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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의 우물

6/21 연중 제12주일

작성자시노파|작성시간26.06.20|조회수4 목록 댓글 0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 차례나 같은 말씀을 되풀이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0,26.28.31). 이 말씀은 공허한 위로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이미 피부에 와닿는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 박해와 거절을 실감하는 제자들에게 건넨 말이기 때문입니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10,26). 귓속말로 들은 것을 지붕 위에서 선포하라는 말씀은, 비밀을 폭로하라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뚫고 나오라는 초대입니다. 고통 속에서 배운 말, 상처를 통하여 들은 말은 혼자 듣고서 감내할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복음은 상처받은 영혼들이 세상 한가운데로 나아갈 용기를 줍니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10,28). 몸은 상처 입고 쓰러질 수 있지만, 하느님 앞에 선 나의 참된 가치에는 감히 인간의 위력이나 억압이 닿지 못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위협보다 끝까지 우리를 지키시는 하느님의 약속을 더 무겁게 여겨야 합니다.
참새 두 마리가 한 닢에 팔립니다. 이처럼 값싸게 여겨지는 생명의 죽음조차 하느님의 시선 밖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머리카락까지 세어 두신다는 말씀은 세상에서 가장 사소하게 여겨지는 것들조차 하느님께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선언입니다. 버려지는 것, 잊히는 것, 이름 없이 사라지는 것들까지 모두 기억하시는 분이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께서 인간으로 오셨습니다. 우리를 향하여 거침없이 오셨습니다. 고통은 우리를 침묵하게 하지만, 신뢰는 우리 입을 열어 주고 우리를 행동하게 합니다. 두려움의 가장 깊은 자리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세상의 소음에 굴복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를 기억하시는 하느님을 믿고 세상을 향하여 끝내 나아갈 것인지.

그 선택이 우리의 슬픔을 다른 빛으로 바꿉니다.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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