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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단편소설 (15)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4.03|조회수195 목록 댓글 0

토요일 아침, 좀처럼 특근을 안하는 김 과장은 오늘은 회사일로 좀 늦을지도 모르겠다고 아내에게 연막을 치고, 퇴근하자마자 약속한 다방으로 갔다. 아가씨는 예쁘게 차려입고 나왔다. 젊고 예쁜 아가씨를 보니 새삼스럽게 젊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식당에서 연인처럼 식사를 마치고 인근 커피숍에서 원두커피까지 마셨다. 창밖으로는 젊은 남녀들이 다정하게 웃으며 걷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미스 나, 우리 드라이브나 할까?”

김 과장이 슬쩍 유혹의 말을 던졌다.

, 좋아요.” 아가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차는 올림픽대로를 거쳐 중부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창 밖의 경치가 시원했다. 도시의 우중충한 빌딩과 좁은 사무실, 그리고 인파 속에서 지내다가 모처럼 시속 110km로 달리면서 산과 나무 그리고 개천과 작은 집들을 바라보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미스 나도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김 과장은 라디오를 틀었다. 시기적절하게도 라디오에서는 최성수가 부른 인기가요 남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밤만……내게 있어 줘요……더 이상 바라진 않겠어요…….’

김 과장이 다시 한 번 유혹의 말을 던져 보았다.

가까운데 어디 러브호텔 아는 데 있나?”

……

 

아가씨는 못들은 체 잠잠히 있었다. 아하! 오늘이야말로 난생 처음 고기 한 마리를 확실히 낚았구나.

이걸 어떻게 할까? 선을 넘어야 하나 참아야 하나?’

곧 시집간다는데 그래서야 쓰나.’

집에 가서 아내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거야 죄라고 볼 수 없지. 십계명에서도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고 했지. 남녀관계를 무조건 금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돈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지?'

 

김 과장의 마음속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기랄, 예수를 믿어도 좀 늦게 믿을 걸 그랬네. 십자가의 오른쪽 강도(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에 오른쪽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강도로서 죽기 직전에 회개하여 구원을 얻었다)처럼 죽기 직전에 믿어야 하는 건데. 일찍 교인이 된 게 후회스러웠다. 인생의 행복을 극대화하려면 죽기 직전에 예수 믿고 구원받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쾌락과 저 세상에서의 영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묘안이므로. 아마 IBM 슈퍼 컴퓨터로 최대 행복 찾기 프로그램을 돌려 보아도 해답은 마찬가지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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