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교수협의회 이야기

수원대가 가야할 길 2 - 사학비리를 보는 눈

작성자상생21|작성시간14.05.09|조회수1,570 목록 댓글 1

 

그러면 수원대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사학문제는 도대체 어떤 평가를 받고 있고 어떤 문제를 안고 있을까요? 수원대는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고 특이점은 무엇인지 차분하게 둘러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를 위해 사학비리문제에 정통한 학자들의 글을 소개합니다.

 

 

<이화여대 김혜숙교수 2013>

한국의 사립대학들은 많은 문제들을 노정하고 있다. 그 문제들은 다양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전근대적 거버넌스의 구조와 운영에 있다고 본다. 한국의 대학들이 세계적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어려운 데에는 후진적 거버넌스 구조와 의사소통이나 의사결정 과정의 비합리성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서구의 대학들의 모델을 따라 건립되고 운영되어온 한국의 대학들은 지난 30-40년간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였다. 양적 팽창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던 거버넌스 구조의 문제들은 대학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 폐해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대학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글로벌 차원의 합리성을 갖출 것이 요구되었던 기업에 비해 비교적 안일한 상태에서 운영되어왔던 한국의 대학들은 한국의 다른 어떤 제도적 집단보다 강한 폐쇄성을 보이고 있다. 폐쇄적 방식으로 운영해도 이제껏 별다른 저항없이 운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이 많은 진통 속에서 제정되었지만, 개방이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도 제한적이고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도 왜곡된 형태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대학 구성원 집단 내에서의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수렵의 과정이 정착되어있지 않고, 소수 이익집단의 전횡이 가능하도록 구조화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덕성여대 윤지관교수 2013>

사학비리는 사학이 한국 교육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된 미군정시대 이후부터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습니다. 어떤 분야든 비리가 전혀 없는 곳은 없겠지만 사학만큼 고질적인 비리와 부패가 뿌리 깊이 구조화되어 있는 곳도 드물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사학은 한국 고등학교의 50퍼센트, 대학의 80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만큼 한국교육에 기여한 바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비리가 고질화되어 있는 것은, 사학이 족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재단에 의해 운영되는 한국사학 특유의 후진성 때문입니다. 국민교육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사학이 이처럼 전근대적인 거버넌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학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고 많은 대학들이 그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그 자체로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족벌적이고 비민주적인 대학운영이 한국 고등교육의 발전을 가로막고 교육현장을 고통에 빠트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늘 이 토론회도 바로 이 사학비리를 근원적으로 근절시킬 방안을 찾기 위해서 교육의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입니다. 현재 우리 고등교육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대학구조조정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고. 대학현장은 이 바람을 피해가고자 하는 상호경쟁의 도가니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의 국면이기 때문에 더욱더 대학현장에서 벌어지는 비민주적인 운영과 억압, 그리고 그 뒷받침이 되는 족벌체제의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교육혁신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그 윤곽이 밝혀진 박근혜 정부의 고등교육발전방안에는 이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무리 지방대 육성이니 전문대 지원이니 종합발전 계획을 내세워도 대학현장에 뿌리박은 사학문제를 우회하고는 그 모두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큰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상지대 박정원교수 2013>

