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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비빔밥 / 박남희
나는 비빔밥을 즐겨 먹는다
여러 가지 나물을 큰 그릇에 담아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는 재미와 맛이 그만이다
나물들은 그릇 속에서 고추장에 비벼지면서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일어서서
자신들의 싱싱함을 자랑한다
무엇에 한 통속으로 비벼진다는 것
비벼져서 하나가 된다는 것과
자신을 꼿꼿이 일으켜 세운다는 것이
때로는 이렇듯 한 사발 안에 있다
풀밭에서도 바람은 모든 것들을 하나로
비비고 싶어하고
햇살은 풀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환하게 일으켜 세우고 싶어한다
나는 비빔밥을 먹을 때
바람과 햇살을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는다
내 몸이 일으켜 세우고 싶어 하는 것과
내 몸이 비비고 싶어 하는 것들의 상반된 느낌을
사발 가득히 비벼서 한 숟갈 떠먹으면
내 몸은 한 순간 바람과 햇살이 한 몸을 이룬
구름 비빔밥이 된다
구름 비빔밥은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는 것과
비벼지려는 것들 사이에서
천둥을 울려대고 번개를 친다
비를 뿌린다
흙은 구름 비빔밥을 즐겨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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