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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이야기

총장해임 서명시위 7일째 정경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11.15|조회수1,297 목록 댓글 13

어제(11월14일, 금)는 서명시위가 7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원래는 이재익 교수님과 장경욱 교수님이 당번이었는데, 이재익 교수님이 폭행 사건으로 못 나오셔셔 제가 대신 땜방을 했습니다.  둘째 아들 녀석은 토요일(11/15) 춘천에 있는 대학원 면접시험을 보러 가는데, 미리 가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은 양복을 들고 가야하기 때문에 차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아들 녀석이 운전하여 저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갔습니다.  정문 앞을 지나는데 모닝을 본 정문수위 아저씨가 재빨리 수위실로 들어가 전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더니 눈치빠른 아들 녀석이 한 마디 하더군요.  와, 아버지 차가 1호차 같네요.  무슨 뜻이냐고요?  대한민국에서 군대 갔다온 사람은 다 압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저는 2대의 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1월에 해직되자 곧바로 유지비가 많이 드는 아반테는 친척에게 주고, 유지비가 덜 드는 경차 모닝만 남겼습니다.  경차라고 해도 제 모닝은 에쿠스형 모닝입니다.  우습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저의 모닝 차에는 썬루프가 있습니다.  타이어는 광폭타이어이고, 운전석과 조수석의 시트에는 열선이 깔려 있는데, 1단 2단으로 뜨거운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핸들에도 열선이 있어서 겨울에는 핸들을 따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전방센서와 후방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하이패스 단말기는 카드형이 아니고 실내 백미러에 부착되어 있는데 한달에 한번 누적된 요금이 자동적으로 저의 예금통장에서 빠져 나갑니다.  내비는 부착형이 아니고 함몰형이어서 보기가 편합니다.  처음에 차를 살 때에 기아차 세일즈맨에게 팜플렛에 나오는 모든 사양을 다 넣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당시 기본형 모닝은 차량 가격이 900만원이었는데 모든 옵션을 다 넣었더니 1400만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경차이기 때문에 연비가 18km 정도 나오고 고속도로 통행료는 반절값만 냅니다.  전체적으로 유지관리비가 아반테의 1/2 정도로 적게 듭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경차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안전성 때문이겠지요. 큰 차일수록 안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운전하는 모닝은 안전성 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저의 모닝에는 놀랍게도 에어백이 6개가 달려 있습니다.  저는 2011년 4월에 모닝을 샀는데, 현재 주행거리가 13만km입니다.  1년에 거의 3만km 이상을 주행하였지요.  각설하고.

 

정문에는 어제도 학교측에서 미리 대비를 해 두었습니다.  정문의 왼쪽 공간을 촘촘히 막아놓은 것은 물론 건너편 상가 앞에도 커다란 플래카드를 설치해 놓았고, 곳곳에 피켓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에 완벽이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정문의 오른쪽, 그러니까 조흥은행 부스 있는 쪽에 약간의 틈새를 발견하고 그 곳에 서명책상을 설치하였습니다.

 

3시에 장경욱 교수님이 시위를 시작하자마자 배재흠 교수의 친구분이 시위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배교수님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라는데, 추운 날씨에 고생한다고 손난로(핫팩) 20개와 목두리 2개를 기증하고 가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합니다.

 

 

선물기증이 끝나자마자 금요일 서명지도조에 이름이 올라있는 교수님들이 정문으로 나오셨습니다.  제가 아는 교수님들이 많이 있었지만 오늘은 그쪽으로 가보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세어보니 약 30명 정도의 교수님들이 야외난로를 중심으로 서 있었습니다.  학교측에서는 교수님들 앞으로 길다란 플래카드 2개를 설치하여 이른바 교수산성의 경계를 분명히 하였습니다.  교수산성이라....  참으로 가슴 아픈 단어입니다.  어제는 금요일이어서 학생들이 많지 않았지만 서명하는 학생들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위 사진에서 플래카드의 글씨는 "사욕에 눈먼 패륜교수는 물러가라"고 되어 있습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 저는 사욕이 없으며 패륜이란 당치도 않은 말이라고 항변했지만, 총장은 저의 항변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신 모양입니다.  할 수 없지요.  대한민국에서 사상의 자유와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장사꾼 총장이라는 말을 썼으므로, 총장이 패륜교수라는 말을 허용했다고 해서 크게 불만을 가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세상이치란 무서운 것입니다.  저의 업보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더 이상 패륜교수라는 단어에 대해서 불평을 말하지 않겠습니다.