1995년 봄, 소위 ‘5.31교육개혁안이 발표되면서 대학과 대학, 학과와 학과, 교수와 교수, 학생과 학생 간에 무한경쟁을 통한 교육자원배분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한국 고등교육정책의 기조로 자리 잡게 되었다.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된 이 정책기조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는 견고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정권하에서 이런 흐름은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개혁과 진보를 표방한 정부들에서도 폐기되지 않고 끈질기게 버틸 수 있었던 원인을 외부에서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러한 정책기조가 가장 효율적인 자원배분 방식이라 생각되었고, 동시에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파악된다. 그리고 교육정책만큼은 대체로 삼성경제연구소-KDI-한국교육개발원-관변 경제학자와 교육학자들로 이어지는 보수 교육진영의 논리가 장악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학재단의 자유방임과 다윈주의에 입각한 승자독식이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당연한 정책이라고 여겨지는 동안, 공존과 협동 및 협조에 기초한 균형 잡힌 대학발전 전망은 붕괴되고 수도권 중심의 대학서열화가 더욱 강고해 졌다. 대학운영이 재단의 일방적 권한이라고 여겨지면서 대학구조개혁 등 구성원들의 자율과 자치에 속하는 영역들이 속절없이 붕괴되어 갔다. 나아가서는 사학의 자율성 보장이 엉뚱하게도 사학경영에 대한 사학재단의 무제한한 권리와 권한으로 해석되어져, 엄청난 부패사건으로 물러났던 비리 사학재단들조차 복귀하게 되어 대학의 공익적 성격은 크게 악화되었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미 많은 수의 정책관료들이나 대학의 이사들 및 대학행정 담당자들은 고등교육을 금전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들에게 시대정신, 비판적 사고, 객관성, 중립성 등 아카데믹한 가치들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며, 오직 기업화된 상업모델로서 대학을 바라 볼 뿐이다. 기업화된 대학의 총장은 이제 아카데미의 리더가 아니라 CEO일 뿐이다. 학문적인 고려는 없고 정치적이고 상업적인 고려만 있을 뿐이다. 기업형 대학경영은 비용을 절약하고 성과를 극대화하는 효율적 운영을 보장할지 모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국가와 대학의 학문기초를 무너지게 하는 근시안적 상업경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대학에서 시작한 이러한 기업형 경영추세는, 대학신입생 확보와 졸업생 취업을 둘러싸고 교육시장과 노동시장에서 경쟁이 점차 격화되는 상황에서 더욱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이 현실을 중요시 할수록, 그 미래는 어두워진다. 따라서 대학과 사회의 미래가 걸린 이러한 중대한 결정에서 대학구성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배제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며, 각급 의사결정 과정에서 참여를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상지대 김명연교수 2013>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 민주공화국은 공동체 구성원의 시민의식을 전제로 하며, 민주공화국의 발전과 공고화는 공동체 구성원의 시민의식에 좌우된다. 이러한 시민의식을 좀 먹는 제1의 공적이 공익을 사유화하는 부패이다. 특히 교육은 모든 국민의 민주시민으로의 양성을 그 기본이념(교육기본법 제2)으로 하며, 교육의 공공성은 바로 여기에 기초한다. 그러나 사학비리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은 사학비리에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자연스럽게 부정과 비리를 내면화하고 학생과 교육자간의 신뢰를 파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와 공익을 위하여 봉사하는 민주시민의 양성은 불가능하다. 교육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특히 학교교육에 있어 사립학교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사학의 비리와 부패는 전체 공교육체계의 붕괴로 귀결된다. 이는 곧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유지와 공고화에 심각한 장애를 야기하는 것이다. 사학비리와 부패를 매우 단호하고 엄중하게 처리하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사학비리·교육비리는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학비리와 부패는 교육의 본질과 관련된 근본문제이며 어떤 교육문제에 앞서 해결되어야 할 선결과제임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한편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의 관여와 감독을 모든 국가에 동일할 수 없다. 그 국가가 처해 있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의 관여와 감독의 정도는 다르다. 한국과 같이 공교육에서 사립학교의 비중이 높고 또는 사학비리와 부패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국가에서는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의 관여와 감독은 그에 상응하여 강화될 수밖에 없다.


(계속)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단풍 나무 | 작성시간 14.05.09 우리 대학사회의 현실을 통찰하고 미래에 지향해야 할 바를 일깨우는 글입니다.
    대학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넓고 깊은 안목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위에 소개한 글을 쓰신 분들은 교육학이나 교육행정분야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양심적인 지식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봅니다.
    행동하느냐? 방관하느냐? 이제 우리 직장환경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