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_19. 권청품(勸請品)[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타국(摩竭陀國)의 도량[道場:菩堤樹] 나무 밑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도(道)를 얻은 지 오래지 않았는데, 이렇게 생각하셨다.
‘내가 얻은 매우 깊은 이 법은 밝히기 어렵고 알기 어려우며, 깨달아 알기 어렵고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번뇌가 끊어진 미묘한 지혜를 가진 사람만이 깨달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이치를 분별하여 익히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곧 기쁨을 얻을 것이다.
설령 내가 남을 위해 이 묘한 법을 연설하더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받아 주지 않거나 또 받들어 실천하지 않으면, 부질없이 수고롭고 손해만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것이 좋겠다.
어찌 꼭 설법할 필요가 있겠는가? ’
그때 범천왕(梵天王)은 멀리 범천에서 여래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짧은 시간에, 범천에서 사라져서 보이지 않더니 곧 세존 앞에 나타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범천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염부제(閻浮提)는 반드시 무너지고 말 것이요, 삼계(三界)는 눈을 잃게 될 것입니다.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 이 세상에 출현(出現)하시면 마땅히 법보(法寶)를 연설하시는데, 지금 그 법을 연설하지 않고 계십니다.
오직 바라건대 여래께서는 널리 중생들을 위하여 심오한 법을 널리 연설하소서.
그리고 이 중생들의 근기(根器)는 제도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만일 법을 듣지 못한다면, 영원히 법안(法眼)을 잃게 되어, 이들은 분명 법에서 버려진 아들이 되고 말 것입니다.
비유하면 우발(優鉢)연꽃이나 구모두(拘牟頭)꽃이나 분타리(分陀利) 꽃이 비록 땅에서 나오긴 했지만, 물 위로 나오지 못해 피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은 저 꽃이 점점 자라려고 아직 물에서 나오지 않고 있지만, 혹 때가 되면 그 꽃은 물 위로 솟아오르고, 혹 때가 되면 그 꽃은 물에 젖지 않을 것입니다.
이 세상의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에 시달리고 있지만, 근기는 이미 성숙했습니다.
그러나 만일 법을 듣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만다면, 그 또한 애달프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부디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들을 위하여 설법해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범천왕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또 일체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다음 게송을 말씀하셨다.
범천이 지금 여래를 찾아와서
법(法)의 문 열어 주기 간청하나니
이 법을 듣는 사람 독실한 믿음 얻어
심오한 이 법의 요지 분별하여라.
마치 저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
중생들 무리를 두루 살피는 것처럼
내 이제 이 법을 지녔으니
높은 데 올라 법안을 나타내리라.
그때 범천은,
‘여래께서 틀림없이 중생들을 위해 심오하고 미묘한 법을 연설하실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는 곧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천상(天上)으로 돌아갔다.
그때 범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