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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운길산 산행기 - 3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10.06|조회수118 목록 댓글 0

1210분까지 30분 동안을 천천히 이야기하며 걸었는데 능선이 나오고 안내판이 보인다. 왼쪽으로 가면 갑산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예봉산, 가운데로 가면 운길산과 수종사가 나온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어 안내판을 찍었다. 예전에 비하여 사진찍기가 매우 쉬워졌다. 별로 비싸지 않은 디카를 이용하면 한번 산행에서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 컴퓨터 화면을 통하여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같으면 사진을 찍어서 현상.인화를 해야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파일로 저장할 수도 있고 잘 찍은 사진만 골라서 현상하면 된다. 디카가 없으면 핸카(핸드폰 카메라)로 찍으면 된다. 내가 가진 핸드폰의 카메라는 100만 화소인데 가까이에서 찍으면 사진이 잘 나온다. 사진찍기가 매우 편리하고 값싸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사진찍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는 가운데 길로 접어들었다. 15분쯤 평탄한 산길을 가니 왼쪽에 정자 하나가 나오고 오른쪽에 약수터가 나온다. 약수터에서 샘물을 맛보니 물맛이 매우 좋았다. 물만 마시고 다시 출발했다. 산에는 나무가 가득하고, 무성한 잎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서 시원했다. 친구는 몇 년 전에 부인과 직장을 잃은 후에 요즘에는 산에 푹 빠져 사는 산악인이다. 친구는 청중은 단 한명이었지만 성의를 다해 산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나로서는 모처럼 좋은 선생님을 만난 셈이다.

 

사전을 찾아 보면 산(mountain)육지의 표면이 주위의 땅보다 훨씬 높이 솟은 부분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여기에서 훨씬 높다는 기준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해발 300m 이상을 산이라고 한다. 산은 지질시대 전반기에 생겼는데, 신생대 3기까지 이미 현재의 산들이 만들어졌다. 산보다 고도가 낮으면 구릉(hill)이라고 하는데, 구릉은 신생대 3기 말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등산이란 산에 오르는 것을 말하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이미 BC 323년에 한니발 장군이 힌두쿠시 산맥을 횡단한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 출신으로서 당나라의 장군이었던 고선지가 힌두쿠시 산맥의 탄구령(해발 4700m)AD 747년에 횡단한 기록이 남아 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은 쪼모랑마(영어명 Everest))인데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세르파인 텐징 노르가이가 최초로 등정하였다. 우리나라의 산악인 고상돈은 1977년에 쪼모랑마를 등정하였다.

 

나는 친구로부터 산과 강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산과 물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에 산자분수령(山自分水領)이라고 설명을 한다. 이 말은 산이 곧 분수령으로서 산줄기는 물을 가르는 능선을 이룬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못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물은 하천이나 강을 말한다. 친구는 흥미로운 예를 들었다. 관악산에서 바라보면 한강 너머에 북한산이 보인다. 그런데 관악산에서 출발하여 물을 건너지 않고 산 능선만을 따라서 북한산까지 도달할 수가 있다고 한다. 즉 관악산에서 광교산을 거쳐 속리산까지 내려갔다가 백두대간을 타고 올라와 북한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선으로 연결하면 1100km가 된다고 한다.

 

백두대간이란 백두산의 장군봉으로부터 지리산의 천왕봉을 잇는 우리나라의 등뼈를 이루는 능선인데, 이중환이 쓴 택리지(1751)에 백두대간이라는 용어가 처음 나온다고 한다. 내가 초등학교부터 배운 바에 의하면 태백산맥, 소백산맥, 차령산맥 등으로 인접한 산의 집합이 산맥이다. 그러나 산맥 외에 산경이라는 관점이 있다고 한다. 산맥이란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이후에 도입한 관점이고 그보다 훨씬 이전에 산들을 설명하는 산경표(山經表)라는 체계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처음 듣는 용어라서 매우 흥미로웠다.

 

산경표는 조선 후기 영조때의 지리학자인 신경준이 1770년에 만든 책으로서 눈에 보이는 산줄기를 산자분수령이라는 원칙에 따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정리하여 달리 말하면 산의 족보를 만들었다고 한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조선 말의 평민 출신 지도편집자로서 전국을 3번이나 순회한 후 산줄기를 표시한 지도를 만들었는데, 기본적으로는 산경표를 따랐다고 한다. 일반인이 익숙한 산맥 개념은 구한말에 일본학자가 도입한 개념으로서 1900년부터 총 14개월간 지질조사를 실시한 후 땅속의 지하자원을 중심으로 산줄기를 분류했는데, 산자분수령의 원칙을 따르지 않아서 산맥은 물을 넘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전국에는 모두 14개의 산맥이 그려진다. 조정래의 유명한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는 산경표의 기준을 따르면 위치로 볼 때에 호남정맥이어야 맞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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