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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중편소설(34)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6.24|조회수145 목록 댓글 0

새해 첫날 곰곰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올해는 무엇인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평탄한 삶에 평지풍파가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다. 큰 아들은 수능시험 성적이 나왔는데, 그 점수로는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은 어렵고 수도권에 있는 대학은 들어갈 수 있는 점수란다. 아들의 점수는 전국 평균으로 보면 상위 11%이니 그 정도면 잘한 셈이다. 수능 성적을 본 아내는 세칭 일류대학에는 원서도 낼 수 없는 점수라고 풀이 죽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면 점수를 물을까 봐 전화 받기조차 꺼려한다. 상위 11%이면 부끄러운 점수인가? 전국의 고3 학생 100명이 줄을 서있는데 아들이 11번째에 서 있다면 그리 실망할 것 없다는 것이 김교수의 생각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성적보다는 개성과 창의성, 협동성, 친화성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들은 다행히 성격도 활발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또 지도력(리더쉽이라는 어려운 말이 있지만 우리 말이 더 쉽게 이해된다)도 아비보다는 나은 것 같다.

 

둘째 아들은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이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쓸 일은 없다. 입시는 먼 훗날 이야기이고 그때는 세상이 많이도 변했을 것이다. 몇 년 지나면 대학입학 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적어서 학생 유치 경쟁이 일어난다고 하니, 두고 보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장학금 줄 테니까 원서만 우리 대학에 내시오. ,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때는 아마 학생이 학교를 골라가는 기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물론 상위권의 대학 몇 개는 경쟁이 여전하겠지만 꼭 일류 대학만 대학인가? 김교수의 고등학교 동창생들도 보면 일류대학 나온 사람보다는 이름 없는 대학 나온 사람들이 돈은 더 잘 벌고 재미있게 잘 살기만 하더라.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가보면 정말로 큰돈 번 사람은 대학을 가지 않은 친구이다.

 

아내는 조금만 일을 해도 피곤하다면서 얼굴 펼 날이 없다. 요즘은 가끔 허리도 아프다고 걱정을 한다. 아이를 둘 낳은 사십 넘은 여자치고 잔병이 없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보왕삼매론의 제1절은 몸에 병 없기를 구하지 말라...” 라고 되어 있으니 아무 병도 없이 지내면 오히려 좋지 않은 면도 있을 것이다. 시집 식구 대하는 것은 아직도 미흡하지만 그거야 아내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종합적으로 보면 좋은 아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늦기는 했지만 2년 전에 분양 받은 아파트가 있으니 이제 그놈의 지긋지긋한 집 걱정에서도 해방되었다. 벌어놓은 재산은 없지만 학교에서 나오는 봉급의 범위 내에서 지출하고 약간은 저축도 하는 살림이니 경제적으로도 별 문제는 없다.

 

김교수의 가정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작년에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된 아가씨이다. 어찌하다 아가씨를 만나게 되었나? 불교식으로 해석하면 이것도 다 인연일 텐데. 열반경에 맹구우목(盲龜遇木)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다에 눈먼 거북이가 있는데 1만년에 한 번씩 물 위로 떠오른다. 물위에는 구멍이 뚫린 통나무가 있어서 떠오르는 거북이의 머리가 구멍에 들어가게 되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건 확률적으로 보면 매우 작은 가능성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윤회의 과정 속에서 그만큼 어렵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처럼 어려운 만남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결말을 보게 될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올해는 소띠라는데 토정비결이나 한 번 볼까? ‘여자 때문에 재난이 닥친다는 식의 점괘가 나온다면 미리 선수쳐서 미스최와 헤어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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