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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書畵

해와 달을 가리는 구름/정가신(고려)

작성자정수욱|작성시간26.06.10|조회수0 목록 댓글 0

해와 달을 가리는 구름 (행시)

해 : 해처럼 밝은 진리도 때로는 구름에 가려지고

와 : 와닿는 빛마저 흐려져 길을 잃는 듯하지만

달 : 달빛은 구름 너머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을 : 을씨년스러운 어둠 속에서도 은은한 빛을 보냅니다

가 : 가끔은 세상을 덮은 먹구름이 두려움을 주어도

리 : 리듬처럼 흘러가는 바람 끝에 걷혀 가고

는 : 는근한 기다림 속에 하늘은 다시 맑아지며

구 : 구름은 잠시 스쳐 가는 나그네일 뿐

름 : 름름한 해와 달의 빛은 끝내 세상을 환히 밝힙니다.

[漢詩散策]

해와 달을 가리는 구름(雲)/정가신(鄭可臣, 고려)

※ 원문

一片纔從泥上生(일편재종니상생)

東西南北已縱橫(동서남북이종횡)

謂爲霖雨蘇群枯(위위림우소군고)

空掩中天日月明(공엄중천일월명)

※ 풀이

한 조각 구름이 진흙 위에서 막 피어오르더니

동서남북 하늘을 가로지르며 널리 퍼졌네.

단비가 되어 메마른 만물을 살릴 줄 알았건만

공연히 하늘 한가운데 밝은 해와 달만 가렸구나.

※ 해설

이 시는 겉으로는 구름을 노래한 자연시이지만,

실제로는 세상사와 인간사를 풍자한 작품으로 읽힙니다.

첫 두 구절에서는 작은 구름 한 조각이 생겨나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는 미약한 존재가 점차 세력을 넓혀 가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셋째 구절에서는 사람들이 그 구름을 보고

"단비를 내려 가뭄에 시달리는 만물을 살려 주겠지" 하고 기대합니다.

구름의 본래 역할은 생명을 살리는 비를 내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구절에서 시인은 기대를 뒤집습니다.

그 구름은 비를 내리지도 못한 채, 오히려 밝게 빛나는

해와 달만 가려 버립니다.

여기서 해와 달은 밝은 진리, 훌륭한 인재, 올바른 정치나 도덕을 상징하고,

구름은 실속 없이 권세를 부리거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존재를

비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감상

이 시를 읽으면 오늘날의 사회도 떠오릅니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받으며 등장했지만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의 밝은 빛을 가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마음속에도

걱정, 욕심, 편견이라는 구름이 생겨 본래 밝게 빛나던 양심과 지혜를 가릴 때가 있습니다.

정가신은 짧은 네 구절 속에서 "존재의 크기보다 역할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구름은 하늘을 덮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비를 내려야 합니다. 사람 또한 자리와 권세를 넓히는 데 의미가 있는 것

이 아니라, 주변을 이롭게 하는 데 참된 가치가 있음을 보여 줍니다.

구름이 해와 달을 잠시 가릴 수는 있어도 영원히 가릴 수는 없습니다.

결국 해와 달은 다시 빛나듯이, 진실과 올바름 또한 끝내 드러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詩라 할 수 있습니다.

※ 한 줄 묵상

"세상을 덮는 큰 구름이 되기보다, 메마른 땅을 적시는

한 줄기 단비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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