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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편지 - 배경 설명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7.14|조회수522 목록 댓글 3

저는 아들만 둘을 두었습니다. 큰 아들은 지금 36세로서 평범한 회사원이고 아들과 딸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손자가 둘이나 되는 할아버지입니다. 둘째 아들은 10년 터울로 좀 늦게 낳아, 지금 26세로서 대학교 4학년입니다. 둘째 아들은 우면동 집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를 닮은 점과 닮지 않은 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저를 닮지 않은 점은, 운동을 싫어하는 저와는 달리 운동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경희대 체육대학 태권도 학과에 들어갔는데 1학년 마치고 군복무는 특전사에서 마쳤습니다. 그 녀석은 복학 후 3학년 올라가면서 스포츠의학과로 전과했습니다.

 

그가 저를 닮은 점은, 조금 엉뚱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에 벌써 운동권 학생이 되어 부모와 담임 선생님 속을 무던히도 썩였습니다. 대학에 들어 와서는 시청 앞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노무현 책과 문재인 자서전을 읽고 나서 인생의 목표를 바꾸었습니다. 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의 인생의 새로운 목표는 변호사, 그중에서도 인권변호사가 되는 것이랍니다.

 

사실 제가 작년 3월에 교수협의회 공동대표가 된 것은 그의 말 한마디가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밥상머리에서 수원대가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가 아버님, 정년퇴임하시기 전에 수원대를 위해 좋은 일 한번 하시죠라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이 저의 가슴에 화살처럼 꽂혔고, 그 후 몇 달 후에 푸른하늘님과 상생21님과 함께 교수협의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교수협의회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저에게 잘 하셨다고 칭찬해 주었고, 아들의 칭찬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후 학교측과 대화와 협상은 조금의 진전도 없고, 그러다가 올 1월에 저는 파면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파면이었습니다.

 

봉급이 끊어지자 경제적으로 긴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승용차는 아반테와 모닝을 타고 있었는데, 파면을 당한 다음 달에 아반테를 친척에게 주어버리고, 지금은 모닝만 운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아들 녀석의 용돈을 20만원이나 깍았습니다. 그래도 그는 문자를 보내어 아버지 힘내세요. 이제부터는 해직교수의 아들로서 용돈을 절약하여 쓰겠습니다라고 저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면동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하였습니다.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로부터 파면을 취소하라는 결정서를 받은 후, 저는 이제 곧 복직이 되고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총장은 교육부 결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이제 소송이 시작되었으니 복직은 언제 이루어질지 기약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아마 제가 정년퇴임하는 내년 8월 이후에나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저는 재징계를 받으러 78일 열리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통지서를 내용증명 우편으로 받았습니다. 출석통지서는 마침 집에 있던 아들 녀석이 받아 밤에 저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아버지의 복직을 기대하던 그는 재징계를 하겠다는 학교측의 처사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어제(7월13일) 이메일로 평창에 있는 저에게 편지를 보내었습니다. 저는 그 편지를 읽고서 감동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편지를 카페에 올려도 괜찮은지를 물었습니다. 저는 아들의 동의를 얻고서, 아들의 편지를 공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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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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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상화 | 작성시간 14.07.14 평소 이교수님과 대화를나누며 느낀 마음이 분명해 집니다.
    언행일치는그 무엇보다 효율적이고 값진 교육입니다.
    가족들로 부터 많은 부족함을 지적 받는 사람으로 부끄럽고 아쉬운 마음이 온 몸에 스며 듭니다.
    진실된 대화로 하나된 가족의 화목함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잠시의 어려움은 더 큰 행복으로 찾아올 것입니다.
  • 작성자단풍 나무 | 작성시간 14.07.14 아무리 처신을 잘 하는 사람이라도 가장 가까이 있는 자식과 배우자의 눈길을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대체로 가족의 안위나 체면을 생각해서 외부에는 알리지 않고 지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들의 편지를 통해서 이상훈 교수님의 말과 행동이 일치함은 물론이고 그 행동이 올바르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작성자마중물 한방울 | 작성시간 14.07.14 ‘4대 강 살기기’사업에 대해 전문가로서 반대 소신을 밝히기 주저하지 않았으며,
    수원대의 병폐를 고치는 일에 대하여는 정년을 앞둔 원로교수에 대한 예우를 포기하고
    스스로 고난의 길을 꿋꿋하게 걷고 계신 이상훈 교수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심경으로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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