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쉬어 가는 곳

오늘 점심 구름비빔밥 어때요?

작성자한 길|작성시간14.04.02|조회수269 목록 댓글 1

 

 

구름 비빔밥 / 박남희

 

나는 비빔밥을 즐겨 먹는다

여러 가지 나물을 큰 그릇에 담아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는 재미와 맛이 그만이다

나물들은 그릇 속에서 고추장에 비벼지면서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일어서서

자신들의 싱싱함을 자랑한다

 

 

무엇에 한 통속으로 비벼진다는 것

비벼져서 하나가 된다는 것과

자신을 꼿꼿이 일으켜 세운다는 것이

때로는 이렇듯 한 사발 안에 있다

풀밭에서도 바람은 모든 것들을 하나로

비비고 싶어하고

햇살은 풀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환하게 일으켜 세우고 싶어한다

    

 

나는 비빔밥을 먹을 때

바람과 햇살을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는다

내 몸이 일으켜 세우고 싶어 하는 것과

내 몸이 비비고 싶어 하는 것들의 상반된 느낌을

사발 가득히 비벼서 한 숟갈 떠먹으면

내 몸은 한 순간 바람과 햇살이 한 몸을 이룬

구름 비빔밥이 된다     

 

구름 비빔밥은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는 것과

비벼지려는 것들 사이에서

천둥을 울려대고 번개를 친다

비를 뿌린다

 

흙은 구름 비빔밥을 즐겨먹는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한 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4.02 인수1은 모든 것을 하나로 비비고 싶어하고
    교협은 교수들 하나하나를 환하게 일으켜 세우려 하는데...

    “...
    구름 비빔밥은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는 것과
    비벼지려는 것들 사이에서
    천둥을 울려대고 번개를 친다
    비를 뿌린다“

    오늘 점심 구름비빔밥 어때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