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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불본행집경

불본행집경_13. 각술쟁혼품(捔術爭婚品) ①

작성자바다|작성시간25.06.20|조회수26 목록 댓글 0

불본행집경 제12권

 

13. 각술쟁혼품(捔術爭婚品) ①

 

“태자가 점점 장성하여 19세가 되자 정반왕은 태자를 위하여 세 때에 기거할 궁전을 지었다.

첫째는 난전(暖殿)이니 겨울을 지내려는 것이요, 둘째는 양전(凉殿)이니 여름 더위에 쓰려는 것이요, 셋째 전각은 봄ㆍ가을 두 철에 거처하려는 것이었다. 겨울에 거처하려는 전각은 따뜻하기만 하고 여름에 거처하려는 전각은 시원스럽기만 하고, 봄ㆍ가을에 거처하려는 전각은 온화함이 알맞아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았다.

또 그 궁궐 뒷동산에는 봇물이 도랑에 흘러 못과 늪을 만들고, 우발라꽃ㆍ파두마꽃ㆍ구물두꽃ㆍ분타리꽃 등 갖가지 이름난 꽃들을 재배했는데, 태자를 기쁘고 즐겁게 하기 위해서였다.

또 한량없는 사람들을 두어 각각 태자를 시중들고 호위하는 직책을 맡겼다. 어떤 이는 태자를 안마하고, 어떤 이는 태자를 부드럽게 맞이하게 하고, 어떤 이는 모든 향유를 태자에게 바르고, 어떤 이는 목욕할 때 태자를 닦아주고, 어떤 이는 목욕할 때 향탕을 받들고 머리를 물들이고 빗질해 상투를 틀고, 혹은 거울을 들어 보여 주고, 혹 바르는 향을 들고, 혹 눈약을 들고, 혹 옷에 풍기는 향을 들고, 혹 우황(牛黃)을 들고, 혹 꽃다발을 들고, 혹은 또 온갖 색깔로 지은 미묘한 옷을 들고 태자 앞에 서서 항상 받들게 하였다.

 

태자가 입는 옷은 모두 가시가 옷으로서 몸을 굽혀 들고 있다가 필요하면 곧 받들었다. 태자의 부왕 정반왕이 입는 옷도 속은 가시가였지만 겉은 그 밖의 다른 물건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태자가 입는 옷은 안팎이 모두 가시가로 만든 것이었다.

태자의 좌우 시종과 잡역을 맡은 사람과 동복(僮僕) 남녀와 뒤따르는 모든 시종들은 다 식사에 멥쌀밥과 어육과 초장과 혹은 전골이나 죽을 먹었으나 태자의 한 몸에는 따로 가장 좋고 맛난 멥쌀을 정미롭게 가려 뽑아 밥을 짓고 국과 전골과 여러 가지 차반이며 온갖 맛난 반찬과 갖가지 진수(珍羞)와 떡과 과일 등 이렇게 한량없는 것들을 날마다 따로따로 드리며 밤낮으로 힘을 들여 각각 새로 만들어서 태자에게 드렸다.

또 밤에 유희할 때 이슬이나 서리나 바람을 탈까 해서, 혹은 낮에 유희할 때도 먼지와 티끌이나 햇빛을 막기 위해서 태자 위에 흰 일산을 덮었다.

 

그때 정반왕은 점점 자라나는 태자를 보고 마음속으로 아사타 선인이 수기하던 말을 다시 생각하고, 모든 석가족 원로 대신들을 모아 이런 말을 하였다.

‘그대들 친척들은 듣지 못했는가?

나의 태자가 처음 났을 때 상을 보는 바라문과 아사타를 불렀더니, 태자가 만약 집에 있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출가하면 반드시 위없는 도를 성취하리라 수기하지 않았는가?

우리들은 이제 어떤 방편을 써야 이 동자를 출가하지 못하게 하겠는가?’

