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_37. 육중품(六重品)[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존자 사리불은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사리불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사위성에서 여름 안거를 마쳤습니다. 이제는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며 교화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사리불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떠나갔다.
사리불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어떤 비구가 사리불을 비방하려는 마음으로 세존께 아뢰었다.
“사리불은 비구들과 다투고는 참회하지도 않고, 지금 사람들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빨리 가서 내가 사리불을 부른다고 일러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목련과 아난에게 분부하셨다.
“너희들은 절 안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세존이 있는 곳으로 모이게 하라.
왜냐하면 사리불이 삼매에 들어 여래 앞에서 사자처럼 외치려 하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모두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모였고,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의 분부를 받은 비구는 곧 사리불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사리불은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그대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행실이 나쁜 어떤 비구가 이곳으로 찾아와,
‘사리불 비구는 다른 모든 비구들과 다투고는 참회하지도 않고 사람들 세상으로 나가 유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과연 그런가?”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의 생각에 맡기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안다. 그러나 지금 대중들이 모두 의심하고 있다.
그대는 대중들에게 말하여 그대의 결백을 알려야 할 것이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나이 80이 되어가도록 늘 생각해 왔습니다.
즉 일찍이 살생한 적이 없고 거짓말한 적이 없으며, 설사 장난칠 때라 하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또 일찍이 남들과 다툰 적도 없습니다.
만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라면 혹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마음이 깨끗한데, 어떻게 저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겠습니까?
저 땅은, 깨끗한 것도 받아들이고 더러운 것도 받아들이며, 똥ㆍ오줌 등 더러운 것도 모두 받아들이고 고름ㆍ피ㆍ눈물ㆍ가래마저도 거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저 땅은 나쁘다고도 말하지 않고, 좋다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온전하지 못한 자라면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마음이 바른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저 물은, 좋아하는 물건도 깨끗하게 하고 좋아하지 않는 물건도 깨끗하게 하며,
저 물은,
‘나는 이것은 깨끗이 하고 이것은 그만두자’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와 같아서, 달리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떠나 유행할 수 있겠습니까?
맹렬한 불은, 산과 들을 태우며 예쁘고 추한 것을 가리지 않고 끝내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저도 그와 같거늘,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툴 생각이 있겠습니까?
땅을 쓰는 빗자루는, 예쁘고 추한 것을 가리지 않고 모두 쓸며 끝내 다른 생각이 없으며,
또 두 뿔이 잘린 소는, 너무도 얌전하고 사납지 않아 잘 다룰 수 있어, 마음먹은 곳으로 끌고 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제 마음도 그와 같아서 헤치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전다라(旃陀羅) 여인은, 헤진 옷을 입고 세상에서 걸식하면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다른 생각이 없는데, 다툼을 일으키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기름 가마가 군데군데 부서졌다면, 눈 가진 사람은 누구나 곳곳에서 기름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아홉 구멍으로 더러운 것들이 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들과 다투겠습니까?
나이 젊고 얼굴이 단정한 여자의 목에 죽은 송장을 걸치면, 그 여자는 싫어하고 괴로워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그와 같아서 이 몸을 싫어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그와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범행을 닦는 이와 다투고 멀리 유행을 떠나겠습니까?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도 그것을 아시고, 저 비구도 그것을 알 것입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저 비구가 제 참회를 받아 주기를 바랍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스스로 참회해야 한다.
왜냐하면 만일 참회하지 않는다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부서질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때 그 비구는 두려운 생각이 들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사리불께 잘못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사리불에게 참회하라.
만일 그러지 않으면 네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그러자 그 비구는 곧 사리불에게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원컨대 제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제가 어리석어 진실을 분별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비구의 참회를 받아 주고, 또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져 주어라.
왜냐하면 만일 이 비구의 참회를 받아 주지 않으면, 머리가 일곱 조각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리불은 손으로 그 머리를 어루만지며,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그대 참회를 받아 주겠소.
그대는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과 같았지만, 우리 불법은 매우 넓고 크오.
그대는 이제 제때에 뉘우칠 줄 알았으니, 훌륭하오.
내 이제 그대의 참회를 받아들이겠으니, 이후로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마시오.”
그래도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였다.
사리불은 다시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마시오.
왜냐하면 지옥에 들어가는 여섯 가지 법이 있고, 천상에 태어나는 여섯 가지 법이 있으며, 열반에 들어가는 여섯 가지 법이 있기 때문이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남을 해치려 하는 것,
‘나는 이미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켰다’고 하며 곧 기뻐 뛰면서 어쩔 줄 모르는 것,
‘나는 다른 사람들도 남을 해치도록 가르쳐 그들이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도록 하리라’고 하는 것,
남을 해치고 나서 기뻐하는 것,
‘나는 이런 향기롭지 못한 질문을 하리라’고 하는 것,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곧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이오.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나쁜 곳에 떨어지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 있다’라고 한 것이오.
어떤 것이 사람을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하는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몸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입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뜻의 계행을 완전히 갖추는 것,
목숨을 청정하게 하는 것,
죽이고 해치려는 마음이 없는 것,
질투하는 마음이 없는 것,
이것이 이른바, ‘좋은 곳에 태어나게 하는 여섯 가지가 있다’라고 한 것이오.
열반에 이르기 위해 어떤 여섯 가지 법을 닦아야 하는가?
이른바 6사념법(思念法)이니,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이른바 몸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입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뜻으로 자비를 행하여 더러움이 없는 것,
이익을 얻으면 남들과 고루 나누고 아까워하지 않는 것,
결점이 없는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키고 지혜로운 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이러한 계를 완전히 구족하는 것,
모든 삿된 소견과 바른 소견과 괴로움의 근본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성현의 출요(出要) 등, 이런 여러 소견들을 모두 분명히 아는 것,
이것이 이른바, ‘사람을 열반에 이르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라 하는 것이오.
비구여, 그대는 이제 방편을 구해 이 여섯 가지 법을 행하도록 하오.
이와 같나니 비구여,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오.”
그때 그 비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사리불의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다.
“저는 이제 거듭 스스로 참회합니다. 어리석고 미혹한 사람처럼 저는 진실을 분별하지 못하였습니다.
원컨대 사리불께서는 저의 참회를 받아 주십시오. 이후로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대의 참회를 받아 주겠소.
성현의 법은 매우 넓고 크오.
그대는 과거를 고치고 미래를 닦아 다시는 범하지 마시오.”
그때 그 비구는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