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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이야기

총장 해임 서명 시위 19일째 정경

작성자마중물 한방울|작성시간14.12.03|조회수981 목록 댓글 7

오늘도 제법 추운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2014. 12. 02] 나는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시위도구를 챙겨 손병돈교수와 함께 교문 앞으로 갔습니다. 교문 앞 정경은 이제 일상이 된 듯 그렇게 낯설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은 이미 정문 앞과 길건너편 그리고 버스정류장 근처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늘 그랬듯이 교문 건너 편에 자리를 잡았지요. 그러고 나니 교문 앞이 꽉 찬 듯, 수원대 일상의 정경이 완성되었습니다.




1인 시위자로 홀로 서있는 손교수와 길건너 교수산성에 갇힌 교수 네댓 명 그리고 주위의 늘어선 직원 십여 명이 묘한 긴장감을 형성 합니다. 이렇게 추운 날 자동차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도로 한 구석에 해직교수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다면 얼마나 허전해 보일까?’, 또한 누가 지나가면서 쳐다보기라도 할까?’라고 생각해 보니 맞은 편에서 우리를 향하여 진을 치고 쳐다보고 있는 수십 개의 눈동자들에게 그만 고마운 마음마저 들더군요.  비록 한 사람의 1인 시위자에 불과하지만 주변에 동원된 많은 인력과 설치물 때문에 상당히 주목받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시위하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집회를 하는 직원과 교수들이 방해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의 시위를 돋보이게 하거나, 학생들과 언론인들에게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묵묵히 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비가 오거나 추워서 날씨가 궂을 때면, 맞은 편 교수들의 눈총을 무릅쓰고 서명하는 학생들이 더 많이 그런 속내를 한마디 씩 던지고 가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등하교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일상이 되어버린 비정상의 정경이 어떻게 비추어질까요? 해직교수들은 이인수 총장이 드러난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다른 편에서는 잘못된 서명이고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인수 총장의 비리가 없었다면 이런 비정상의 대립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비리가 밝혀진 후에도 이인수 총장이 지도자답게 공개해명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더라도 해직교수나 보직교수 그리고 직원들이 추위에 이런 고생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수원대의 모든 구성원들이 거북해하고 고통받고 있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를 가진 바로 그 사람이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지 않은 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의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한,  이 비정상의 일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교문 앞 일상은 똑같이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조그만 변화도 생겼습니다. 교수산성에 예전 펼침막의 시위구호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시위구호가 등장한 것입니다.


패 륜 교 수 에 게   고 함

학생 서명 받기 전에 제자 취업 걱정하라!

수원대학교 교수 일동

              예전 시위구호

 

사욕에 눈먼 패륜교수는 물러나라!

우리 교수들은 학생을 사랑한다!

수원대학교 교수 일동

 


수원대 교수들의 사랑 고백은 참 유별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고 합니다. 사랑한다고 말은 안 해도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너무 쉽게 해버릴 수 있는 그 능력에 놀랄 따름입니다.

밑도 끝도 없이 사랑한다고 글자만 크게 써서 고백하면 만사형통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사욕에 눈먼 패륜교수는 물러나라!’라고 크게 써 붙이고, 그 앞에 얼굴을 내밀고 서있는 것이 학생을 사랑하는 징표가 되는 것처럼 펼침막을 내걸었습니다

학생에게는 숭고한 사랑을 고백하는 교수들이 그 문구 바로 위에서는 해직교수들에게 붉은 글씨로 패륜교수는 물러가라!’며 증오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행태가 과연 정상인지 묻고 싶습니다. 정신분열적인 이중인격을 자랑하듯 시위구호를 작성하여 그것도 수원대학교 전체 교수 이름으로 아무 꺼리낌없이 교문 앞에 내걸었습니다. 이 교수들이 무식해서 또는 배우지 못해서 그런 구호를 내걸었다고 변명할 수는 없겠지요. 그 대답은 그 펼침막 뒤에 당당하게 서있는 교수들에게 물어보아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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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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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단풍 나무 | 작성시간 14.12.03 조를 짜서 교수들을 매일 교수산성에 동원한다고 들었는데, 날씨가 추워지니 교수들의 호응도가 떨어지는군요.
    교무처장과 홍보실장은 그래도 충성심을 발휘하여 매일 교수산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차기총장 후보군에 넣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교협 홍보실 | 작성시간 14.12.03 교수들이 교수산성에 나오는 것은 자발적입니다.
    지난 번에 어느 분이 명쾌하게 지적하였습니다.
    와우리 왕국에서는 "자기 발로 걸어나왔다"를 줄여서 자발적이라고 한답니다.
  • 답댓글 작성자교협 홍보과장 | 작성시간 14.12.03 날씨가 추워지니 교수들의 호응도가 떨어지는 것도 자발적이라는 증거입니다.
  • 작성자단풍나무 | 작성시간 14.12.03 어제 교문 앞에 나와 추위에 고생한 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고생이 훗날 헛수고가 아닌 보람있는 행위가 되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정상화 | 작성시간 14.12.03 두분 교수님들 너무 힘드셨습니다.
    여간 추위가 아닌 데, 당신들의 불타는 정의감은 엄동설한도 거뜬히 녹이고 있습니다.
    레임덕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이미 시작되었네요.
    점점 불안해 지고 있어요.
    눈에 보입니다.
    50명 60명 하 던 사람들 다들 어디가셨지요?
    사람을 사람답게 다루어야 지?
    생각 없는 무지랭이 교수취급을 받다보니,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는 것이지요.
    꼭 말로만 해야 알아듣나?
    행동거지를 보고 아, 지나쳤구나를 깨달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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