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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의 사진기행(19) : 여인들의 한과 조국에 대한 사랑

작성자한 길|작성시간13.10.25|조회수231 목록 댓글 2

 

21살의 나이에 중매로 맺어진 이응로부부의 만남과 헤어짐, 흔한 러브스토리처럼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첫 번째 부인을 등지고 제자를 데리고 파리로 도주하다시피 떠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첫 번째 부인은 수덕사 경내에 수덕여관을 차리고 연일 남편을 기다립니다.

 

그러다 1967년 동백림사건으로 이응로 선생이 납치되다시피 국내로 압송되어 옵니다.

자신의 의지와 감성을 작품으로 표현한 게 무에 그리 큰 죄라고 중벌을 내리지만...

결국 2년후 특사로 풀려납니다.

 

 

수덕사에 수녀님들이 방문을하셨습니다. 

 

수덕사 입구에 마련된 이응로기념관

이응로 선생의 작품들도 꽤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후 이응로선생은 수덕여관에서 몇개월간 몸조리겸 머물게 됩니다.

이때 선생은 여관 뒷뜰 바위에 문자추상작품을 만듭니다.

마치 첫 번째 부인에게 그동안의 미안함을 사죄라도 할 요량으로...

하지만 너무 큰 징표는 오히려 첫 부인에게 고통으로, 피멍처럼 남습니다.

이응로 선생은 자신의 자취를 작품으로 남겨 놓은채 또다시 훌쩍 파리로 떠나버립니다.

도대체 문자추상이 무어라 말인가!

 

'이응로기념관' 바로 근처에 있는 '수덕여관' 

 

수덕여관은 고암 이응로선생의 첫 번째 부인이 영업을 하던 곳이랍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기에 절에서 인수해 기념관으로 사용하고 일반인 숙박은 받지 않고 기념관으로만 사용한답니다.

 

 

바로 앞쪽에 보이는 방이 고암선생이 머물던 방입니다.

 

그후 첫 번째 부인께서 수덕여관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까지 두 번 다시 두분은 상면을 하지 못합니다.

첫 번째 부인의 마음 한켠에 동심초가 피어나고 다시 또 지고, 그러기를 십수년 한없이 반복하다 두분은 끝내 하늘나라에 가서야 조우를 하게 됩니다.

 

여관 뒷뜰에 있는 고암선생의 문자추상이 새겨진 바위.

   

이응로선생 작품이라는 글자가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이응로 선생과 사모님이 주고 받았을 대화내용이라는데...

그보다는 "당신을 위해 내가 만들었오"라고 한마디라도 하시지 않구...

 

 

 

수덕사, 비구니들의 기도원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김일엽스님의 이야기도, 신여성 나혜석의 이야기도 배어있습니다.

결코 슬프면서도 눈물을 훔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이기에.

여인네들의 한스런 이야기에 수덕사는 이 가을 형형색색의 한으로 어느 곳보다 고운 단풍을 만들어 갑니다.

 

 

경기도 이천에는 이응로 화백의 장손 이광세 선생이 도자기기를 굽고 계십니다.

이광세 선생이 계신 곳에는 이응로 선생의 흔적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한으로 남은 선생의 장손.

선생과의 편지 내용이 도자기에 새겨져 작품으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작품들은 그냥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채 조용히 묻혀 있습니다.

지난 세월의 흔적이 아랑곳없다는 듯이.

하지만 이응로 화백의 장손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못다한 부인에 대한 사랑까지 더해지니...

글자 한자에 사랑이, 글자 한자에 눈물이...

 

문득 길가 작은 정원이 눈길을 끕니다.

아주 오래된 정원처럼...

저 정원의 꽃들을 보며 그 여인네들이 나누었을 그 미소와 그 표정들이 떠오릅니다.

  

어느 날 문득 나혜석 평전은 발길을 수덕사로 향하게 만듭니다.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으니 그 흔적이라도 칮아봐야 겠지요.

그 시대 지성이라 자처하는 뭇 남성들의 꿈, 나혜석.

그러나 그들은 그녀를 무참히 짓밟고 누더기를 만들어 버립니다.

신여성이라 불리는 나혜석, 어쩔수 없이 그녀는 수덕여관을 찾아 은신하게 됩니다.

 

  

이 가을에 생각나는 여인들의 한과 조국에 대한 사랑.

어쩌면 낙엽처럼 모두가 떠나가 버린 꿈은 아닐는지...

 

고암 이응로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수덕사에서 부터 대전 미술관까지의 여정,

이 가을에 한번쯤 찾아가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대전 시내에 있는 이응로미술관으로 향합니다.

이곳은 몇해전부터 서울에 있던 이응로미술관과 파리의 작품들을 일부 옮겨다 놓고 본격적으로 이응로 미술관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파리에 있는 이응로선생 저택의 문자추상 담벼락을 이사하면서 사진으로 담아와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홍성에 지난해 이응로선생 생가를 복원해 놓았습니다.

그곳에도 선생의 작품 몇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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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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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한 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10.25 사랑, 그 처참한 이름의 사랑.
    최소한 고통을 주더라도 어느 한켠에는 사랑의 이름으로 아름답게 기억할수 있는 흔적은 만들어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그도 아니라면 버러지만도 못한...
  • 작성자단풍나무 | 작성시간 13.10.27 수덕사 수덕여관에 그러한 이야기가 서려있었군요. 이번 가을에 다시 한번 가 보고 깊은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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