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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작

이름이 사라진 현수막

작성자모니카|작성시간26.06.06|조회수16 목록 댓글 1

이름이 사라진 현수막

 

장정아

 

  D 중학교를 지나가다 교문에 걸린 현수막 하나에 눈길이 멈췄다.

‘2026년도 대구광역시 청소년체육대회 배드민턴 개인전 1, 2, 3.’

학생들의 뛰어난 성적을 알리는 현수막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입상자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 ○○, ○○’.

  이름의 끝 두 글자가 동그라미로 가려져 있었다. 저 정도 대회에서 입상했다면 학생 개인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그런데 정작 축하받아야 할 이름은 ○○뒤로 숨겨져 있었다.

  교문 위로 펄럭이는 현수막은 학생의 영광을 기리는 글이 라기보다 학교의 실적을 내세우는 홍보 문구처럼 느껴졌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예전에는 대학에 합격만 해도 동네 어귀에 현수막이 걸리던 시절이 있었다. 시골에서는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만 해도 서울대에 들어간 것처럼 온 집안이 잔치 분위기였다.

쟈가 우리 집안 조카다. 이번에 서울 대학에 들어 갔다 아이가.”

친척들도 제 일처럼 어깨에 힘이 주었다.

  내게도 그런 자랑스런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늘 우등상을 받아왔다. 그때는 지금처럼 상이 흔하지 않아서 반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야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종업식을 마치고 성적표와 상장을 받으면 부모님께 자랑할 생각에 마음이 들떠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그때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부모님은 받은 상장을 액자에 넣어 대청마루 벽에 쭉 걸어 두셨다. 동네 지인이라도 놀러 오면 액자를 가리키며 자식 자랑을 잊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 어머니의 낙이자 기쁨이었다이렇게 이름 석 자를 드러내는 일이 집안의 자랑이요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름을 밝히는 일이 무척 조심스럽다.

 

  몇 년 전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한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온라인에서 특정인의 신상을 퍼뜨리며 집단으로 공격하는 이른바 좌표 찍기문화에 희생된 것이다. 그 뒤로 공공기관은 직원 보호를 위해 홈페이지 등에서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학교 현수막의 ○○도 그런 시대의 불안에서 생겨난 풍경일 것이다. 혹시라도 이름이 알려져 해나 입지 않을까 걱정하며 기쁜 일도 드러내지 못하고 조심스레 감춰야만 하는 세상. 칭찬받을 일도 마음껏 내보이지 못한다니, 참 이상한 시대다.

 

  그런데 거리를 나오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선거철이 되자 거리에는후보자의 현수막이 빼곡하게 걸려있다. 정작 공약은 잘 보이지 않고 이름 석자만 유난히 크게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는 이름을 감추고, 누군가는 이름을 크게 내건다. 이름조차 마음놓고 드러내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만 같다.

 

  문득 k 대학에 근무하던 시절이 떠 올랐다. 80년대에는 지금처럼 개인정보에 민감하지 않았다. 학생의 인적 사항만 확인되면 가족에게도 각종 증명서를 발급해 주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오 십대 부인이 학적과에 와서 성적증명서를 떼달라고 했다. 딸 대신 왔다고 했지만, 학번도 제대로 모르고 말끝도 흐린게 어딘가 수상했다. 이상하게 여긴 담당자가 관계를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며느릿감으로 점찍은 학생의 성적을 확인하러 왔다는 것이다. 요즘 같으면 개인정보 침해로 고소당할 일이었다. 담당자는 서류 발급 대신 학생의 성적이 우수하고, 품성도 훌륭하다.’고 말해주고 부인을 돌려보냈다. 그 말에 부인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얼굴로 돌아갔다한다.  아마도 그날 그 부인은 신랑신부의 사주를 가지고 철학관에서 택일이나 하지 않았을까.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또 예전 산골 마을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면 산길이 미끄러워 이동이 힘들었다.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우편배달부가 편지 뭉치를 아예 아랫마을에 맡겨두고 가는 일도 있었다. 윗마을 사람들은 눈만 내리면 으레 아랫마을로 내려와 자기 편지를 찾아가곤 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고, 편지 유출 사건 감이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런 허술함 속에도 믿음과 정이 있었다.

 

  요즘 개인정보 관리하느라 힘들 때가 많다. 비밀번호를 여러 번 바꾸다 보면 내가 적은 비번을 내가 몰라 당황할 때가 있다. 개인정보를 지키려다 본인 확인에서 본인이 탈락하는 세상이다물론 개인정보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름을 마음 놓고 자랑하지 못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교문 위에서 펄럭이던 '○○' 현수막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이름 석 자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 현수막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벅찬 가슴으로 올려다보는 아이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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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형국 | 작성시간 26.06.08 개인 정보 관리, 참으로 힘든 관리에요. 저도 모르게 공개되어지더라고요. 제 경우 개인정보가 어떻게 흘러나가 그런지, 이번 선거에 표 부탁하는 지역이 꽤나 많았어요. 경기 용인, 경북 경산, 영천, 포항, 경북도 의 시장 도의원 시의원 구의원 교육감 등 내가 언제 내 정보를 이리 줄줄 흘리고 다녔나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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