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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여행 이야기 (14)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1.21|조회수208 목록 댓글 0

  폼페이는 고대 항구도시로서 인구는 2만으로 추정하는데 화산재에 덮힌 시체가 5천 구 발견되었다고 한다. 지금부터 2천 년 전인데도 폼페이는 현대의 도시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폼페이에는 두 개의 신전이 있었으며 도로는 돌로 만들어져 있고, 상수도가 공급되고, 공중 목욕탕과 하수도 시설까지 있었다. 귀족의 저택에는 정원이 있었으며, 심지어는 창녀촌까지 있었다. 유곽은 공교롭게도 번지수가 18번지인데, 들어가 보니 여러 가지 체위의 그림이 벽화로 선명히 그려져 있었다. 안내 책자를 읽어 보니 이들 밤거리의 여자들은 대개 노예였으며 하룻밤 화대는 술 두 잔 값이었다고 적혀 있다. 혹자는 폼페이가 이런 정도로 타락했기 때문에 벌을 받아 멸망했다고 지적할지 몰라도, 매춘은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니 유곽이 없다면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도시가 아닐까?

  내친 김에, 몇 년 전에 포르노 여배우가 이탈리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세계 토픽 뉴스가 된 사실이 생각나서 황 가이드에게 물어 보았다. 그녀는 입에는 장미꽃을 물고 그곳은 노출시킨 모습으로 국회에 등원하여 이곳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국회의원 노릇이 별로 재미가 없었던지, 1년 만에 그만두었다고 한다.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에서는 1960년대에 법이 통과되어 건물 내에서의 매춘을 금하였다. 그러나 매춘을 근절시킬 수는 없고, 여자들이 거리에서 은밀하게 호객을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손님과 함께 자기의 아파트로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호텔이나 여관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탈리아에서는 이혼하더라도 5년이 지나야만 재혼이 허용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5년 동안 혼자 살 자신이 없으면 이혼하지 않게 되고, 아무래도 이혼률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낮다고 한다. 호텔에 돌아와 일행 중 극성스런 몇 사람은 로마의 밤거리를 보러 간다고 택시타고 나섰지만 나는 피곤하여 그냥 잠이 들었다.

  다음날 (220, ) 우리는 로마를 떠나기 전, 마지막 문화관광을 하였다. 아침에 버스를 타려고 막 나오는데, 이상한 한국말이 들린다. 소리 나는 쪽을 보니 웬 잘 생긴 이탈리아인이 목걸이 싸요, 이뻐요, 10이라고 소리친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그처럼 세어졌나? 아무튼 이탈리아에서 한국말을 들으니 싫지는 않았는데, 목걸이는 가짜라고 황 가이드가 사지 말하고 한다. 이어서 황 가이드는 그런 잡상인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고 한다. 그들은 허가를 받아 장사를 하는데 장소가 좋으면 수입이 엄청나서, 어떤 사람은 벤즈를 타고 출퇴근을 하며 주말은 별장에서 보낸다고 한다. 사람이 먹고 사는 모습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는 성바울 성당과 까타꼼베를 구경했다. 바울 동상을 보니 한 손에는 성경, 그리고 한 손에는 칼을 든 모습인데, “한 손에 코란, 한 손에는 검이라고 세계사 책에서 배운 이슬람교가 생각났다. 이슬람교와 기독교는 중세 십자군 전쟁 때부터 계속 싸웠는데, 양쪽 전사자는 모두 진리를 위해 싸운다고 믿었을 것이 아닌가? 종교 때문에 더 이상 사람들이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타콤베는 지하에 만들어진 가난한 사람들의 공동묘지였는데, 나중에는 귀족들과 기독교 신자들의 묘지가 되었다고 한다. 까타꼼베의 총 길이는 700~1000km에 달하고 350년 동안 무덤 3백만 기가 만들어졌는데, 특히 어린이의 무덤이 많았다고 한다.

  점심을 먹은 후 식당에서 나오다가 운좋게도 그 유명한 집시족을 보았다. 키가 작고 초라한 옷차림의 집시 세 사람이 가까이 오더니 돈을 좀 달라고 구걸을 한다. 나는 이탈리아 말을 못하므로 돈이 없다고 고개를 흔들고 지나쳤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김용범 박사의 바지 주머니에 손이 들어오는 것을 눈치 빠른 김 박사가 탁 손을 쳐서 막았다고 한다. 어쨌든 집시를 보지 못했더라면 로마의 명물을 하나 놓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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