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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중편소설(19)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5.13|조회수157 목록 댓글 0

두 사람이 택시를 타고 보스에 도착하니 10시가 약간 넘었다. 이미 밤이 깊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골목길에는 이른바 삐끼들이 자꾸 말을 걸었다. 삐끼들은 늦은 밤거리에서 2차를 찾는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회장님, 좋은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회장님, 끝내 주는 곳이 있습니다. 아가씨들도 모두 영계고요.”

 

2차를 가는 손님들은 이미 술을 한잔 걸쳤기 때문에 맨 정신이 아니고 판단력이 약해져서 자칫 삐끼를 따라갔다가 바가지 쓰기가 십상이다. 그 전에는 삐끼들이 남자들에게 모두 사장님이라고 불렀는데, 사장님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슬그머니 모든 술꾼들은 회장님으로 격상되었다. 우리나라에 사장님이 많아졌다. 조그마한 자영업자들이 많아지고 대기업의 자회사가 많아지다 보니 사장님이 흔해졌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봉급 받는 사장님이 무슨 힘이 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장이나 사원이나 대주주인 회장이 그만 두라고 하면 내일이라도 그만두어야 하는 파리 목숨들인데. 그래서 요즘에는 회장님 정도 되어야 힘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삐끼들도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무조건 회장님이라고 불러서 사장님들의 기를 살려주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다보니 회장님도 너무 흔해빠진 단어가 되었고, 따라서 정말 회장님은 이제는 명예 회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현대의 정주영씨나, 럭키의 구자경씨는 호칭이 명예 회장으로 바뀌었는데, 명예 회장이 봉급장이 회장보다 실세로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호칭마저도 인플레 되고 있는 것이다.

 

웨이터가 물수건을 가지고 들어오자 김교수는 미스최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미스최가 안 나타날까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 미스최와 다른 예쁜 아가씨 한 사람이 들어왔다.

미스최, 그동안 잘 있었어?”

오빠, 왜 이렇게 늦었어요? 안 오시는 줄 알고 다른 방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손님들이 일찍 끝내서 오빠를 겨우 만났네요.”

그랬어? 아무래도 우리는 연인이 될 인연이 있는가 보다.”

말만 하면 무슨 연인이에요? 연애를 해야 연인이 되지.”

말이 되네. 만나다 보면 연애를 하는 날이 오겠지, .”

 

조금 있다가 마담이 들어 왔다. 상당한 미인이었다. 사십대 초반의 나이로 보이는데, 아직도 이목구비가 시원하고 매력이 남아 있는 여인이었다.

젊었을 때에는 미인 소리를 많이 들었겠습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아니 지금도 미인이지만 이십대에는 대단한 미인이었을 것이라는 말이지요.”

아직 스물 아홉인데 무슨 섭섭한 말씀을 그리 하시나요.”

내가 잘못 보았네요. 나는 열아홉인 줄 알았는데.”

정말에요?”

그럼. 누가 마담을 보고 이십대라고 하겠오?”

아이고,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거짓말을 하시네.”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고, 아무튼 마담이 대단한 미인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인 소리는 이제 즈겨워요. 하도 많이 들어서.”

혹시 댁이 김자옥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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