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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가는 곳

효석문학100리길 제2-2구간 답사기 (9)

작성자무심거사|작성시간24.05.21|조회수67 목록 댓글 0

효석문학100리길 제2-2구간 답사기 (9)

 

오전 10시 15분경, 대화성당에 다니는 전아폴로(아폴로는 아폴로니아의 준말로서 세례명임) 자매가 쉬어가자고 하면서 준비한 간식을 꺼낸다. 자매님은 오이를 썰어서 플라스틱 통에 담아왔다. 우리는 싱싱한 오이를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먹는 사람이야 오이 한 조각이지만 준비한 사람의 정성이 고마웠다.

 

대화천 물가에는 노란 유채꽃과 애기똥풀, 그리고 하얀 당근꽃 등이 많이 피어 있었다. 때때로 엉겅퀴, 지칭개, 매발톱꽃도 보였다. 이제부터 여름을 거쳐 가을 서리가 내리기까지 들판에는 온갖 꽃이 계속 피어날 것이다.

 

<그림19> 엉겅퀴

 

하천 따라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니 왼쪽에 고대동교라는 이름의 다리가 나온다. 오른쪽 산길로 올라가면 법장사라는 절이 나온다. 절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가면 거문산에 오를 수 있다. 나는 몇 년 전에 친구들과 이 길을 따라 거문산과 금당산을 등산한 적이 있다. 이틀 후인 5월 15일(음력으로 4월 8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다리에서부터 연등이 걸려있다.

 

<그림20> 법장사 가는 길

 

<그림21> 허생원이 머물던 곳

 

다리 앞쪽에 넓은 공간이 있고 잘 지어진 정자가 있다. 정자의 현판에는 ‘허생원이 머물던 곳’이라고 한글로 쓰여 있다. 허생원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이다. 장돌뱅이인 허생원은 어느 여름날 달밤에 물레방앗간에서 딱 한번 만난 여인을 평생 잊지 못한다. 허생원은 포목장사를 하며 장에서 장으로 님을 찾아 떠돌아다닌다.

 

그런데, 생원(生員)이라는 칭호는 무엇일까? 생원은 얼핏 조선 시대의 관직명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벼슬이름이 아니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조선 시대 관직은 문관과 무관을 합쳐 총 5605과(窠: 관직의 정원을 말함)였다. 관직에 관리를 등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과거(科擧)였다.

 

과거는 문과, 무과, 잡과의 세 종류가 있었다. 문과(文科)의 예비시험 격으로서 소과(小科)가 있었는데, 소과에 합격하면 최고의 국립 고등교육기관인 성균관에 입학 할 수 있었다. 이 소과에 생원시(生員試)와 진사시(進士試)가 있었다. 소과는 3년에 한 번씩 치르는데, 생원시에서 700명, 진사시에서 700명을 뽑았다. 시험에 합격한 생원들과 진사들은 성균관에 들어가 공부하다가 문과에 합격하면 벼슬길에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생원 또는 진사로서 성균관에 입학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생원이나 진사의 자격만으로는 관직을 얻기 어려웠다. 혹 얻는다 하더라도 하급직인 능참봉(왕릉을 관리하는 종구품 관직), 훈도(사역원 등에 두었던 종구품 관직) 등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생원이나 진사만 되어도 면역의 특권이 주어져서 사회적으로는 대우를 받았다. 지방에서는 공인된 양반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허생원은 일단은 양반 가문 출신으로서 생원시에 합격할 정도로 공부는 잘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장돌뱅이가 된 것을 보면 공부로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허생원이 머물면서 쉬었던 곳에서 10시 25분에 두 번째 휴식 시간을 가졌다. 정자 바로 옆에 작은 꽃밭이 있었다. 꽃 모양은 백일홍인데, 키가 아주 작다. 꽃 이름을 모르겠다. 황병무 선생이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백일홍을 종자 개량하여 만든 신품종으로서 ‘가는 잎 백일홍’ 또는 ‘미니 백일홍’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백일홍은 6월부터 가을인 10월까지 백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百日紅)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10분 정도 쉰 후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그림22> 하얀 실 같은 꽃이 네 개로 갈라진 이팝나무

 

길의 오른쪽에 정원을 잘 가꾼 시골집들이 계속 나타났다. 우리는 이팝나무, 오가피나무, 대추나무, 엄나무, 뽕나무 등이 보일 때마다 그 나무에 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내가 알기로 봄에 가장 늦게 잎이 나오는 나무는 대추나무이다. 다른 나무에는 잎이 다 나와서 무성할 때에 뒤늦게 잎이 나온다. 대추나무 잎은 유난히 빤질빤질하다.

 

길 왼쪽에 작은 하얀 꽃이 뭉쳐서 피어있는 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아무도 이름을 모른다. 윤석윤 선생이 휴대폰을 꽃에 대고서 촬영하더니 공조팝나무라고 알려준다. 네이버나 다움의 꽃 검색 기능을 이용하면 쉽게 꽃이름을 알 수가 있으니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그림23> 공조팝나무

 

나는 휴대폰으로 공조팝나무를 검색해 보았다. 추가 정보가 나온다. 공조팝나무는 지름 7~10mm의 흰꽃이 줄기 끝에 달린다. 우산 모양의 산형꽃차례로 피는데, 마치 작은 공을 쪼개어 늘어놓은 듯한 모양이다. 이름의 첫 글자 공은 순수한 우리말이다.

 

오전 10시 40분에 광천선굴에 도착하였다. 광천선굴은 길이 850m의 석회동굴로서 수백 년 전에 발견되었다. 평창군에서 88억원을 들여 정비한 후 2022년 11월에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광천선굴에는 문화해설사가 배치되어 있으므로 해설을 요청하면 안내를 해 준다. 해설을 듣는 관람은 30분 정도 걸린다.

 

<그림24> 광천선굴 전경

 

<그림25> 광천선굴 입구

 

우리 일행 중에서 나를 포함하여 3명은 이미 굴을 관람하였기 때문에 5명만 광천선굴에 들어갔다. 황병무 선생이 직접 자세하게 해설해 주었다고 한다. 밖에서 기다리는 중간에, 내가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으로 걸어가서 막걸리 3병과 안주를 사왔다. 일행이 관람을 마치고 나왔다. 우리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창한 봄 날씨에 좋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그림26> 사철가를 부르는 필자

 

누군가 나더러 판소리를 한번 해보라고 한다. 마침 막걸리를 한 잔 했고 부채가 있어서 술김에 단가 사철가를 불렀다. 소리에 맞추어 북을 치는 고수가 없어서 약간 아쉬웠다. 광천선굴에서 한 시간을 보낸 후 11시 40분에 출발했다.

 

대화천의 오른쪽 길을 따라 걷는데, 데크길을 아주 잘 만들어 놓았다. 걷기에 편하고 안전한 길이었다. 우리는 답사의 종착지인 대화면 땀띠공원에 12시 15분에 도착했다.

 

<그림27> 땀띠공원

 

이날 효석문학100리길 제2-2 구간 6km를 8명이 걸었다. 시간은 3시간이 걸렸다. 광천선굴을 관람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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