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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칼럼

나의 애송시 / 법정스님

작성자정수욱|작성시간26.06.23|조회수0 목록 댓글 0

 

나의 애송시 / 법정스님

 

심심 산골에는

산울림 영감이 바

위에 앉아

나같이 이나 잡고

홀로 살더라

 

靑馬 유치환의 <深山>이라는 시다.

시가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읽을 때마다

내 생활의 영역에 물기와 탄력을 주는

이런 언어의 결정을 나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부턴가 말년을 어떻게 보낼까를 생각했다.

새파란 주제에 벌써부터 말년의 일이냐고 탓할지 모르지만,

순간에서 영원을 살려는 것이 생명 현상이다.

 

어떤 상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현재를 풍성하게 가꾸어 주는 수가 있다.

심산은 내게 상상의 날개를 주어 구만리 장천을 날게 한다.

할 일 좀 해놓고 나서는

세간적인 탈을 훨훨 벗어버리고 내식대로 살고 싶다.

어디에도 거리낄 것 없이 홀가분하게 정말 알짜로 살고 싶다.

 

언젠가 서투른 붓글씨로 심산을 써서

머리맡에 붙여 놓았더니 한 벗이 그걸 보고,

왜 하필이면 궁상맞게 이를 잡느냐는 것이었다.

 

할 일이 없으니 양지 바른 바위에 앉아

이나 잡을 밖에 있느냐고 했지만,

그런 경지에서 과연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물론 불가에서는 조그마한 미물이라도 살생을 금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저쪽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 끊어지는 일이니까.

 

각설,

주리면 가지 끝에 열매나 따 먹고

곤하면 바위 아래 풀집에서 잠이 든다.

새삼스레 더 배우고 익힐 것도 없다.

 

더러는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안개에 가린 하계를 굽어본다.

바위틈에서 솟는 샘물을 길어다 차를 달인다.

 

茶爐 곁에서사슴이 한 쌍 졸고 있다. 흥이 나면 노래나 읊을까?

낭랑한 노랫소리를 들으면 학이 내려와 너울너울 춤을 추리라.

 

인적이 미치지 않는 심산에서는 거울이 소용없다.

둘레의 모든 것이 내 얼굴이요 모습일 테니까.

日曆도 필요 없다. 시간 밖에서 살 테니까.

 

혼자이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얽어매지 못할 것이다.

홀로 있다는 것은 순수한 내가 있는 것.

자유는 홀로 있음을 뜻한다.

 

아,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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