서 노근리 사건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같은 해 10월 5일 노근리 사건 대책위원회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공식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한다. 1999년 9월 30일에는 AP통신이 노근리 사건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노근리 사건의 진상을 상세히 보도한다. 이를 통해 미군에 의한 노근리 양민학살은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된다.

10월 1일과 2일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노근리 사건의 진상규명을 지시했고,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 대책반이 구성되었다. 10월 22일에는 노근리사건 피해자 신고 접수가 시작되었고, 2000년 1월 10일에는 미국 육군성 장관이 현장을 답사하고 대책위 및 생존피해자들과 면담했다. 1년 동안 피해자 면담, 피해현장 조사, 가해자 면담, 문서 연구 등을 한 양국정부는 2001년 1월 12일 노근리 사건에 관한 진상조사 결과를 공동 발표했다. 그리고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깊은 유감을(deeply regret) 표명했다.

반전에서 평화로

 노근리 평화공원 조감도
ⓒ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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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한미 양국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 후에도 노근리 사건 희생자 유족회는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하며 다각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3년 후인 2004년 2월 9일에는 국회에서 노근리 사건 희생자 및 유족 심사와 명예회복을 위한 노근리 사건 특별법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를 근거로 노근리 사건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고,  226명을 희생자로 2240명을 유족으로 최종 결정했다.

그리고 2005년에는 노근리 역사공원 조성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노근리 사건을 역사 현장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4년이 지난 2009년에는 노근리 역사공원이 평화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더욱이 9월과 10월에는 청주 MBC에서 <노근리는 살아 있다>는 3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하기에 이른다. 이곳에는 노근리 사건의 진실, 진실구명을 위한 주민들의 노력, 반전에서 평화로 나가야 하는 당위성 등이 자세히 그려지고 있다.

 반전과 평화를 상징하는 두개의 플래카드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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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년 동안 노근리 사건 희생자 유족회 중심으로 행해진 대표적인 반전, 인권, 평화 업무와 행사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노근리 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11회), 인권 백일장 및 독후감 쓰기(7회), 세계 대학생 인권평화 캠프(4회), 평화기념관 실시설계, 국제평화 학술대회(3회), 노근리 평화상 시상(2회), 노근리 평화기원 음악회, 노근리 사건 사진작품 전시회.

노근리사건은 이제 반전과 인권에서 평화로 어젠다(Agenda)가 넘어가고 있다. 2011년 10월 27일에는 노근리 쌍굴다리 건너편 4만평의 부지 위에 평화공원이 조성됨으로써, 평화를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다. 평화공원에는 현재 평화기념관, 위령탑, 조각공원, 평화기원 마당, 야외전시장, 교육관 등이 있다. 노근리 평화공원은 노근리에서 희생된 영혼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보여주는 역사관으로, 앞으로 노근리가 나가야 할 평화의 전당으로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이제 평화의 역사를 새로 쓰자

 평화기념관을 안내하는 정구도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이사장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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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근리 국제평화재단 이사장 정구도 박사는 이제 '노근리 사건을 통해 평화의 역사를 새로 쓰자'고 말한다. 평화와 관련된 학술행사, 문화행사, 예술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서 노근리가 평화의 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노근리를 넘어서(Beyond Nogunri), 세계로 나가자고 말한다. 국내적으로는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재단 등 NGO단체와 연대해 평화운동을 전개하고, 국제적으로는 교토 세계평화박물관, 게르니카 평화박물관재단 등과 교류·협력할 계획이다.

그러한 로드맵의 하나로 정구도 이사장은 반전과 평화 박물관 종사자들의 모임인 INMP(International Network of Museums for Peace) 세계총회를 유치했다. INMP를 우리말로 옮기면 국제 평화박물관 네트워크로 해석할 수 있겠다.  INMP는 비영리 교육단체로, 평화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하고 전시함으로써 평화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평화관련 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게르니카 평화박물관
ⓒ 게르니카 평화박물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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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MP는 평균 3년 간격으로 세계총회를 개최한다. 1992년 영국의 브래트포드에서 제1차 총회를 개최한 후 2011년 바르셀로나 총회까지 7회를 개최했다. 정구도 이사장은 제7회 바르셀로나 총회에 참석, 논문 발제를 통해 노근리 사건의 진상을 알렸다 그리고 총회 유치운동을 벌여 스웨덴의 웁살라를 제치고 2014년 세계총회를 유치했다. INMP 홈페이지는 노근리 평화기념관 사진과 함께 세계총회에 대한 기대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INMP는 2004년 9월에 열리는 8차 세계총회를 고대하고 있다. 총회는 대한민국의 노근리에서 열리며, 노근리 국제평화재단이 주최할 것이다. 정확한 날짜, 주제, 등록 등에 관한 사항은 웹사이트와 뉴스레터를 통해 발표될 것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노근리 평화공원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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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예산이다. 지금까지 노근리 국제평화재단은 정부로부터 매년 국비 3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국비의 20%에 해당하는 6000만 원의 군비를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재단을 운영하고 각종 학술·문화·예술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들 예산은 평화공원 관리 및 운영비로 쓰이고, 재단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건비로 지출되고, 행사 진행비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금년부터 군비 지원이 끊겨, 학술·문화·예술행사를 대폭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노근리 국제평화공원 자체 수익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산을 축소하는 것은 재단의 목줄 조이기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2014년 INMP 세계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정구도 이사장은 예산 확보 때문에 한숨을 지나 신음을 하고 있다.

 노근리 평화공원 교육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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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국비의 20%를 지원하면 도에서는 30% 정도는 지원해야 한다고 정 이사장은 주장한다. 그리고 교육관을 연중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 각급 학교가 이곳 노근리에서 역사교육 체험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실시하는 해외공직자 인권평화교육도 노근리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한다.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스스로도 노력해야겠지만 정계, 관계, 학계에서 도와주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근리 평화공원은 지난해 준공되었지만, 갈 길이 더 높고 멀다. 어떤 단체나 시설이 출발한 후 10년 내 자리를 잡지 못하면 도약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노근리 국제평화재단은 INMP총회를 도약과 국제화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노근리 사건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노근리를 영원히 살게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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