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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칼럼

지켜보라 / 법정스님

작성자정수욱|작성시간26.06.07|조회수0 목록 댓글 0

지켜보라 / 법정스님

 

지켜보라.

허리를 꼿꼿이 펴고 조용히 앉아

끝없이 움직이는 생각을 지켜보라.

그 생각을 없애려고 하지도 말라.

그것은 또 다른 생각이고 망상이다.

그저 지켜보기만 하라.

지켜보는 사람은, 언덕 위에서 골짝을 내려다보듯이

거기서 초월해 있다.

지켜보는 동안은 이러니저러니 조금도 판단하지 말라.

강물이 흘러가듯이 그렇게 지켜보라.

그리고 받아들여라.

어느 것 하나 거역하지 말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라.

그러면서도 그 받아들인 안에서 어디에도 물들지 않는

본래의 자기 자신과 마주하라, 삶은 영원한 현재다.

우리는 언제나 지금 그리고 이 자리에 있을 뿐이다.

무슨 일이고 이다음으로 미루게 되면 현재의 삶이 소멸되고 만다.

현재를 최대한으로 사는 것이 수행자의 삶임을 잊지 말라.

행여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수행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말라.

도대체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누가 깨닫는다고 했는가?

깨닫겠다고 하는 그 사람이 문제다.

깨달으려고 해서 깨달음에 이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깨달음은, 굳이 말을 하자면 보름달처럼 떠오르는 것이고

꽃향기처럼 풍겨오는 것.

그러니 깨닫기 위해서 정진한다는 말은 옳지 않다.

옛 부처님과 조사(祖師)들은 한결같이 말한 바 있다.

본래 성불(成佛)이라고,

본래부터 다 이루어져 있고 갖추어져 있다는 말씀이다.

본래 성불이라면 어째서 다시 수행을 하는가?

우리가 수행을 하는 것은 새삼스럽게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깨달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닦지 않으면 때 묻으니까.

마치 거울처럼.

닦아야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럼 깨달음이 드러날 때는 언제인가?

우리들의 생각과 욕망이 비어 있을 때,

깨달음을 기다리는 그 마음이 사라졌을 때,

안팎으로 텅텅 비어 있을 때,

이때 문득 눈 부신 햇살이 내 안에서 비쳐 나온다.

깨달음을 기다리는 것은 바른 수행이 아닌 줄 알아라.

대오선(待悟禪)은 선이 아니란 말을 기억하라.

종교적인 여행은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

그저 늘 새롭게 출발할 뿐이다.

그 새로운 출발 속에서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난다.

 

출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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