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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단편소설 (10)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3.24|조회수215 목록 댓글 0

사람이 살아가며 크건 작건 희망이 있을 텐데 수련이의 희망은 뭔가?”

카페를 하나 차리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계를 들고 있죠. 현재 계획으로는 1년 정도 기다려야 될 것 같아요.”

카페를 차라기도 전에 몸이 망가지지 않을까?”

그럴지도 모르죠. 처음보다 몸이 많이 나빠진 것 같아요. 요즘에는 매일 간장약을 먹고 또 가끔 집에서 엄마가 보내 주는 보약을 먹기도 해요.”

어머니도 수련이가 여기 있는 줄 아나?”

아니요. 회사 다니는 줄로만 알고 있죠.”

 

태어날 때의 인간은 다 같이 평등하고 인간의 소망은 다 같이 소중할 텐데, 어쩌다가 자기 몸을 축내며 매일매일 억지로 술을 마셔야 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 이 아가씨의 삶이 안타까웠다. 어떤 통계를 보니까 서울에서 직업을 가진 여성의 50%가 호텔, 여관, 사우나, 안마시술소, 이발소, 룸살롱, 다방, 텍사스촌 등 유흥업소 종업원이라던데 과연 이들의 삶에 누가 관심을 가져 주는가? 유명한 정치인이나, 훌륭한 종교 지도자 중에서 이들의 고달픈 삶에 진정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다 집어치우고 시집이나 가지 그래.”

사귀는 사람이 있기는 있어요. 그러나 저 자신을 숨기고 결혼하고 싶지는 않아요.”

집은 어디야?”

마담 언니 집에서 함께 살아요. 친 언니처럼 잘 해주지요.”

아까 온 미스 정도 함께 사나?”

아니요, 그 아가씨는 보도에서 불러온 아가씨에요.”

보도라?”

아가씨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가 전화를 받고 보내주는 데가 있어요.”

몇 시까지 영업하나?”

두 시 반까지요. 다 치우고 집에 가면 네 시쯤 되고 뭐 좀 먹고 나서 오후 한 시나 두 시까지 잠을 자지요.”

출근은?”

저녁 여덟 시 반에 나와요.”

그 사이에는 뭘 하지?”

일어나서 밥 먹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지요. 고스톱을 치기도하고 또 출근 전에는 화장도 해야 하고.”

 

김 과장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어쩌자고 자꾸 이 아가씨에게 마음이 끌리는가? 하룻밤 헛사랑을 나누기 위해서인가? 그건 김 과장으로서는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카페를 하나 차려 준다? 그건 금수저 물고 태어난 재벌의 아들이나 가능하지 자기 같은 봉급생활자에게는 맞지 않는 이야기이고. 그렇다면 교회에 나오라고 전도를 해? 그건 좀 쑥스러운 이야기이고. 내가 이 아가씨를 그저 지나치지 않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도울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내가 이 나이에 너무 감상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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