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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이야기

소청심사에서의 최후 진술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5.01|조회수669 목록 댓글 2

소청심사위원회에 들어가 보니 심사위원은 청구인(교협측)과 피청구인(학교측)에게 몇 가지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 질의응답을 할 수 있습니다.  질의응답이 끝나면 청구인에게 마지막으로 진술할 기회를 줍니다.  법정에서 판사가 판결을 앞두고 최후진술을 하라고 하는 것이나 비슷합니다. 

 

제가 소청심사에서 최후 진술한 내용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교수협의회는 임의 단체로서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 경영에 반영하는 순기능을 가졌으므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교수협의회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수원대에는 지난 1987년 교수협의회가 만들어졌으나 당시 이종욱 총장의 탄압에 의하여 몇 달 만에 와해되었습니다. 그후 교수들은 학교 경영에서 소외되었고 총장의 일방적이고 독재적인 경영에 의하여 구성원들의 불만이 쌓여갔습니다. 특히 등록금을 걷어 쓰지 않고 쌓아둔 적립금은 4300억원(전국4)에 달하는데도 학생들의 학습환경은 열악하고 계약제 교수들은 노예계약서같은 불공정 계약에 의하여 고통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수원대의 행정을 바로잡기 위하여 교수협의회를 만들고 총장에게 합리적인 규정에 의하여 학교를 경영하도록 요구한 것입니다.

 

저는 비정상적인 수원대를 정상화시키려는 교협활동은 수원대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수원대의 명예와 총장의 명예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수원대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총장의 일부 행적을 비난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총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총장이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고 학교발전을 위해 교협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작년에 3명의 공동대표 중의 한 사람으로서 교협을 만들었을 때에 저는 정교수로서 정년을 2년 앞둔 시점입니다. 제가 교협대표가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저의 각시는 처음부터 쓸데없는 일은 그만두라고 말렸고 친구들도 "그 나이에는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렸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학생들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더 이상 도외시 할 수가 없었고, 계약직 교수들의 고통을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파면이 되어 봉급은 끊어졌고 연금도 반으로 준다고 하니 노후가 걱정됩니다. 저의 둘째 아들은 아직 대학교 4학년 학생이며 대학원 진학을 꿈꾸고 있으니 아비로서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만 저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교협대표를 그만두고 총장이 약속하는 복직을 구걸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저는 수많은 수원대 학생들과 수원대 교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또한 수원대의 정상화를 통하여 우리나라 대학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데에 기여하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내년 8월이면 65세 정년을 맞이합니다.  어쩌다가 이 자리에 서게 되었나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합니다.  제가 나이에 비해 가슴이 너무 뜨거웠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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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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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상아탑 | 작성시간 14.05.01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정의의 편 | 작성시간 14.05.01 대표님의 의연한 자세, 존경합니다.
    친구분들이나, 주위분들의 나약한 만류를 뿌리치심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합니다.
    보통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결단입니다.
    나이와 함께, 정의감이 허약해짐은 모든 사람이 보이는 행태이지요.
    이교수님의 불타는 정의감을 배우고 싶습니다. 정신이 결코 녹슬지 않고 더욱 강고해짐을 배우고싶습니다.
    지행일치의 삶을 배우고 싶습니다. 입만 살아 있는 삶보다 언행일치를 보이는 삶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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