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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가는 곳

내가 하는 일은...

작성자한 길|작성시간14.04.01|조회수273 목록 댓글 0

 

 

살아있는 날은 / 이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가끔 나무 냄새가 좋아 연필을 자주 깍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냥 연필 한자루를 다 깍아버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깍는건 연필이 아니라,

마음을 그렇게 모질게 담금질을 해대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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