 

석가족 친족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제 빨리 태자를 위해서 따로 궁실을 짓고 모든 채녀들과 즐겨 놀도록 하소서. 그러면 태자는 그것을 버리고 출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아사타가 수기한 것은

결정코 어김이 없어라.

모든 석가족이 궁전 짓기를 권하여

출가하지 않도록 바랐노라.

 

‘이러한 방편으로 우리들 석가족이 흥성하면 모두가 공경하고 존중하여 좁쌀같이 많은 왕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반왕은 또 그들에게 일렀다.

‘그대들은 잘 살펴보라. 어느 석가족의 딸이 우리 태자 실달다의 비가 될 만한가?’

 

그때 5백의 석가족들이 각각 소리내어 외쳤다.

‘내 딸이 태자의 비가 될 만합니다이 말은 범본에는 모두 두 번씩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하였다.’

 

정반왕은 다시 생각했다.

‘만약 내가 오늘 태자와 함께 이런 의논을 하지 않고 어떤 여자를 취하여 그의 비를 삼았다가 만약 뜻에 맞지 않으면 어기고 저버릴 것이요, 그렇다고 내가 이제 태자와 함께 의논하자니, 태자는 뜻이 깊어서 마침내 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의심이 생긴다. 어떤 방편을 쓸 것인가?’

 

또다시 생각했다.

‘나는 이제 갖가지 보배로 태자에게 노리개[無憂器]를 만들어 주어 태자가 여러 여인들에게 보시하게 하고 가만히 사람을 시켜 그의 마음을 살피게 하리라.

저 태자의 눈이 누구에게 가는지를 보아서 나는 그를 비로 맞아주리라.’

 

정반왕은 즉시 금ㆍ은과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한 노리개를 만들게 하고 나서 가비라성에서 요령을 흔들며 말하였다.

‘지금부터 7일 만에 우리 태자가 석가족의 모든 처녀들을 보고자 한다. 보고 나서 온갖 보배로 된 갖가지 노리개를 주고자 하니, 성안의 모든 처녀들은 나의 궁문에 다 모이라.’

 

6일이 지나고 7일째가 되어 태자가 먼저 궁문 앞에 나가 바구니를 끼고 앉았다.

이때 성안의 모든 처녀들은 다 갖가지 보배 영락으로 몸을 장식하고 궁문에 모여 와서 태자를 보고 난 뒤에 갖가지 보배로 된 노리개를 받고자 했다.

태자는 모든 처녀들이 오는 것을 보고 곧 갖가지 보배로 된 기물을 그 처녀들에게 베풀었다.

사방으로부터 태자를 보러 온 여자들은 이 태자의 위덕에 눌려 태자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그저 보배 기물만 받고 각각 머리를 숙인 채 빨리 지나갔다.

보배 기물도 다하려 할 무렵 마지막으로 어떤 바사타족으로 석가족 대신 마하나마의 딸 야수다라가 앞뒤로 모든 시종과 많은 여종들에게 에워싸여 왔다.

그녀는 멀리서 태자를 보면서 꼿꼿하게 눈길을 쏟고 눈을 들어 아담하게 걸으며 곁눈질하지 않고 정면을 바라본 채 점점 태자 앞으로 가까이 왔다.

그리고는 서로 아는 사이같이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이 태자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태자여, 이제 저에게 온갖 보배로 된 노리개를 주소서.’

 

태자는 대답하였다.

‘그대는 너무 늦게 왔으므로 모두 다 주고 없노라.’

 

그녀는 다시 태자에게 아뢰었다.

‘저에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당신은 이제 저를 속이고 보배 기물을 주지 않습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그대를 속이지 않노라. 다만 그대가 뒤늦게 와서 받지 못하였을 뿐이다.’

 

그때 태자의 손가락에는 만 냥이나 되는 가락지가 있었는데 손가락에서 빼어 야수다라에게 주었다.

