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쉬어 가는 곳

골프장에 출동한 경찰관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4.28|조회수1,687 목록 댓글 32

교협 공동대표 사퇴서를 지난 319일 교협 카페에 올리고서 저는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교협 공동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2년 동안 학교 측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동안에 친구들은 저를 만나면 매번 충고를 하였습니다. 수원대가 너 한 사람이 투쟁한다고 해서 금방 바뀌지 않는다. 모든 변화는 서서히 이루어지는 법이다. 이제는 젊은 교수들에게 맡기고 너는 물러 나거라. 정년을 앞두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등등.

 

3월 말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제 봄이 와서 잔디도 푸릇푸릇 돋아나고 봄꽃도 피어날 것이니 4월 초에 라비돌 골프장에서 골프 한번 치자. 저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골프 대접을 한번 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좋다, 고맙다, 그럼 내가 라비돌cc에 가서 직접 예약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서 라비돌cc 클럽하우스에 직접 가서 제 이름으로 예약을 하였습니다. 날자는 49() 오후 16분으로 예약이 접수되었고, 저의 핸드폰으로 라비돌cc로부터 예약 확인 문자가 왔습니다.

 

 

 

그후 며칠이 지나 41() 만우절에 라비돌cc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통화기록을 보니 오후 419분이었습니다.) 49일 골프장 코스 공사 때문에 예약을 취소해야 되겠다고 말입니다. 제가 그러면 시간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취소하십시오.” 라고 말하고서 전화를 끊었는데, 웬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정을 설명하고 자네가 전화를 걸어서 같은 시간으로 예약을 시도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조금 후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같은 날인 49일 오후 1259분으로 예약이 쉽게 되었다고 말하였습니다. 라비돌cc로부터 예약 확인 문자가 친구에게 왔고 친구는 문자를 저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49() 저는 다른 친구의 차에 동승하고서 라비돌cc12시 쯤 도착하였습니다. 일행 4명은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여 접수대에서 이름을 적고 카드로 비용을 결제하고 라커키를 받았습니다. 제가 낼 비용은 고맙게도 처음에 저를 초대한 친구가 내주었습니다. 옷을 갈아 입고 클럽하우스에서 해장국을 시켜서 맛있게 먹고 거의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 라비돌 직원이 오더니 이상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

 

이상훈 교수님은 라비돌 출입 금지로 되어 있습니다. 환불을 해 드릴테니 돌아가십시오.”

그게 무슨 소리요? 예약하여 결제하고 밥까지 다 먹었는데, 손님을 경기 시작 직전에 입장시킬 수 없다고요? 그런 금지 규정이 있으면 그 규정을 보여 주시요.”

규정이라기보다는 이상훈 교수님이 최근 수원대 사태로 인해서 라비돌에 해를 끼친 사람이어서 라비돌에는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무슨 해를 끼쳤단 말이요?”

라비돌을 검찰에 고발해서 저희 직원들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은 라비돌에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조치가 어디 있소? 친구하고 골프장에 와서 돈도 다 냈고 이제 티업을 하려는데, 안 된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죄송합니다만 이해해 주십시오.”

 

그러나 친구도 사회생활을 할 만큼 한 사람이고 라비돌cc 측의 부당한 조치에 굴복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다투자 라비돌 측에서 타협안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는 빠지고 나머지 세 사람만 경기를 하면 어떻겠느냐 제안했습니다. 친구는 거절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인접한 골프장으로 안내를 해 드릴테니 다른 골프장으로 가서 골프를 치라고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거절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해 보니 서로 말싸움만 하다가는 끝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112 신고를 해서 경찰관을 불렀습니다. (나중에 통화 기록을 보니 제가 신고를 한 시간은 491236분이었습니다.) 조금 후에 화성동부경찰서에서 2명의 경찰관이 출동하였습니다. (저는 경찰관 한 명의 이름을 적어 두었습니다. 화성동부경찰서 김00 경사.) 사건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라비돌 직원 2, 저와 친구, 경찰관 2, 합해서 모두 여섯 사람이 라비돌 클럽하우스 입구에 서서 계속해서 다투고 있었습니다. 라비돌에 골프 치러 온 다른 손님들이 힐긋힐긋 쳐다보면서 드나듭니다. 캐디들도 경찰차가 출동하니 놀라서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합니다.

 

친구: “이런 몰상식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경찰관은 부당한 대우를 받은 고객을 도와줄 의무가 있지 않습니까?”

경찰관: “이것은 형사사건이 아니고 민사사건에 해당합니다.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서 이렇게 하십시오 라고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양측에서 타협하십시오.”

라비돌 직원: “이상훈 교수는 아주 나쁜 사람입니다. 라비돌을 고발해서 저도 검찰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모든 라비돌 직원이 이 사람을 싫어하고 있습니다.”

이뭐꼬: “내가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여보세요. 말을 똑바로 하세요. 법원에서 무죄로 판결했으면 그걸 받아 들이면 될 것 아닙니까? 이건 완전히 신문 특종 감이네.”

 

그러다가 얼핏 옆을 보니 총장님이 타고 다니는 에쿠스 리무진 차가 보였습니다. 제가 번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니 총장님까지 출동하였나 보나라고 생각하면서 제가 말했습니다. “잘 되었네. 저기 총장님이 오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서 총장님과 이야기 좀 해야겠습니다.” 그리고서 차로 가보니 운전사도 총장님도 차 안에 없었습니다. 만일 그때에 제가 총장님을 만났더라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총장님, 웃으면서 싸웁시다.”

