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 정현종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날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팍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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