야수다라는 태자에게 여쭈었다.

‘제가 당신에게 겨우 이 정도의 가치밖에 없습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내가 입고 있는 대로 그 밖에 영락이라도 마음대로 가져가라.’

 

그녀는 말하였다.

‘제가 어찌 태자님 것을 벗기겠습니까? 다만 태자님의 몸을 장엄해 드려야 할 뿐입니다.’

 

태자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기쁘고 즐겁지 않아 곧 되돌아갔다.”

 

어느 때 세존께서 성도하신 뒤 존자 우타이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왕궁에 계실 때 몸에 있는 값진 영락을 벗어 야수다라에게 주었으나 어째서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하지 못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존자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너 우타이야,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내 이제 말하리라.

야수다라에게 영락을 주어도 기뻐하지 않은 것은 금세뿐이 아니다. 옛적부터 조그마한 인연으로 진심과 원한심을 내었기 때문에 계속 여러 가지 진기한 보배를 보시했지만 기뻐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타이는 말하였다.

 

“매우 기이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일이 어찌된 까닭인지 저를 위해 말씀해 주소서.”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우타이에게 이르셨다.

 

“내 기억에 지난 옛날 한량없는 세상에 가시국 바라내성에 왕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삿된 소견을 믿고 나라를 다스렸다. 그 왕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적은 허물을 지었으나 부왕은 그를 나라 밖으로 쫓아냈다.

그는 점점 가다가 한 천사(天寺)에 이르러 아내와 함께 머물러 살았다. 그때 그 왕자는 가지고 있는 식량이 다 없어지자 사냥을 하여 목숨을 이었다. 한번은 사냥하는 곳에서 자라 한 마리를 보고 쫓아가 잡아서 껍질을 벗기고 살코기를 물에 넣고 끓였다. 그런데 고기가 익으려던 차에 국물이 다 말라 버리자,

왕자는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고기가 푹 익지 않았으니 그대는 다시 물을 길어 오라.’

 

부인이 물 길러 간 뒤에 왕자는 주림을 참을 수 없어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자라 고기를 다 먹어 버렸다.

그때 물을 길어 온 부인이 왕자에게 물었다.

‘여기 있던 자라 고기는 이제 어디 갔습니까?’

 

왕자는 자라가 도로 살아서 달아나 버렸다고 대답했다.

부인은 믿지 않았다.

‘이렇게 삶은 자라가 어떻게 달아날 것인가?’

 

그녀는 마음으로 믿지 않고 생각했다.

‘반드시 나의 남편이 주리고 급해서 다 먹어 버리고 나에게 달아났다고 거짓말한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성내고 원한을 품어 마음이 항상 기쁘지 않았다.

그 뒤 몇 해가 지나서 부왕의 목숨이 다하자 모든 대신들은 왕자를 맞아 관정식을 하고 왕을 삼았다.

그는 이미 왕이 되어서 얻은 모든 보배와 진기한 물건과 갖가지 의상 등 값진 물건을 다 왕비에게 주었다.

왕비는 그것들을 받기는 했으나 여전히 얼굴빛이 기쁘지 않자 왕은 왕비에게 말했다.

‘내가 모든 보배와 값진 물건을 그대에게 주었는데 어째서 얼굴빛이 여전히 기쁘지 않은가?’

 

왕비는 게송을 읊어 왕에게 대답했다.

 

가장 높은 대왕은 들으소서.

옛적 우리가 사냥하고 있을 때

화살과 혹은 칼을 쥐고

자라를 쏘아 죽였소.

 

가죽을 벗기고 삶아 익으려 할 때

나에게 물 떠오라 보내 놓고

고기를 남김없이 다 먹고서

나에겐 달아났다고 거짓말했소.”

 

부처님께서 우타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알아 두라. 그 때의 왕이 바로 내 몸이었고, 그 왕후는 오늘의 야수다라이다.

