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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2반-계절학기

22013019 박상혁 개인과제

작성자박상혁|작성시간25.12.23|조회수19 목록 댓글 0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에 등장하는 시마무라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주인공 토마스는 모두 삶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인물이다. 이들은 책임, 정착, 지속적인 관계가 요구하는 ‘무거움’을 부담으로 인식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회피한다. 본 글에서는 두 인물이 삶의 무게를 피하는 태도를 비교함으로써, 현대인이 추구하는 ‘가벼운 삶’이 지니는 의미와 동시에 그 한계를 탐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시마무라의 ‘미적 관조’와 토마스의 ‘에로틱한 우정’을 대조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두 인물의 가장 뚜렷한 공통점은 사회적 의무로부터의 도피 성향이다. 시마무라는 가정이나 생업에 깊이 관여하지 않은 채, 설국이라는 비일상적 공간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여행자다. 그의 삶은 정착보다는 이동에 가깝고, 현실의 책임보다는 순간의 인상에 머문다. 토마스 역시 직업적으로는 성공한 외과의사이지만, 결혼과 같은 제도적 관계에는 지속적으로 저항한다. 그는 한 여성에게 얽매이기보다는 수많은 관계를 가볍게 이어 가며, 책임이 요구되는 삶의 구조에서 벗어나려 한다. 이처럼 두 인물 모두 직업이나 가정이 부과하는 무게를 회피하며 ‘자유로운 개인’으로 남고자 한다.

그러나 이들이 도피하는 방식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시마무라의 회피는 본질적으로 정서적이며 미학적이다. 그는 고마코라는 인물과 관계를 맺지만, 그 관계에 완전히 개입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는 그녀의 존재를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관조할 뿐이다. 그의 관심은 살아 있는 인간보다는 눈 덮인 풍경, 무대 위의 예술, 그리고 은하수와 같은 비현실적 이미지에 머문다. 시마무라에게 삶의 무게를 견디는 방법은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미적 태도에 있다. 이로 인해 그는 고통과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만, 동시에 타인의 삶에 대한 윤리적 책임에서도 벗어나 있다.

반면 토마스의 도피는 훨씬 실존적이고 육체적이다. 그는 삶의 가벼움을 성적 관계에서 찾는다. 토마스가 추구하는 ‘에로틱한 우정’은 사랑과 책임을 배제한 채, 오직 순간적인 쾌락과 자유만을 남긴 관계다. 그는 반복되는 여성 편력을 통해 자신이 어떤 선택에도 구속되지 않는 존재임을 확인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삶은 단순한 방관이 아니라, 반복적인 배신과 자기합리화를 동반한다. 시마무라가 타인의 삶에 무심한 관조자라면, 토마스는 선택을 통해 타인을 상처 입히면서도 그 무게를 견디지 않으려는 인물이다.

결말에서 드러나는 두 인물의 운명은 이러한 차이를 더욱 분명히 한다. 시마무라는 화재와 혼란 속에서도 인간의 비극보다는 밤하늘의 은하수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의 체험은 삶의 무게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미적 초월의 순간으로 남는다. 반면 토마스는 결국 테레자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며,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에서야 삶의 ‘무게’를 받아들인 듯한 안식을 얻는다. 이는 가벼움을 추구하던 삶이 결국 책임과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시마무라와 토마스는 모두 가벼움을 추구하지만, 그 결과는 다르게 남는다. 시마무라의 삶은 끝내 아름답지만 공허한 거리로 남고, 토마스의 삶은 고통 끝에서 무게를 받아들이며 마무리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가벼운 삶이 현대인에게 매혹적인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책임과 관계를 완전히 배제한 가벼움은 결코 완전한 삶이 될 수 없다는 한계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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