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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중편소설(54)-10번째 만남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8.05|조회수123 목록 댓글 0

열번째 만남

 

세월은 계속 흘러갔다. 어제는 처음으로 산수유가 핀 걸 보았다.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오면서 꽃이 피는 순서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겨울에도 동백꽃을 볼 수 있지만 중부지방에서는 동백나무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중부지방에서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꽃은 복수초이다. 복수초는 나무가 아니고 풀인데,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아니다. 복수초는 키가 작고 꽃잎은 노란색인데, 겨울의 끝자락에 눈이 녹을 무렵 눈 속에서도 피어난다. 매화는 눈쌓인 가지에서도 피어서 설중매라는 말도 있지만 김교수가 사는 서울에서는 흔하지 않다. 춘분 무렵 전남 광양의 매화마을에 가면 하얗게 핀 매화꽃을 원없이 볼 수 있다. 약간 푸른 빛이 도는 청매화도 매화마을에는 많이 있다.

 

봄이 되어 산에 가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꽃이 생강나무이다. 작은 노란색 꽃이 나무가지에 다닥다닥 달려있다. 아직 다른 나무들은 헐벗은 상태로 있고 나뭇잎이 나오기 전이라서 노란 꽃이 핀 생강나무는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생강나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생강나무 꽃과 비슷하게 산수유가 피어난다. 산수유도 작은 꽃이 가지에 줄줄이 붙어서 노란색으로 꽃이 핀다. 생강나무는 대개 산에서 볼 수 있는데, 산수유는 정원수로 개발하여 주로 공원이나 정원에서 볼 수 있다. 식물에 관심이 많은 김교수가 최근에 관찰하여 보니 풍년화라는 나무가 산수유보다 약 2주나 먼저 꽃이 피는 것을 발견하였다. 집 근처 공원에서 풍년화를 처음 발견하고서 그 이름을 알아내는 데에 한참 걸렸다. 풍년화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갈색 꽃이 생강나무꽃 모양으로 피어난다.

 

산수유에 이어 피어나는 꽃이 진달래와 개나리. 진달래는 그늘을 좋아하여 산의 북사면에 많이 핀다. 연분홍빛 꽃잎이 여간 예쁘지 않다.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꽃이 개나리. 개나리는 울타리로도 많이 심는데, 네 갈래로 갈라진 노란색 십자꽃이 늘어진 가지에 잔뜩 피어난다. 진달래와 개나리는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그 다음에 피는 꽃이 목련. 마른 나무 가지에 탐스런 하얀 목련이 핀 모습을 보고서 감탄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세파에 너무 찌들어 있는 사람이다. 목련을 보고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반성할 일이다. 그런 사람은 마음의 여유가 없이 세상을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목련의 단점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쉽게 지는데, 나무 아래 땅위에 떨어져 시든 꽃잎의 모습이 너무 허망하다. 때로는 지저분하며 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떨어진 목련꽃잎은 차라리 얼른 쓸어버리는 것이 시각적으로 좋을 것이다.

 

목련꽃잎이 떨어질 즈음에 온갖 나무 가지에서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자세히 관찰하면 마른 가지에서 돋아나는 새잎 자체가 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어찌 그리도 싱싱하고 귀여운지! 피어나는 새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갓난아기가 연상된다. 아무 욕심도 없고 천진난만함 그 자체인 모든 아기가 예쁘듯이 피어나는 모든 새잎은 예쁘다. 그렇지만 우는 아기는 예쁠 리가 없지. 그러므로 피어나는 새잎은 웃는 갓난아기와 같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목련에 이어서 철쭉이 피는데, 철쭉은 진달래와 비슷하나 꽃 색깔이 더 진하고 약간 크다. 진달래꽃잎을 소주에 담그면 진달래술이 된다. 그러나 철쭉꽃은 독이 있어서 술을 담글 수가 없다. 그래서 지방에 따라서는 진달래꽃을 참꽃, 철쭉을 개꽃이라고도 한다. 더 미세한 차이점이라면 철쭉꽃잎 안쪽에는 검은색 점들이 있지만 진달래꽃에는 없다. 가장 확실한 차이점은 철쭉은 잎이 나온 후에 꽃이 핀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진달래가 진 후에 철쭉이 핀다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조금 지나면 라일락이 핀다. 라일락은 외래종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우리꽃이다. 우리 이름으로는 수수꽃다리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라일락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라일락은 작은 꽃 자체는 별 특징이 없는데, 대신 향기가 진하여 시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트 모양의 잎을 이빨로 물어보면 매우 쓴 맛이 난다. ‘베사메무초라는 노래 가사에 나오는 리라꽃 역시 라일락을 말하는 이름이다.

 

산과 들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꽃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라일락까지를 봄꽃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라일락이 필 때 쯤이면 코트는 이미 장롱 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고, 내복도 벗어버린 사람이 대부분이다. 음양으로 따져서 양 체질인 사람은 반소매를 입기 시작한다. 그 후에 장미가 피고, 아카시아가 피어난다. 장미 역시 꽃 자체는 아름답지만 시들어 땅에 떨어진 꽃잎은 보기 싫다. 아카시아는 가시가 있고 목재로는 환영받지 못하지만 꽃향기가 멀리 퍼지고 또 꿀이 많아서 양봉업자들은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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