 

다툼이 계속되자 안에서 기다리던 친구 한 명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친구는 한때 잘 나가던 건설회사인 한신공영 사장까지 했기 때문에 이런 분쟁에 익숙한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말했습니다. “아니 총장님이 이상훈 교수만 미워해야지 왜 친구까지 미워해.” 제가 말했습니다. “맞는 말이지. 그럼 내가 전화해서 총장님 바꿔 줄테니 자네가 통화 한 번 할래?” 제가 휴대폰을 꺼내서 총장님 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총장님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었습니다. (나중에 통화기록을 보니 111분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조금 후에, 입구에서 우리와 다투다가 안으로 들어갔던 라비돌 직원이 나와서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오늘 꼭 골프를 쳐야 되겠습니까?”

당연하지요

그러면 치세요.”

좋습니다. 어이 친구들, 들어가자. 총장님이 지시를 했나 봐. 그냥 골프를 치면 돼.”

 

저는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경찰관과 악수를 하면서 말했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속마음은 서로 잘 알고 있습니다.”

경찰관이 말했습니다.

즐겁게 운동하세요. 우리가 112 신고 받고 수없이 많이 출동했지만 골프장은 처음입니다.”

 

그날 라비돌 골프장에는 봄꽃이 화려하게 만발하였습니다. 벚꽃은 물론 진달래, 백목련, 살구나무꽃이 어울려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4번 홀에 있던 ()이종욱 총장님의 age shoot 기념비의 자리가 약간 옮겨져 있더군요. 7번 홀에는 영춘화가 늘어져 있는데, 꽃은 거의 지고 있었습니다. 영춘화는 관목으로서 개나리와 색깔과 모습이 비슷하지만 개나리보다 약간 먼저 핍니다. 개나리는 꽃잎이 4조각으로 갈라지는데, 영춘화는 꽃잎이 5개 또는 6개로 갈라집니다. 그리고 영춘화는 줄기가 초록색이어서 개나리와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9번 홀을 지나면서 오른 쪽에 있는 연못가의 풍경이 가장 좋았습니다. 백목련과 벚나무가 어울려서 그림같이 아름다웠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의 호의로 오랜 만에 필드에 나갔던 그날, 저는 공을 6개 잃어버리고 무려 108타를 쳤습니다. 저는 4명 중에서 4등을 했습니다. 골프와 인생은 비슷합니다. 저는 아직도 백팔번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운동이 끝나고 샤워를 잠간 하고 제가 제일 먼저 로비로 나왔습니다. 라비돌의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비돌 직원이 물었습니다. “골프장이 많은데 왜 하필 라비돌로 오셨습니까?” 제가 말했습니다. “아니 친구 따라 골프 치러도 못 옵니까? 총장님이 너무 속이 좁아요. 꼭 전달하세요. 오늘 일은 총장님이 저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될 일이라고 말입니다.”

 

조금 후에 친구들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라비돌 직원은 뒤쪽으로 가더니 선물이 든 종이 쇼핑백을 들고 나와서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라비돌에서 만든 롤케이크 빵이었습니다. 수원대 교수님들 생일 날에 학교측에서 전달하는 빵 말입니다. 저도 파면 당하기 전에는 생일날 매년 그 빵을 받았습니다.)

 

직원이 말했습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제가 물었습니다. “아니, 왜 나는 선물 안 주어요?”

직원이 말했습니다. “이상훈 교수님은 미워서 안 줍니다.”

저는 그 직원을 전부터 아는 사이였습니다. 제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하하하, 미워서 안 준다고요? 하하하, 라비돌 인심이 좀 사납네요.”

 

추신: 201549, 저는 친구가 예약한 라비돌 골프장에서 우여곡절 끝에 골프를 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라비돌 직원이 친구 3명에게 선물로 전달하는 빵은 받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기 위하여 427일 오후에 라비돌 2층 식당에 가서 그 빵을 하나 샀습니다. 빵값은 11,000원이었습니다. 그 빵을 사진 찍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고 실화입니다. 그날 일어난 대화는 모두 녹음되어 있습니다. 친구들이 증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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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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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마중물 한방울 | 작성시간 15.04.30 누군가 한 사람의 독선때문에 다수가 쓸데없이 고생하는 것은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불행입니다.
    라비돌 직원들의 마음 고생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갑니다.
    수원대 직원들도 교협의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집회신고하느라, 맞불집회에 동원되느라 많은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수원대 구성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진정한 수원대 발전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그러한 일을 통해서 각자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뜻과 힘을 모으고 싶습니다.
  • 작성자교협 홍보실 | 작성시간 15.05.02 이 글의 조회수가 1100을 넘어섰습니다.
    Daum에서 '골프장 경찰관'을 치니 이 글이 뜨는군요.
    너무나도 황당한 사건이라서 SNS에서 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원대 총장이 이 사건으로도 유명해졌습니다. 좋은 방향이 아니라서 유감입니다만....
  • 작성자교협 홍보실 | 작성시간 15.05.07 이 글의 조회수가 1200을 넘었습니다.
    워낙 황당하고 코메디같은 사건이라서 국민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집니다.
  • 작성자단풍 나무 | 작성시간 15.05.13 이 글의 조회수가 1300을 넘었습니다^^
  • 작성자단풍 나무 | 작성시간 17.11.06 이 글의 조회수가 1500을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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