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연재소설 및 에세이

중편소설(48)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7.25|조회수108 목록 댓글 0

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를 읽은 적이 있다. 홍길동전의 저자로서 알려진 허균은 29세에 장원 급제를 한 인재였다. 그는 요즘 말로 하면 매우 진보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고 따라서 벼슬길은 파란만장하였으며 결국은 쿠데타 음모로 나이 50세에 사형을 당하였다. 그는 책의 주인공인 홍길동처럼 그 시대의 반항아이었다. 어느 날 가깝게 지내던 기생이 죽자 세상의 이목을 아랑곳하지 않고 문상을 갔다고 한다. 그 후 허균은 모친상 동안에 기생과 술잔치를 벌려서 엄청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허균은 그러한 비난에 대해 위축되거나 변명하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인간적인 선언을 하였다.

 

남녀 사이의 정욕은 하늘이 내려 주신 것이고, 인륜과 기강을 분별하는 지식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하늘은 성인보다도 한 등급이나 더 높고 위엄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따를지언정 (정욕보다 인륜을 앞세우는) 성인의 가르침을 반드시 따르지는 않겠다.” 지금 시대에 비추어 보아도 파격적인 사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김교수는 허균처럼 이 시대의 반항아가 될 용기는 없었다. 김교수는 이론은 근사해도 실천은 하지 못하는 나약한 지성인일 뿐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김교수는 한동안 고민스러웠다. 선물을 전해주려면 만나야 하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자신은 도저히 아가씨를 서화담처럼 대할 수 없을 것 같다. 단 한번이라도 지족선사의 무애(無碍)의 경지를 체험하고 싶었다. , 괴로운 일이다. 요즘에는 슬그머니 아가씨의 얼굴과 아내의 얼굴이 겹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법구경에서는 애초부터 남녀 사이에는 사랑도 말고 미움도 말라고 선언했고, 또 김교수처럼 고민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많았기 때문에 이 구절은 유명해졌나 보다. 한 달이 지나도록 김교수는 전화를 하지 않았고, 저쪽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대로 막을 내리고 아가씨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사라질 것인가?

 

세월은 계속 흘러 겨울이 서서히 물러간다. 차거운 바람이 불어도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이 아니고 무딘 바람 속에는 봄기운이 섞여 있다. 입춘, 우수가 지나고 경칩까지 지나니 이제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양지쪽에는 어느 새 푸른 나물이 슬그머니 돋아나 있다. 어느 날 신문을 보니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을 끌었다.

 

개구리가 잠을 깨고 기지개를 켠다는 경칩이 지났으나 아직 개구리는 선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봄의 전령사인 개구리는 15년 전에 비해 1/10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대 생물학과 학생들은 해부실험용으로 쓰던 참개구리를 구하기가 힘들어 흰쥐로 대체해서 실험을 한다고 한다. 강남으로 날아갔던 제비도 돌아올 줄을 모르고 있다. 충북지역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88년 제비가 2340마리가 관찰되었는데, 1992년에는 382마리, 1996년에는 155마리만 날아온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한다. 꼬리명주나비, 호랑나비 등 봄과 함께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던 토종나비들도 거의 사라졌다.” 아 인간이란 참으로 어리석은 동물이다. 이처럼 곤충과 새, 물고기, 짐승들이 주변에서 사라진다면 사람인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인간세상의 문제 못지않게 생태계의 문제도 심각하기만 하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