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교수협의회에 가입을 하였는가(1)

작성자이뭐꾜|작성시간13.03.27|조회수764 목록 댓글 1

  저는 1990년에 수원대에 조교수로 임명되어 올해로 23년째 근무하고 있는 공과대학의 교수입니다.  제가 처음부터 조교수로 임명되었다고 말하면 2000년도 이후에 계약직으로 들어오신 교수님들은 이해가 잘 안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이종욱 총장님은 교수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신 분으로서 박사학위가 있으면 처음부터 조교수로 임명되는 그야말로 '좋은' 시절이었지요.  세월은 빠르게 흘러 이제 두 아들은 모두 성장하여 대학교육을 마쳤고, 현재는 정교수 신분이며 정년퇴임을 2년 앞두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정교수는 교육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되므로 교수협의회에 가입한다고 해서 크게 불이익을 당할 수는 없으므로 제가 무슨 대단한 결단을 하고서 가입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에 가입하면서 여러가지로 걱정되는 일은 많았습니다.  그래도 재단측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니까요.   제가 일신의 편안함만을 추구한다면 저는 현재의 사태에 대해서 모르는체 조용히 지내다가 2년 후에 은퇴하면 됩니다.  은퇴하면 월 300만원의 연금을 받아서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2월말부터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불만을 찬찬히 읽어 보면서 열악한 교육환경이 공과대학의 문제만이 아니고 다른 과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생생히 알게 되었지요.  아니 영화를 찍어서 스크린에 쏘지 못하고 흰벽에 비춘다니 이게 무슨 괴이한 일입니까?  건축공학과 학생이 올린 글을 보니 실습실 제도판이 낡아서 선이 똑바로 그려지지 않는다네요.  그러면서 그 학생은 묻더군요.  학교앞 당구장의 다이도 반듯한데 왜 제도판은 반듯하지 못한가?  여러분이 건축공학과 교수라면 그러한 학생의 질문에 무어라고 답변하시겠습니까? 음대, 미대 등은 사정이 어떤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가 교수협의회에 가입을 하고 말았습니다.  바보같이 그리고 겁도 없이,  왜 편안한 길을 피하고 험난한 길을 선택했느냐고 물으시면 저는 '차마'라는 두 글자로 답변하겠습니다.

  신임교수님들은 매년 학교에서 제시하는 박봉의 년봉계약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실을 보고서 차마 모르는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학생들의 불만을 차마 못 들은체 귀막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수들의 임용과 승진에 관한 인사규정을 알려주지 않는 부당함을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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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라벤다 | 작성시간 13.04.13 이뭐꼬님, 감사합니다. 정말 큰 용기를 내셨네요. 수원대 사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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