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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중편소설(52)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8.01|조회수131 목록 댓글 0

너무 심각한 이야기만 하니 술 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보스에서 친구를 사귀었느냐고 물었다. 보스에는 3총사가 있단다. 현주하고 미경이하고 자기가 말하자면 손님들이 자주 찾는 세 사람이란다. 현주는 고등학교 교사인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하여 이곳에 나온 아가씨인데 가정교육을 잘 받아서인지 성격도 좋고 예절도 바르고, 또 제일 미인이란다. 그래서 제일 먼저 17평 아파트를 장만하여 자기가 속으로 매우 부러워하였단다. 그러면서 내가 집을 사면 17평보다는 큰 집을 사리라 결심했는데, 이번에 산 연립이 18평이라면서 웃는다. 여자들은 별걸 다 비교를 하고 질투를 하는가 보다. 미경이는 다른 곳에 있다가 1년 전에 이 곳으로 왔는데, 미인인데다가 남을 잘 도와주는 성격이란다. 세 사람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아서 말하자면 언니격으로 인생 상담도 해 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데, 정작 자신은 돈을 모으지 못하고 옷 사는데 다 써버린다고 한다. 미경이는 예쁜 옷을 보면 가격이 얼마이든지 꼭 사야만 직성이 풀리는 못 말리는 성격이 있어서 문제란다.

 

둘이서 두어 번 건배를 하고 이제 슬슬 술맛이 나기 시작했다. 노래방 기계가 있어서 노래도 몇 곡 했다. 김교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불렀다. 가사가 이 경우에 어울렸다. “무작정 당신이 좋아요. 이대로 옆에 있어 주세요. 하고픈 이야기 너무 많은데.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 . . . ” 김교수가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 보라고 하니까 아가씨는 자기가 겪은 재미있는 손님 이야기를 했다.

 

인천에 사는 목사님이 단골처럼 보스에 왔단다. 차마 인천에서는 술집에 가지 못하고 서울에 원정오는 셈이다. 그런데 병원 영안실에서 어머니 초상을 치르는데, 갑자기 목사님이 나타난 것이다. 엉겹결에 영안실에서 맞절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목사님이 보스에 와서 자기를 찾다가 사장님이 가르쳐 주어서 병원까지 왔다고 한다. 또 한 번은 어떤 손님이 술에 잔뜩 취해 자꾸 여관에 가자고 하더란다. 그래서 가겠다고 대답만 하고서는 그만 집으로 와 버렸는데, 그 아저씨는 취한 채 여관에 가서는 자기 집으로 전화를 해 자꾸 미스최를 바꾸라고 해서 나중에 크게 부부싸움을 했다고 한다. 또 한 번은 어떤 노인이 와서는 자꾸 아들만 하나 낳아주면 자기의 재산을 반절 주겠노라고 해서 한동안 곤란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별별 사람이 다 있다. 그러기 때문에 세상살이가 재미있고 신문 기자는 바쁘게 취재하러 다닐 수가 있는 것 아닌가? 모든 사람이 성인군자처럼 산다면 성인군자가 전혀 돋보이지 않을 것이다. 신문기자는 쓸 기사거리가 없어 고민할 것이다. 그런 세상이라면 무미건조한 증류수 같은 세상일 것이다. 재미 없어서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다.

 

밤이 점점 깊어갔다. 김교수는 술을 많이는 못하지만 분위기를 즐기는 편인데, 그날은 매우 기분이 좋고 술도 잘 받았다. 평소에는 양주잔으로 두 잔이면 가득 취하는데, 그날은 네 잔을 받아 마셨는데도 별로 취하지 않았다. 술집 아가씨가 술을 잘하는 것은 뻔한 이야기. 오리에게 헤엄 잘 친다고 칭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은 최성수의 노래에 맞추어 부루스를 추었는데, 처음으로 그만 진한 키스까지 하고 말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밀실에 있다는 사실이 김교수를 용감하게 만들었나보다. 아니면 술이 죄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아가씨가 먼저 진한 키스를 유도한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입술과 입술, 그리고 혀와 혀가 접촉하는 찐한 키스를 한 사실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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