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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이야기

[교협일지] 아직도 경찰은

작성자상생21|작성시간18.06.13|조회수412 목록 댓글 1

아직도 경찰은
    
 
이원영 (수원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아무래도 수상했다. 그 며칠사이 타이어펑크가 세 번째다. 요즘 길에 못들이 많이 깔렸나. 그러다가 네 번째는 타이어 옆구리가 째졌다. 보험사 정비공이 놀라며 ‘이건 누군가가 고의로 낸 것’이라며 ‘위험천만한 일’에 해당한단다. 놀라서 지낸 일주일 후에 다섯 번째 펑크가 났다. 이번에도 옆구리. 
   교수협의회를 26년만에 재창립한지 석달후 2013년 6월의 보름사이에 이런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하지만 잠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시절이었던 필자는 신고하는 일을 하루이틀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한달 후, 관할경찰서로부터 모 경위가 필자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수원대 재단의 비리가 접수되었는데, 그 경위를 알고 싶어서 교협 공동대표인 필자에게 정보를 물으러 온 것이다. 비리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러 온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 조사를 하러 온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친절히 대응해주었다. 그러면서 필자는 찍어둔 다섯차례의 타이어펑크 사진들과 정비공의 이야기를 그에게 전달하면서 이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그에게 답신이 왔다. “누군가 악의를 갖고 고의적으로 타이어를 손괴하였거나 바람을 뺐다고 판단하시면 수리 견적서를 포함하여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할 수 있습니다.” 
   이상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면 관할서내의 담당부서 담당자와 연결시켜 주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세월이 흘러 함께 파면된 동료교수들과 교문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2015년의 어느 날, 학교직원에 의해 명예훼손과 모욕을 당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문제는 초동수사를 맡은 관할경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로 처분한 것이다. 이를 받은 검찰도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영상증거들이 있고 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다. 보다 못한 사법부가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경찰과 검찰이 동시에 창피당했다. 2심까지 간 판결의 결과는 벌금 300만원. 사법부가 보기에 명백한 이런 범죄를 경찰은 어째서 무혐의로 보았을까.


   또다시 세월이 흘러 올해 2월, 필자보다 한해 먼저 복직한 교협 공동대표 장경욱 교수(문화예술학부)에 대한 소위 ‘미투’ 폭로가 나왔다. 누군가가 자신의 동생인 졸업생의 8년 전 '성추행 피해'의혹을 페이스북에 익명으로 제보하면서 장 교수의 실명과 소속학과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제보자나 피해주장 졸업생의 신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학교측은 장교수에게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이를 빌미로 3월부터 추가 피해를 조사했다. 문제는 추가신고가 나오지도 않은데도 경찰이 캠퍼스에 등장한 것이다. 여경들이 문화예술학부 여학생들을 모아놓고 추가피해에 대한 폭로를 종용하였다. 여학생들조차 여경이 왜 왔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하였다. 신고도 없었는데 그들은 어떻게, 왜 왔을까.
   결국 여경들은 연기지도수업 중의 신체접촉 사례를 수집하였다. 그러자 학교측은 그 사례들이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인지 어떤지 확인하지도 않고 장교수를 경찰에 고발하였다. 학보사의 학생기자들은 그 사연이 궁금해졌다. 학내 고충심의위원회 위원장인 부총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였지만 이유없이 거절당했다. 왜 거절했을까. 학교측 처리과정과 절차가 수상한 것이다. 거기에 호응한 경찰도 너무 이상하다. 


   그러던 4월에 ‘교육부 서기관이 수원대 비리 공익제보자의 신상을 학교측에 유출했다’는 보도가 세간을 경악케 했다. 그 110억원 교비비리를 작년말 제보한 사람이 바로 장교수다. 학교측의 보복이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장교수는 페이스북의 최초 익명제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였다. 새 정부 들어서 벌어진 이 사건을 경찰이 차후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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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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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자유영혼 | 작성시간 18.06.13 경찰과 검찰의 신뢰성을 크게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속이 타는 구나.
    이땅에 언제쯤 정의를 세우는 검찰과 경찰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그들을 감시하며 부당한 공권력행사에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견지하여야 한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언젠가는 정의로운 사회로 거듭날 그날까지 우리는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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