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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중편소설(51)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7.31|조회수171 목록 댓글 0

아가씨의 고향은 전남 승주군(지금은 순천시와 통합되었다)이지만 일찍이 부모님이 서울로 이사를 와서, 초등학교부터 서울에서 다녔다. 고등학교 때까지 말괄량이로 자랐고 공부도 괜찮게 해서 자기는 대학을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드물게 보는 완고한 옛날사람이었다. 아버지는 계집애가 대학은 무슨 대학이냐고 말려서 결국 대학을 가지 못하고 회사에 잠간 다녔다. 그러면서 방통대에 등록을 하고 그 전부터 하고 싶던 문학을 공부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친구소개로 술집에 나와 돈을 벌기 시작하였단다. 어떻게 해서 술집에 처음 나오게 되었는지에 관한 부분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뭔가 말하고 싶지 않은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가정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사업한다고 부산에 가셨다가 거기에서 여자를 만나 바람을 피우고, 어머니 속을 썩였단다. 그러다가 2년 전 어머니가 뇌일혈로 쓰러져 하루 만에 돌아가시고 신림동에 있는 절에서 장례를 치렀단다. 어렵게 살면서 고생을 많이 하였기 때문에 어머니를 무척 따랐는데, 지금도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한다.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정신분열증이 있어서 직장 다니다가 그만 두고 요즘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자기가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받고 약을 타다가 먹는다고 한다. 자기는 남동생을 끔찍이 사랑하며 죽을 때까지 돌볼 것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금방 새장가를 들어 신림동에서 살고 계시는데, 요즘도 2주일에 한 번 정도 찾아가서 때로는 자고 오기도 한단다. 그러나 아버지와는 감정적으로 별로 좋은 상태는 아니란다. 새엄마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고. 그동안 억척스럽게 돈을 모으고 은행 융자를 좀 받아서 집을 사게 되어 기분이 좋단다. 동생과 함께 살면서 이제는 이사 다닐 필요가 없으니까. 방 한 칸은 동생이 쓰고 자기가 한 칸을 쓰겠다고 한다. 사실 잠실 집은 방이 한 칸이어서 오빠를 집에 초대하려고 해도 동생이 있기 때문에 곤란했는데 이제 이사가면 한 번 초대하겠다고도 말했다.

 

가벼운 식사를 끝내고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듣고 보니 순탄치 않은 운명 속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아가씨이다. 술집에 나온 지 3년 만에 집을 산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과 인내가 필요하다. 술집에 있는 아가씨들이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돈을 벌 수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 못한 것은 쉽게 번 돈을 알뜰히 모으지 않고 쉽게 쓰기 때문이란다. 돈을 벌어서 화장품과 옷치장에 소비하고 나면 저축할 돈이 없게 된다. 그리고 남자친구라도 사귀게 되면 빈대처럼 여자에게 달라붙어 뜯어 먹으려는 놈들이 많단다. 처음에는 아가씨가 세피아 차가 있다고 해서 소비를 절제하지 못하는 헤픈 여자로 생각했는데 오늘 듣고 보니 그게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동생과 버스 갈아타면서 병원에 갔다 오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단다. 그래서 작년에 동생 때문에 무리를 하여 월부로 차를 샀다고 한다. 평소에는 차를 쓰지 않고 출근은 지하철로 하고 퇴근은 택시를 이용한다고 한다.

 

아가씨 이야기를 듣고서 다시 바라보니 존경스런 생각까지 든다. 이제 집도 장만했고 나이도 찼으니 시집을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시집간다는 것은 양심에 어긋나서 못 하겠다는 대답이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몇 번 점을 보았는데 자기는 일찍 시집가면 좋지 않다는 점괘가 여러 곳에서 나왔단다. 그래서 시집 못가는 것도 운명인가보다 라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자기도 시집을 가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남의 이야기하듯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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