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지나가다 민영환 선생의 묘를 보고 잠시 내려 목례를 사 하고 한참을 둘러보았소.
민영환은 소싯적에 망나니 소리를 자주 들었을 정도로 아주 형편 없었지. 전봉준이가 조선 3대 탐관오리로 지목할 정도요, 국치에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한 황매천이 매천야록에서 부패 척족 4인방 중에 하나로 민영환을 꼽기도 했을 정도니까.
사람이라는 것이 누구나 한때는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할 수 있소이다. 그러나 그 잘못을 뉘우치며 개과자신(改過自新)하는 것이 또한 사람이외다. 민영환은 망나니 같은 생활과 묵리에서 벗어나 을사늑약때 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결하였소. 그의 유서를 보면 죽어도 아니 죽는다고 했고(死而不死).
그를 비난하던 황매천도 훗날 국치에 秋鐙揜卷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가을 하늘에 책을 덮고 옛 일을 생각하니 사람 사는 세상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참으로 어렵다)이란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할때, 민영환에 대한 추모시를 남기었소. 소론의 명문이자 부통령을 지낸 이성재 선생을 비롯한 지사들은, 수많은 혈죽도와 죽사를 남기며 그의 죽음을 기리었고. 내 직접, 성재가 남긴 글을 보여주고 친절하게 역도 해주지요.
大韓光武九年十一月三十日, 忠正閔公泳煥殉于國. 其血衣刀, 藏之夾室, 至明年七月四日, 開戶視之, 有竹四幹, 自生於紙板縫之際, 長三五尺耳, 蒼翠亭亭, 而有千尋之勢. 異矣哉, 謂非精忠所感, 可乎, 諸紳士咸咨嗟, 摹畵入梓, 繼以作贊.
대한 광무 9년 11월 30, 충정공 민영환이 순국했다. 피 묻은 옷과 칼을, 실에 보관해 두고 한해가 지난 7월 4일에 문을 열었더니 네 그루의 대나무가 창가 틈에서 자라고 있었다. 길이는 작으나 빛이 푸르고 곧아 천 길을 뻗은 것 같은 기개가 깃들어 있었다. 이것은 공의 충정에 감응한 것이 아니겠는가. 지사들이 모두 감복하여 그림으로 그려 각하고 찬을 지었다.
不泯者忠 不散者精 磅礴鬱結 竹乃自生 勁幹直節 綠葉蜙莖 如復見公 氣槪琤嶸 風義所感 寏宇同情 庶藉英烈 扶危支傾 圖以傳之 萬古芳名
사라지지 않는 충의와 사라지지 않는 정기. 기운이 하나되어 대나무가 자라나. 단단하고 곧은 가지와 마디, 푸른 잎과 강직한 줄기는 충정공의 절개를 보는 듯 하다. 이런 기풍에 세상사람 모두가 같은 마음이니, 결기에 우리 세상이 지켜질 것이다. 이를 그림으로 그려 전하니, 이름이여, 만고에 빛나라.
이보시오들, 이제 그 누구도 민영환을 망나니라 생각하지 않소. 그는 역사에 충정공으로 남아 후세에 영원히 기억되고 있소. 내 하나 부탁 좀 합시다. 제발 교육자로 남아주시오. 늦지 않았소. 사람은 누구나 잘못이 있을 수 있으니 이제 그 잘못을 뉘우치고 교육자로 남아주시오. 이제와 10억 소송을 한 들 누가 겁을 내겠소. 그 소장을 받고 우리는 한참을 웃었소. 우리도 웃었고 변호사들도 웃었고 기자들도 웃더이다. 왜 100억 1000억이 아니고 10억인 지 아쉬울 따름이요.
도대체 이사장 직에서 사임 했다던 최씨는 왜 아직도 이사장인 것이오. 그리고 왜 총장 개인이 아닌 이사장 명의로 소장을 보낸 것이오. 다들 그러더이다. 10억의 인지세를 학교에서 부담하기 위한 술수라고. 내 이 소장을 들고 법조계의 원로이자 보수의 상징적 인물에게 들고 가 보여주었더니 굉장히 분노하더이다. 소장 뒤에 붙은 교육부 감사 내용을 보고는 한참을 말이 없으셨소. 그러다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와 총장이 유력 일간지의 사돈인 그사람 맞냐 하여 맞다고 하니, 당장 그 사돈에게 전화하겠다고 하는 것을 겨우 말렸소.
이보시오들, 더 늦기 전에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시오. 소송을 하고 겁박을 하고 모욕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흔들릴 사람들이 아니외다. 잘못이 없다 발뺌하고, 또 아니라 발뺌을 한 들 그게 얼마나 가겠소. 결국 다 드러나기 마련이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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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뭐꼬 작성시간 14.09.28 좋은 대나무 그림과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그런데 법조계의 원로가 이총장 사돈에게 전화하겠다는 것을 말리지 말았어야 되는데 . . .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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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풍덩 작성시간 14.09.29 글세요... 사돈분은 평판이 괜챦은 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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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Dove 작성시간 14.09.28 사돈이 어떤 사람인지 올바로 알아야, 사돈집 일에 올바로 처신을하지 않겠어요.
진면목을 정확히 알아야 서로 실수가없는 법이지요.
말리지 말았어야지. -
작성자단풍나무 작성시간 14.09.29 충정공 민영환의 의기가 서려있는 '혈죽도'!
망국의 위기 앞에서 나라의 녹을 받고 봉직하던 의로운 대신, 민영환의 비장한 결기가 느껴지는 듯 하오.
대한제국에는 민공같은 충신은 배척받고 이완용같은 신하가 득세하여 결국 온 백성이 경술국치를 당하지 않았소?
수원대 운명과 명예의 흥망성쇠의 기로에서 진정한 애교정신을 본보일 수 있는 보직교수들의 결단이 절실하지 않소? -
답댓글 작성자단풍나무 작성시간 14.09.29 그렇다고 책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결하라는 의도는 없으니 괜히 오해하지 말기 바라오!
그저 현명하고 지혜로운 지성인 답게, 학생에게 존경받는 스승 답게 처신하면 되지 않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