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주1: 이 시는 동시 작가인 이준관의 대표시입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그의 동시가 3편이나 실려 있습니다. 지난 4월 20일 토요일에 전북 임실의 섬진강으로 김용택 시인을 찾아가 만났습니다. 봄꽃이 아름다운 섬진강변을 따라서 10km를 같이 걸었습니다. 그는 이준관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동시를 잘 쓰는 시인’이라고 칭찬해서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준관은 저의 중학교 동창이기 때문입니다.
주2: 그렇습니다.
우리가 용기를 내어 교수협의회에 가입한 것은 구부러진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어떤 고난이 닥쳐올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인생의 긴 여정에서 볼 때에 구부러진 길을 선택한 것은 반듯하고 쉬운 길만을 걸어가는 삶보다 훨씬 풍요롭고 보람있는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이 시처럼, 저는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습니다. 저는 수원대 교수협의회 회원들이 참 좋아요. 가까운 장래에 오프라인에서 모두 만나고 싶어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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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생하자 작성시간 13.05.03 저도 이뭐꼬님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여기에서 사진으로는 보았지만 실물은 어떠신지 . . . 좀 엄격하게 생긴 인상이신데 . . . -
답댓글 작성자이뭐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05.03 저는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입니다. 남들이 외유내강형이라고도 합니다만.
어쨋든 와우동산에 상생과 평화가 찾아오면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즐겁게 식사 한번 하십시다. -
작성자이웬수 작성시간 13.05.04 저도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웃을 품으려고 하니, 어느 한 인간이 그러지 말고 이번에 대우를 특별히 잘 해줄테니 혼자가라 하는군요.
이런 식의 제안을 여러 교수들에게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웃 밖에서의 윤택함 보다 이웃 안에서의 행복을 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