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_287. 성읍경(城邑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전생에 아직 정각을 이루지 못하였을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나는 혼자서 어느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선정(禪定)에 들어 사유(思惟)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있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있으며, 어떤 법을 인연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있는 것일까?’
곧 바르게 사유하여, ‘태어남이 있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있고, 태어남을 인연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있다.
이와 같이 존재ㆍ취함ㆍ애욕ㆍ느낌ㆍ접촉ㆍ6입처도 그와 같으며,
명색에 대해서도 어떤 법이 있기 때문에 명색이 있으며,
어떤 법을 인연하기 때문에 명색이 있는 것일까?’ 하고 사실 그대로의 빈틈없고 한결같음을 일으켰다.
곧 바르게 사유하자 ‘식이 있기 때문에 명색이 있으며, 식을 인연하기 때문에 명색이 있다’는 사실 그대로의 빈틈없고 한결같음이 생겼다.
내가 이렇게 사유했을 때, 식을 한계로 돌아오게 되고 그것을 넘어설 수가 없었으니,
이른바 식을 인연하여 명색이 있고,
명색을 인연하여 6입처가 있으며,
6입처를 인연하여 접촉이 있고,
접촉을 인연하여 느낌이 있으며,
느낌을 인연하여 애욕이 있고,
애욕을 인연하여 취함이 있으며,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이 있으며,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ㆍ병듦ㆍ죽음과 근심ㆍ슬픔ㆍ번민ㆍ괴로움이 있다.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모였다.
이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없으며, 어떤 법이 소멸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소멸하는 것일까?’
곧 바르게 사유하여, ‘태어남이 없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없고, 태어남이 소멸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이 소멸한다’고, 사실 그대로의 빈틈없고 한결같음을 일으켰다.”
이와 같이, 태어남ㆍ존재ㆍ취함ㆍ애욕ㆍ느낌ㆍ접촉ㆍ6입처ㆍ명색ㆍ식ㆍ행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씀하셨다.
“나는 다시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어떤 법이 없기 때문에 행이 없으며, 어떤 법이 소멸하기 때문에 행이 소멸하는 것일까?’
곧 바르게 사유하여,
‘무명이 없기 때문에 행이 없고,
무명이 소멸하기 때문에 행이 소멸하며,
행이 소멸하기 때문에 식이 소멸하고,
식이 소멸하기 때문에 명색이 소멸하며,
명색이 소멸하기 때문에 6입처가 소멸하고,
6입처가 소멸하기 때문에 감촉이 소멸하며,
감촉이 소멸하기 때문에 느낌이 소멸하고,
느낌이 소멸하기 때문에 애욕이 소멸하며,
애욕이 소멸하기 때문에 취함이 소멸하고,
취함이 소멸하기 때문에 존재가 소멸하며,
존재가 소멸하기 때문에 태어남이 소멸하고,
태어남이 소멸하기 때문에, 늙음ㆍ병듦ㆍ죽음과 근심ㆍ슬픔ㆍ번민ㆍ괴로움이 소멸한다.
이와 같이 이렇게 하여, 순전한 괴로움뿐인 큰 무더기가 소멸한다’고, 사실 그대로 빈틈없고 한결같이 하였다.
나는 그때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옛 선인(仙人)의 길과 옛 선인의 지름길과 옛 선인의 길의 자취를 얻었다. 옛 선인은 이 자취를 좇아갔으니, 나도 이제 따라가자. ’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광야(曠野)를 헤매며 거친 들판을 헤치면서 길을 찾다가, 문득 옛 사람이 다니던 길을 만난 경우와 같다.
그는 곧 그 길을 따라 점점 앞으로 나아가다가, 옛 성읍(城邑)과 옛날의 왕궁(王宮)ㆍ동산ㆍ목욕하던 못ㆍ수풀의 청정함을 보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왕에게 가서 고하여, 이 사실을 왕이 알게 하리라. ’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찾아가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꼭 아셔야만 합니다. 제가 광야를 헤매며 거친 들판을 헤치고 길을 찾다가, 문득 옛 사람이 다니던 길을 발견하였고, 저는 곧 그 길을 따라갔습니다.
제가 그 길을 따라 갔더니, 거기에는 옛 성읍과 옛 왕궁ㆍ동산ㆍ목욕하던 못ㆍ수풀ㆍ물 등 청정한 경지를 보게 되었는데, 대왕께서 가셔서 살만한 곳이었습니다. ’
왕은 곧 그곳으로 가 살았고, 그곳은 풍성하고 즐겁고 안온하여, 인민들이 불꽃처럼 성하게 모여들었다.
이제 나도 그와 같이, 옛 선인의 길, 옛 선인의 지름길, 옛 선인의 자취, 옛 선인이 갔던 곳을 얻었고, 나도 그 길을 따라가게 되었다.
그것은 8성도(聖道)를 일컫는 말이니, 즉 바른 소견ㆍ바른 뜻ㆍ바른 말ㆍ바른 업ㆍ바른 생활ㆍ바른 방편ㆍ바른 기억ㆍ바른 선정이 그것이니라.
나는 그 길을 따라, 늙음ㆍ병듦ㆍ죽음[老病死]과 늙음ㆍ병듦ㆍ죽음의 발생[老病死集]과ㆍ늙음ㆍ병듦ㆍ죽음의 소멸[老病死滅]과 늙음ㆍ병듦ㆍ죽음의 소멸에 이르는 길[老病死滅道跡]을 보았다.
또 태어남ㆍ존재ㆍ취함ㆍ애욕ㆍ접촉ㆍ6입처ㆍ명색ㆍ식도 마찬가지며,
행과 행의 발생, 행의 소멸, 행의 소멸에 이르는 길까지도 다 보았다.
나는 이 법을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었고,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및 다른 외도의 사문 바라문과 재가 출가자들을 위해 설법하였으며, 그 여러 사부대중(四部大衆)들은 법을 듣고는 바로 따르고 믿고 즐거워하면서 법의 훌륭함을 알았다. 그래서 범행(梵行)이 더하고 넓어져 많은 유익함을 주기 위해, 열어 보이고 나타내 드날렸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