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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중편소설(46)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7.21|조회수121 목록 댓글 0

추상적인 말장난을 떠나서, 구체적으로 사랑도 하지 말라는 법구경의 구절을 미스최와의 관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불경에서 의미하는 사랑은 어느 수준일까? 만일 그녀와의 관계가 발전하여 육체적인 사랑까지 나누게 되는 시점이 온다면 김교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스최와 결혼까지 갈 수는 없고, 거기까지 도달하게 되면 결국은 그녀와 헤어지게 될 것이다. 이별의 순간이 올 것이다. 결국 사랑의 끝은 이별이기 때문에 괴롭게 된다는 이야기인가? 사랑의 수준이 문제일 것이다. 당초에 약간의 호기심에 젖어 기대했던 대로 한 달에 한 번 만나 차나 마시고 아가씨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도에 그친다면 법구경에서 염려하는 괴로운 사태까지는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 단계는 넘어섰지 않은가? 이미 손까지 잡았고 가벼운 키스까지 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더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자신이 없다.

 

김교수는 박교수 부인의 말이 생각났다. 박교수의 부인은 대단한 미인인데 (S여대 다닐 때에 메이퀸이었다는 소문이 있다) 책도 많이 읽어서 세상살이와 인간의 심리에 정통한 모양이다. 그러한 박교수의 부인이 남편에게 늘 당부하는 말은, “당신이 사회생활하면서 술집에 가는 것은 좋다. 또한 술자리에 갔을 때에 예쁘고 젊은 아가씨가 옆에 앉게 되고 술잔을 주고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어느 한 아가씨를 두 번 이상 계속 만나지는 말아라. 이것은 당신이 우리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당신 자신이 파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꼭 지켜야 하는 나의 당부이자 경고이다.”

 

김교수의 아내는 이러한 경고를 하지 않았지만, 박교수 부인의 기준을 적용하면 김교수는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빠떼루를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법구경의 구절을 적어 보낸 것을 끝으로 아가씨와 헤어지는 것이 순리인가? 그러면 도덕적으로 자신은 하자가 없고 기독교인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아가씨를 만나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 자체를 죄악시 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윤리란 무엇이며 죄란 무엇인가? 만일에 아가씨와 하룻밤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는 것과 그냥 이 단계에서 헤어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가? 악수만 하고 헤어지면 괜찮고 육체적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면 가정적으로 도덕적으로 종교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말인가? 하룻밤 사랑이 그렇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말인가? 총각과 처녀의 하룻밤 사랑은 인생을 좌우하고 미래를 결정하는 심각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김교수와 아가씨가 나누는 하룻밤 사랑은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악수 한 번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왜 그렇게도 중요하다는 말인가? 김교수는 강력히 부정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나라 남성의 75%가 아내 아닌 다른 여자와 잔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김교수는 소수인 25%가 아니고 다수인 75%에 끼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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