내가 그때 조그만 잘못을 저지른 대가로 그 뒤로는 많은 재물과 보배를 주어 화해코자 했으나 한을 품은 그 마음은 기뻐하지 않았다.

오늘까지도 그러하여 한량없는 돈과 재물을 주더라도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하지 못하였다.”

 

“그때 정반왕이 보낸 밀사는 태자의 눈이 가는 데와 모든 처녀들과 상대하여 대화하는 것을 일심으로 살펴보고는 자세히 알았다. 알고 나서 곧 왕의 처소에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석가족 대신 마하나마의 딸이 마지막으로 왔는데 태자와 몇 번씩이나 말을 주고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소지으며 잠깐 머물러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태자와 그녀의 두 얼굴에는 희색이 돌았으며, 피차 말하고 대답할 때 네 눈이 서로 마주쳤습니다.’

 

정반왕은 밀사의 이런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태자는 그녀를 얻고자 하는 것인가?’

 

그리하여 정반왕은 길한 별[宿]자리에 가장 좋은 날을 택하여 국사 바라문들을 불러 석가족 마하나마 대신의 집으로 가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게 했다.

‘경에게 딸이 있는 줄 아니 이제 나의 태자비로 삼고자 하노라.’

 

국사는 왕의 말을 듣고 나서 즉시 석가족 마하나마 대신의 집에 가서 왕의 칙명이 이러하다고 알렸다.

그러자 그 대신은 국사에게 일렀다.

‘우리 석가족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법이 있으니, 만약 기능이 누구보다도 우수하면 그 사람에게 딸을 주지만, 기능이 없다면 딸을 줄 수 없습니다.

대왕의 태자는 깊은 궁중에서 자라나 유희에 빠져 학문을 익힌 적이 없고 기능이 없습니다. 활쏘기ㆍ천문ㆍ병서ㆍ무기 다루는 법ㆍ일체 전투며, 힘으로 밀치고 주먹으로 치는 것들에 다 익숙하지 못했으니, 이렇게 기예가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내 딸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국사는 이 말을 듣고 왕의 처소에 돌아와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수심에 차서 이렇게 생각했다.

‘마하나마의 이 말은 법다운 것이며 나에게 참말을 한 것이지 헛소리는 하나도 없도다.’

 

생각은 이렇게 했으나 왕은 내심 걱정스럽고 못마땅하여 말없이 번민하고 있었는데, 그 형상이 마치 좌선하며 생각에 빠진 듯했다.

태자는 이때 부왕의 얼굴빛이 좌선하며 생각에 빠진 사람처럼 근심에 차 기뻐하지 않는 것을 보자 천천히 왕 앞에 가까이 가서 물었다.

‘부왕이여, 어떤 연고로 이렇듯 근심하시고 홀로 앉아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말하자 정반왕은 태자에게 대답했다.

‘태자는 나에게 이런 일을 물을 필요가 없다.’

 

태자가 다시 물었으나 부왕은 거듭 막았다.

태자가 이렇게 세 번 물었다.

‘부왕이시여, 그 이유를 꼭 저에게 알려 주셔야 제 마음에 의심이 풀리겠습니다.’

 

정반왕은 세 번이나 태자가 이 일을 묻는 것을 보고는 비로소 앞에 있었던 사연을 말해 주었다.

태자는 알고 나서 부왕에게 아뢰었다.

‘부왕이여, 걱정마옵소서. 부왕의 성안에 누가 나와서 저와 기예를 시험할 자가 있는지를 아십니까?’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 온몸으로 뛰놀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다시 태자에게 이런 말로 물었다.

‘훌륭하다, 태자여. 너는 참으로 저 모든 기예를 다툴 수 있겠는가?’

 

태자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들으소서. 제가 실지로 할 수 있사옵니다.

대왕이여, 다만 속히 모든 석가족 동자들을 모아서 저와 함께 모든 기예를 시험해 겨루도록 하소서.’

