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쉬어 가는 곳

그대의 마음속 풍경은 안녕하신가요?

작성자한 길|작성시간14.08.27|조회수155 목록 댓글 0

 

 

 

빈 집의 약속 / 문태준

 

마음은 빈 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밤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메달아 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 십년 혹은 백 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뭉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그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고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그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 숲이 들어앉았다가 나가면 그 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마음 안의 그 둥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워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 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 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