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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이야기

데모하기 좋은 계절입니다-8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5.13|조회수682 목록 댓글 2

어제(5월12일)는 제가 3번째 시위하는 날이었습니다. 6명의 해직교수가 월화수목금 돌아가면서 시위를 하는데, 푸른하늘님과 저는 나이가 많다고 2주에 한번만 시위하도록 젊은 교수들이 배려(?)를 해주었습니다. 아침 9시부터 1030분까지 시위를 하였습니다. 오전에는 학생들은 모두 총총걸음으로 강의실로 가느라고 저에게 다가오는 학생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후 430분에 다시 시위를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우리가 파면당하거나 해직당한 일, 그리고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승소한 일을 이제는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던 학생들은 내게로 와서 아는 체를 하고 힘내세요!”하고 격려하기도 하고 음료수를 건내 주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학생은 그런데, 교수님, 승소하였다고 들었는데요라고 관심을 가지고 물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그래, 교육부에서는 파면취소하라고 결정을 내렸다. 총장이 그러한 결정을 받아들이면 모든 일이 쉽게 끝나는데, 총장은 불복하고 우리를 괴롭히려고 끝까지 행정소송을 할 것 같구나. 그렇게 되면 싸움이 끝나려면 1년 이상 걸릴 거야. 내가 너희들을 강단에서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구나."   이인수 총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에는 제가 다시 학생들을 가르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슬프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450분 경에 제가 가르치던 학생들이 단체로 와서 저를 응원하였습니다. 저는 피켓을 내려놓고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후 55분 경에 교문을 나가던 에쿠스(193589)가 멈추어 섰습니다. 뒤 쪽 창문이 열리고 오른 쪽 뒷좌석에 앉은 이인수 총장이 만면에 선한 웃음을 띄고 저를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웃는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미소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르는 사람 바라보듯이 빤히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창문이 다시 올라가고 에쿠스는 멀어져 갔습니다. 어색한 순간이었습니다.

 

원래는 6시까지 시위를 해야 하는데, 통근차 3대가 533분경에 나갔습니다. 지난 번에 이재익 교수님이 7시까지 시위를 했더니 수위실에 있던 직원도 7시까지 퇴근 안 했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험정신을 발휘해서 540분에 철수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수위실의 직원도 철수를 하였습니다. 직원들은 교통정리하러 수위실에 왔다는데, 교통정리를 우리의 시위 시간에 맞추어 한다는 사실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였습니다.  아, 정말, 사는 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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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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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미소의뜻은? | 작성시간 14.05.13 총장이 왜 이뭐꼬님을 보고서 미소를 지었을까요?
    누가 그럴듯하게 해석 좀 해 보시면 감사 감사!
  • 작성자정통한 소식 | 작성시간 14.05.13 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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