 

그때 정반왕은 칙명을 내려 가비라성 네거리 길목마다 요령을 흔들고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

‘지금부터 7일째 되는 날 우리의 동궁 실달다태자께서 모든 기예를 다 보여 주려 하니, 그런 기예를 할 줄 아는 이가 있거든 다 모여서 함께 겨루도록 하라.’

 

6일이 지나고 7일째가 되자 5백의 석가족 모든 동자들은 실달태자를 우두머리로 하여 다 모였다. 다 모이자 함께 성에서 나와 넓은 터에 이르렀으니, 이는 모든 동자들이 기예를 보여 줄 곳이었다.

그때 석가 대신은 야수다라를 가장 훌륭하게 장엄하고 이런 말을 하였다.

‘누가 모든 기예에 능통한가? 가장 우수한 사람에게 이 딸을 주어 그의 처를 삼게 하리라.’

 

그때 정반왕은 모든 석가족 원로의 장자들과 먼저 나오고, 또 한량없는 여러 성(姓)의 남자와 여자와 동남ㆍ동녀들도 구름처럼 모여서 그 시험장인 넓은 터에 나와 태자와 모든 석가족 동자들이 기능을 겨루어 누가 가장 우수한가를 보고자 했다.

 

이때 모든 석가족 동자들 중에 문학에 능한 자는 먼저 태자와 글씨 쓰기를 겨뤘는데,

그때 석가족들은 서로에게 말하였다.

‘이제 비사바밀다라로 시관을 삼으리라.’

 

그리고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모든 동자들의 글씨 중에 누가 가장 막힘 없이 쓰는지, 빨리 쓰는지, 잘 쓰는지, 여러 가지 서법을 아는지를 관찰하여 가려내시오.’

 

그때 비사바밀다라 선생은 태자가 그 모든 글씨 가운데 가장 우수하고 가장 높은 줄을 미리 알고 미소를 머금고 게송으로 말했다.

 

일체 인간과 천상계나

건달바나 아수라, 가루라에게 있는

모든 문자와 모든 경전을

그는 두루 알아 다 통달하였네.

 

내 몸이나 또 그대들로서는

이러한 서적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리.

인간이 아는 것을 내가 다 시험해 보았지만

정녕코 그의 훌륭함은 따르지 못하리라.

 

그때 그 석가족들은 자세히 함께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우리들은 이미 알았습니다. 대왕의 태자가 글씨 쓰기에 가장 우수합니다. 이제 누가 계산에 밝은지를 시험케 하소서.’

 

이때 대중 가운데 알수나(頞誰那)라고 하는 큰 산수 선생이 있었는데, 모든 계산에 가장 뛰어났으므로

석가족 대중들은 그를 불러 시험관을 맡기면서 말했다.

‘존자여, 그대는 모든 동자 가운데 누가 가장 산수를 잘 하는지 보라.’

 

그때 태자가 셈하는 것을 산대 잘 놓는 석가족 동자 하나를 시켜 산대를 놓게 했으나 그 동자는 따르지 못했다. 다시 두 동자를 시켰으나 감당하지 못했고, 세 동자가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으며 열 동자가 함께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다. 20, 30, 40, 50 그리고 백 명이 함께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으며, 2백, 3백, 4백, 5백이 동시에 다 놓았으나 당하지 못했다.

그러자 태자가 말하였다.

‘이제 너희들이 셈을 하라. 내가 산대를 놓으리라.’

 

그때 석가족 동자 하나가 셈을 부르고 태자가 놓았더니 동자가 미처 부르지 못했다. 태자가 이번에는 두 사람이 함께 세어 보라 했으나 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태자가 다시 백 사람이 동시에 함께 세어 보라 했으나 또 미치지 못했다.

태자는 또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렇게 서로 다툴 필요가 없다. 다만 너희들 모두가 동시에 각각 계산해 부르라. 내가 놓으리라.’

