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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의 사진기행(33) : 충분히 해탈하고도 남겠네!

작성자한 길|작성시간14.05.11|조회수261 목록 댓글 2

 

개심사 가는길에 왕벚꽃이 만개했다.

개심사(開心寺)는 충남 서산시 상왕산 자락에 자라잡고 있다.

마음을 연다는 뜻의 개심(開心)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사찰은 수덕사의 말사이다.

개심사는 처음 백제 의자왕 14(654)에 혜감국사가 개원사(開元寺)라는 이름으로 창건 했다고 전해진다.

그후 고려 충정왕 2(1350)에 중건하면서 이름을 개심사로 고쳤다고 한다.

 

개심사에 이르는 입구 좌측에 세심동(洗心洞), 우측에 개심사(開心寺)라는 글귀가 나란히 마주보며 서있다.

마음 씻는 골짜기’ ‘마음을 여는 절이란 말이다.

천천히 개심사로 향한 돌계단을 오른다.

 

개심사에서는 여늬 절처럼 그 입구에 무섭게 떡 버티고 서있는 사천왕이나 금강역사같은 것이 없어 좋다.

그 대신에 개심사에 이르기전 경지(鏡池)라는 직사각형의 연못을 건너야 한다.

경지(鏡池)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란 뜻이 아닌가?

거울같은 연못에 자신의 모습을 비쳐보란 뜻일게다.

 

 

개심사의 벚꽃은 4월말 쯤 세상의 벚꽃이 다 지고 난후에야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낸다.

마치 그동안 봄의 주인장 노릇을 하던 화사한 벚꽃들에게 너희들 이제 다 폈느냐하듯이 비로소 피어난다.

 

 

꽃길을 지나 작은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해탈문을 지난다.

이제사 비로서 꽃대궐로 들어서게 된다.

대웅전 부근은 한창 꽃대궐처럼 그 위용을 자랑한다.

 

 

 

주지가 거처하는 심검당(尋檢堂), 범종각, 요사채가 모두 휘어지고 굽어진 원래 생긴 그대로의 목재들을 쓰고 있다.

지 멋대로 생긴 몸통만큼 굵은 나무기둥들이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스님들은 절에 피는 벚꽃을 피안앵(彼岸櫻)’이라고 했다.

꽃이 피면 극락이란 말이다.

정말이지 극락세계가 따로 없을 듯 싶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 개심사가 바로 극락세계가 된다.

 

점입가경이라더니 해우소로 향하는 길목에는 홍매가 화들짝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언제인가 땅끝마을 미황사의 해우소에서 내다본 동백꽃의 해맑은 모습이 떠올랐다.

문득 개심사 해우소의 왕벚꽃은 어떨까 궁금해 졌다.

 

개심사는 전국 절집 해우소중 몇 안되는 전통방식의 해우소를 가진 곳중 하나이다.

이젠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구조를 하고 있다.

한데, 지금 해우소를 개축하려고 성금을 모으는 중이란다.

전통양식의 해우소가 신식으로 개조되기 전 꼭 한번 느껴보아야 하지 않겠나?

아무튼, 볼일을 볼 요량으로 해우소에 자리를 잡는데 맞은편 칸에 어떤 여성이 자리를 잡는듯 했다.

갑자기 아무도 안보는데도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다.

겨우 판자로 가림막을 세워놓고 낯선 남녀가 독특한 소리를 내어가며 지 볼일을 보니 뭐 참 거시기하기는 하다.

 

 

문득 고개를 드니 해우소의 헤벌어진 담장사이로 보이는 왕벚꽃들.

꽃송이 하나하나가 부처님의 해맑은 미소를 닮았다.

부처를 닮은 꽃송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느낌이 온다.

, 그래 바로 이거야.

해탈이 별건가.

이 느낌, 이 마음이면 충분히 해탈하고도 남겠다.

 

개심사 명부전 앞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푸른빛이 도는 청벚꽃나무가 있다.

명부전 바로 앞뜰에 있는 세그루의 순백색 겹벚꽃송이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순박한 절집에 화려한 꽃이라니 도통 안어울리는 그림이다.

이러고도 해탈을 하시것다고?

 

흐드러지게 핀 청벚꽃...

입을 다물수 없다.

 

 

 

 

꽃잎 인연 / 도종환

 

몸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 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 꽃나무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

 

마음을 씻고, 마음을 여니 거짓말처럼 해탈하는 곳 개심사.

벚꽃도 보고 부처도 보고.

참 좋은 곳

개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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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상생은그만 | 작성시간 14.05.12 한길님의 멋진 봄꽃 사진과 해설 감사합니다.
    조금 늦게 가야 개심사의 이러한 아름다운 봄꽃을 볼 수 있다고 쓰셨는데,
    이번 주말에 가면 이러한 선경이 남아있을까요?
  • 작성자한 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5.12 조금 늦은것같네요. 지난주말 정도였다면 조금은 봐줄만했을텐데요. 내년에는 꼭 4월 마지막주말경에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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