 

처음에는 장경욱 교수가 시위를 하고, 이어서 배재흠 교수가 교대하고, 4시 30분에는 제가 임무교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시위하고 있는 도중에 두 사람이 시위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제가 공동대표로 있는 '수원하천유역연대'라는 환경단체의 간부 두 명이 찾아왔습니다.  그분들은 언론에 보도된 수원대 사태를 보고서 모두 분개했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고생한다, 건강을 조심하시라, 정의가 승리할 것이다 라고 위로의 말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캔 커피를 사주고 가셨습니다.  학생들도 가끔 따뜻한 음료수를 놓고 갔습니다.  비록 1인이 시위를 하지만 이런 일들이 있어서 우리들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장경욱 교수는 사진을 잘 찍습니다.  학생이 주고 간 캔커피를 배교수가 저에게 먹여주는 장면을 아래와 같이 사진 찍었습니다.  이 사진은 미리 연출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장난삼아서 배교수님에게 커피를 먹여달라고 말하여 빋아먹고 있는데, 옆에 있던 장교수님이 잠간만 멈추라고 말하더니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보면 저는 새 운동화를 신고 있습니다.  군산대에서 은퇴한 저의 친구가 10만원을 입금하였습니다.  구두 대신 운동화를 사서 신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제 친구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어제는 사복경찰관이 4명이나 배치되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별다른 충돌이나 불상사 없이 시위는 5시 10분에 끝났습니다.  저녁식사 하면서 들어보니 배재흠 교수님이 시위하고 있는데, 자기를 홍익대학생이라고 밝힌 학생이 찾아와서 서명을 했다고 합니다.  그 학생은 국민방송에 보도된 수원대 사태를 보고, 또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수원대 기사들을 보고서 화가 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시위현장까지 찾아와서 서명하고 힘내시라고 응원을 하고 갔다고 합니다.  이제 수원대 정문 앞 총장해임 서명시위는 수원대 학생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문을 타고 다른 대학교 학생, 고등학생, 사회인들에게도 알려졌습니다.  우리는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우리는 학교측의 온갖 압력에 굴하지 않고, 6000명의 서명을 받을 때까지 서명시위를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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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단풍나무 | 작성시간 14.11.16 앞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계속 정진할 것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단풍 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11.16 아마도 처음에는 호기심도 있고 학교 지시를 거역하기도 그렇고, 한번 쯤은 나왔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번주에는 교수산성의 교수님들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내일 오후 3시에 한번 봅시다. 몇명이나 나오는지.
  • 작성자단풍나무 | 작성시간 14.11.16 이뭐꼬님, 날씨도 추워지는데, 고무신을 운동화로 바꿀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위로의 말과 함께 그런 마음을 실천할 수 있는 친구 분이 참 멋집니다.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을 때에 비로소 누가 나의 진정한 친구인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 작성자사욕에눈먼교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11.16 에쿠스형 모닝도 경차는 경차입니다. 교수로서 경차를 타고 다니는 이뭐꼬님을 누가 "사욕에 눈먼 교수"라고 부를 수가 있겠습니까? 이뭐꼬님, 신경쓰지 마십시요. 계속 화이팅!!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민주화의 길 | 작성시간 14.11.16 입에서 내 뱉으면 다 말인줄 알고, 글자로 표현하면 다 글인 줄 아는 모양인 데,
    교협공동대표 3분은 사욕과는 거리가 멀고, 청렴결백한 대표적인 교수님들입니다.
    무엇보다 불의를 멀리하고 정의를 가까이하는 분들이지요.
    가까이서 대화를 나누고, 언행을 지켜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람의 향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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