 

그리하여 5백 동자가 모두 동시에 불렀으나 태자는 한 번에 모두 놓았다.

이렇게 하나에서 시작하여 수가 다하도록 계산해도 태자는 한 번에 모두 놓았다.

이렇게 하나에서 시작하여 수가 다하도록 계산해도 태자는 틀림이 없었으며, 또한 혼란스러워하지도 않고 조용조용히 차례로 놓았다.

그 모든 석가족 동자들이 힘을 다해서 함께 계산했으나 실달태자에게 만분의 1도 미치지 못했다.

그때 나라에서 가장 큰 산수 선생인 알수나는 내심 놀랍고 괴이하여 지극히 기쁜 마음으로 게송을 읊었다.

 

훌륭하다. 민첩하고 정확하게 기억하도다.

분명히 수를 부르고 산가지 놓아 착오가 없도다.

5백 석가 동자들 산수를 안다고들 하지만

한꺼번에 대적해도 당하지 못하네.

 

이렇듯 지혜롭고 바로 생각하는 마음

그의 산수는 매우 빠르고 심오하도다.

이런 산수의 스승은 천하도 계산해

큰 바다의 물방울도 모두 알리라.

 

너희들은 잠자코 소리도 내지 말라.

태자와 서로 다투고 겨루려 말라.

그는 이미 이러한 술법을 알았으니

나와 서로 비교할 수 있으리라.

 

그때 석가족 모든 대중들은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태자에게 정례하고 말했다.

‘실달다태자께서 크게 이겼습니다. 진실로 크게 이겼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큰 선리(善利)를 얻었소이다. 인간에 잘 나셨소이다,

대왕이시여. 이제 이런 총명하고 큰 복덕을 지닌 아들, 지혜로운 아들을 낳으셨소이다.

설근(舌根)이 이렇듯 빠르고 민활하게 굴러 입의 업(業)을 성취하였소이다.’

 

그때 정반왕은 기쁜 웃음을 머금고 태자에게 말하였다.

‘훌륭하다, 태자여. 너는 이제 이 알수나 산수 스승과 함께 세간을 계산하는 방편의 지혜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태자는 부왕에게 대답했다.

‘대왕이여, 할 수 있습니다.’

 

정반왕은 태자에게 말했다.

‘네가 만약 할 수 있거든 스스로 때를 알 것이다.’

 

그때 알수나 산수 스승은 태자에게 말했다.

‘어지신 태자여, 당신은 억 이상의 산수를 아십니까?’

 

태자는 대답했다.

‘나는 다 알고 있습니다.’

 

알수나 산수 스승은 또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아는지 나를 위해 말해 보시오.’

 

태자는 대답했다.

‘억 단위 계산법을 그대는 자세히 들으시오. 내 이제 말하리다.

