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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창작론

13001047 홍성민 과제 수정본 올립니다.

작성자홍성민|작성시간17.03.18|조회수39 목록 댓글 0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어난다>

 

작년 이맘때쯤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은 아주 평범한 주말이었다. 엄마와 누나는 아침 일찍 집밖을 나선 지 오래였다. 집안에는 나와 아버지만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침부터 내 방에서 컴퓨터를 켜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게임이냐?”

“아, 정말 이것만 하고 끌게요.”

“하여간……너도 이제 스무 살이 넘었으니 별 말은 하지 않으마. 어쨌든 저기, 가스레인지 좀 잘 봐라.”

“예, 예, 알았어요!”

실은 ‘가스레인지’까지만 듣고 귀를 막았다. 그 뒤로는 뭐라고 하셨는지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누구나 다 아는 국민게임 ‘LOL’의 랭크 게임 배치고사였기 때문이다. 한 번의 게임이 골드냐 실버냐를 가르는 중요한 시기. 그래서 아버지가 뭐라고 하셨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자! 드디어 끝났다!”

그렇게 배치고사를 10전 전승으로 끝마치고 골드 5티어에 안착했다. 이대로 시즌 끝까지 가면 ‘승리의’ 스킨을 받을 수 있다. 구부정하던 허리를 쭉 피며 뒤늦은 기지개를 켜는데,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하니 별안간 코끝을 맴도는 듯 불쾌한 냄새가 났다. 탄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방문은 닫혀있었는데 창문이 열려있었다. 어딘가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냄새가 창문을 타고 넘어온 게 분명했다.

“아, 정말. 또 태우네. 분명히 내가 며칠 전에 신고했는데!”

짜증스러운 기분이 치솟았다. 창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고 나서 바로 다음 게임을 준비했다. 그렇게 한 40분쯤 게임을 하는데, 괴상하게도 창문을 닫은 지 오래인데 타는 냄새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이었다.

아무리 게임이 중요하다고 해도 탄내가 이렇게 심하면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어영부영 컴퓨터를 끄고는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맙소사, 상상도 못했던 참사 그 자체였다.

“이, 이게 뭐야?”

천장을 가득 메우듯 붕 뜬 희뿌연 연기. 그제야 깨달았다. 그 탄내는 바깥에서 쓰레기 태우는 냄새가 아니었다. 집 안에서 나는 냄새였다. 하지만 무엇이 타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러다가 한창 게임에 열중하던 도중 아버지께서 지나가듯이 하신 말씀이 뒤늦게 기억났다.

“맞다, 가스레인지!”

가스레인지 어쩌고 하셨던 말씀이 이거였나.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갔다. 예상대로 검은 연기는 그곳에서 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제 먹고 남아서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았던 된장찌개를 데우다가 그걸 내게 부탁하고는 나가셨던 것이다!

더 미적거릴 새도 없이 곧바로 가스 밸브를 잠갔다. 그러고는 개수대 안의 대야에 찬물을 가득 받은 뒤에 탄 냄비 손잡이를 행주로 감싸서 들어올렸다. 냄비를 찬물에 담그자 냄비는 이미 열을 받을 대로 받은 듯 치익, 칙 하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식었다.

“아, 망했네.”

어느 정도 냄비 안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 했다. 예상대로였다. 불은 껐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냄비 안에는 졸아들다 못해 눌어붙은 된장찌개가 깔려있었다. 이걸 또 치우자니 밑바닥을 박박 긁어내는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빠 왔다……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아, 아버지!”

설상가상으로 처리할 새도 없이 아버지가 돌아오셨다. 예상대로 냄새부터 맡으신 아버지는 곧장 주방으로 달려오시더니, 이내 주방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나를 보시더니 기어이 역정을 내셨다.

“이놈 자식이, 가스레인지 위에 된장찌개 데우고 있으니까 좀 보라고 했잖아! 그놈의 게임이 뭐라고 정신머리까지 다 팔아넘겨, 응? 왜 이렇게 정신이 없냐고!”

“아이고, 아버지! 잘못했어요! 잘못했다니까요! 그러니까 그 슬리퍼 짝은 좀 내려놓고 말씀하세요! 네?”

“시끄럽다! 오늘 너 날 좀 잡자! 그러니까 게임 좀 작작 하라고 했더니 이제는 집까지 홀랑 태워먹으려고 작정했나 보구나!”

결국 졸지에 자가 방화범(?)으로 몰렸다는 얘기. 크흐흐, 이러면 게임이 잘못한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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