백이 백천이면 이것을 구치(拘致)[중국에서는 천만]라 하고,

그 백 구치는 아유다(阿由多)[중국에서는 10억]요,

백 아유타는 나유타(那由他)[중국에서는 천억]요,

백 나유타는 파라유타(波羅由他)[중국에서는 10만억]요,

백 파라유타는 항가라(▼(口*恒)迦羅)[중국에서는 천만억]요,

백 항가라는 빈바라[중국에서는 10조]요,

백 빈바라는 아추파(阿蒭婆)[중국에서는 천조]요,

백 아추파는 비파사(毘婆娑)[중국에서는 10만조]요,

백 비파사는 울증가(鬱曾伽)[중국에서는 천만조]요,

백 울증가는 파하나(婆訶那)[10경(京)]요,

백 파하나는 나가바라(那伽婆羅)[천경]요,

백나가바라는 이름이 제치바라(帝致婆羅)[10만경]요,

백 제치바라는 비파사타나바야제(卑婆娑他那波若帝)[천만경]요,

백 비파사타나바야제는 혜도해라(醯兜奚羅)[10기(旗)]요,

백 혜도해라는 가라보다(迦羅逋多)[천해(千姟)]요,

백가라보다는 혜도인타라타(醯都因陀羅陀)[중국에서는 만해]요,

백 혜도인타라타는 삼만다라바(百三蔓多羅婆)[천만해]요,

백 삼만다라바는 가나나가니다(伽那那伽尼多)[10시(柿)]요,

백 가나나가니다는 니마라사(尼摩羅闍)[천사]요,

백 니마라사는 목다바라(目陀婆羅)[10만자]요,

백 목다바라는 아가목다(阿伽目陀)[천만자]요,

백 아가목다는 살바바라(薩婆婆羅)[10양(壤)]요,

백 살바바라는 비살사파제(毘薩闍波帝)[천양]요,

백 비살사파제는 살바살야(薩婆薩若)[십만양]요,

백 살바살야는 비부등가마(毘浮登伽摩)[천만양]요,

백 비부등가마는 바라극차(婆羅極叉)[10구(溝)]입니다.

이런 계산 수에 들어가면 수미산을 만약 근량으로 달거나 아주 작은 치수로 계산하려 해도 다 알 수 있습니다.

 

이것 위에 또 한 가지 산법이 있으니 다바사가니민나(陀婆闍伽尼民那)라 합니다. ;

이 위에 또 사반니(奢槃尼)라는 산법이 있으며,

그 위에 파라나타(波羅那陀)라는 산법

그 위에 이타(伊吒)라는 산법,

그 위에 또 가루사타비다(迦樓沙吒啤多)라는 산법,

그 위에 또 살파니차파(薩婆尼差波)라는 산법이 있으니,

여기 이르면 항하의 모래알을 다 셀 수 있습니다.

이 위에 아가사바(阿伽娑婆)라는 산법이 있는데, 이 수는 1항하사로 억백천만 항하사수를 다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 위에 또다시 파라마누비바사(波羅摩㝹毘婆奢)라는 산법이 있습니다.

 

그러자 알수나 산수 스승은 태자에게 말했다.

‘이런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미진수 계산법에 들어가면 또 어떠한지 그것도 알고 있는지요?’

 

태자는 대답했다.

‘그대들은 자세히 들으시오. 내 이제 이것을 말하리다.

7미진(微塵)은 1창진(窓塵)을 이루고,

7창진을 합하면 1토진(兎塵)을 이루며,

7토진을 합하면 1양진(羊塵)을 이루며,

7양진을 합하면 1우진(牛塵)을 이루며,

7우진을 합하면 1기(蟣)를 이루며,

7기를 합하면 1슬(虱)을 이루고,

7슬을 합하면 1개자(芥子)를 이루고,

7개자를 합하면 1대맥(大麥)을 이루고,

7대맥을 합하면 1지절(指節)을 이루며,

7지절을 합치면 반자[半尺]를 이루고,

두 반자를 합하면 1자를 이루며, 2자는 1주(肘)요, 4주는 1궁(弓)이요, 5궁이 1장(杖)이요, 그 20장을 1식(息)이라 하고, 80식을 구로사(拘盧奢)라 하며, 8구로사를 1유순이라 합니다.

이 대중 가운데 미진이 얼마큼 모여야 1유순(由旬)이 되는지 아는 사람 있습니까?

[중국식 계산법으로는 384리(里) 103천 보(步)가 된다.]

 

그러자 알수나 산수의 스승은 태자에게 일렀다.

‘대덕 어진 이여, 나조차 이러한 숫자를 알지 못하였소.

나도 이제 말씀을 듣고 마음이 답답한데 하물며 지혜와 지식이 적은 어리석은 이야 어떻겠습니까?

그렇긴 하나 부디 태자님은 우리들을 위하여 얼마만큼의 미진이 모여야 1유순이 되는지 말씀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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